사이버 가정학습의 화두
사이버 가정학습의 화두
  • 승인 2019.09.19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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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견숙
경북대학교사범대학부설초등학교 교사
우리나라 인터넷 제반 환경은 대단히 우수한 편이다. 아니, ‘우수하다’는 말이 부족할지도 모른다. 사실 ‘초고속인터넷’만하더라도 곧 ‘보편적 역무’로 지정되는 나라가 대한민국인 것이다. 이 말은 쉽게 말해서 우리나라에서는 초고속인터넷 사용이 국민 기본권으로 여긴다는 말이고, 초고속인터넷의 제공을 국가차원에서, 법으로 보호한다는 말이다. 정말 진정한 IT 강국의 모습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비단 과기부 시행령 이 아니더라도 금융 거래, 쇼핑, SNS 등 다양한 분야에서 우리나라에서 인터넷은 그 위력을 발휘한다.

국내 IT 발달의 흐름에 따라 교육 2000년대부터 e-Learning을 활성화하고 있다. 가정에서 e-Learning을 도입하는 ‘사이버 가정학습’이라는 말 역시 어린 학습자에게도 전혀 생소하지 않다. 특히 ‘유튜브가 키워낸’ 우리 아이들은 정말이지 너무나 자연스럽게 인터넷을 활용할 줄 안다. 본격적인 학습에 들어가기도 전에 컴퓨터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모르는 학생들에게 로그인부터 클릭 방법 따위를 알려주다 지치던 때는 벌써 옛 이야기다. ‘학습에 대한 학습 방법’은 이제 고려할 필요조차 없는 시대가 온 것이다.

나 역시 올 해 반 아이들과 사이버 가정학습을 운영하고 있다. 대구 e-학습터도 몇 년 새 꽤 괜찮은 컨텐츠들이 많이 보강되었다는 느낌이다. 지난 학기에는 몇 달에 걸친 과학 실험의 결과, 다양한 지역의 모습 등 몇몇 교과에서 실제로 교실 수업에서 불가능한 내용들을 사이버 가정학습의 내용들로 삼았다. 학교에서 수업으로 운영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던 코딩교육도 해 보았고, 지금은 본교에서 운영 중인 IB교육에서 수행되는 탐구의 주제에 필요한 내용들을 묶어 학습을 하고 있다.

사실 학교에서 학습하는 것은 시간과 공간에서의 절대적 한계를 가진다. 몇 달 간을 진행해야하는데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도 있고, 지역 곳곳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것이 학습에 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이러한 역할을 사이버 가정학습이 맡는다. 가상의 세계에서는 먼 과거에 일어난 일도 내 눈 앞에 펼쳐주고, 위험을 감수하고 관찰해야 할 대상도 편안하게 공부하게 해 준다. 학생들은 각자가 용이한 시간에 각자가 가장 좋아하는 공간에서 같은 설명을 들을 수도 있다.

학교학습의 시공간 극복 외에 이제 학생들의 배움이 달라졌다는 것도 사이버 가정학습을 장려하는 큰 이유가 된다. 한정된 지식을 진리처럼 가르치는 것 자체가 무리인 시대다. 교사는 지식에 대한 기본적인 원리만을 설명하고, 그 뒤로는 이를 기반으로 학생들이 저마다 더 배울 점을 제대로 찾아가도록 도울 뿐이다. 학생들은 인터넷의 끝없는 정보 속에서 제대로 배우는 방법을 연습한다. 그러한 점에서 사이버 가정학습은 교사와 학생 간 대면의 학습과 스스로 배움을 찾는 그 사이의 역할을 맡기도 한다. 여기에 미래를 살 아이들이 시대적 요구에 능숙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있다. 배움의 확장이 쉽게 일어날 수 있는 방법, 학교에서의 배움이 가정으로 전이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사이버 가정학습이라는 데 나 역시 동의한다. 정말 제대로 학습하기만 하면 말이다.

그러나 사이버 가정학습이 실제로 백 프로 만족스럽게 이루어진다고 보기는 사실상 어렵다. 학습 내용은 그냥 클릭만으로 넘겨지기도 하고, 몰아치듯이 틀어 보는 숙제로 남아버리기도 한다. 비단 아이들만의 일이겠는가. 어른들의 각종 직무 연수도 어쩌면 비슷한 경우도 있을 것이다. 시대는 이 시대가 맞는데, 잘 안 되는 이유는 뭘까? 이러한 생각을 이어가던 중, 내 고민과는 조금 떨어진 대학 강의실에서 해결점을 찾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학습실재감’이었다.

‘학습실재감(Learning Presence)’은 교수자와 학습자가 사실상 물리적으로 분리된 환경에 처한다는 점, 그리고 그 속에서 학습자만이 오로지 스스로 학습을 하게 된다는 전제에서 중요시된다. 학습실재감은 특정한 IT 기술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이는 학습자 스스로 학습 상황에 있음을 인식하는 주관성을 뜻한다. 학습자는 이러한 지각 속에서 진짜 배움을 경험한다. 이미 사이버대학의 학생 등을 대상으로 이와 관련한 연구들이 꽤 이루어졌는데, 하나같이 학습실재감의 효과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시스템적 발전을 많이 이룬 사이버 가정학습이 앞으로 가져야 할 화두는 바로 ‘학생들에게 어떻게 학습 실재감을 줄 수 있을까’에 대한 내용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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