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과 보리를 구분할 줄 모른다 (菽麥不辨)
콩과 보리를 구분할 줄 모른다 (菽麥不辨)
  • 승인 2020.02.27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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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규 대경예임회 회장
전 중리초등학교 교장
‘대구·경북에 대한 최대한 봉쇄조치를 취하겠다.’라는 여당 대변인 말에 대구와 경북뿐만 아니라 전국이 떠들썩하다. 코로나19 때문이다. 대구·경북에 사는 사람들은 정말 듣기 불편하리라. 지금까지 함께 뭉쳐서 잘 굴러가던 대한민국이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는가 싶다. 봉쇄(封鎖)라는 말은 ‘굳게 막아버리거나 잠금 하여 외부와의 연락을 끊어 버리는 것’을 말한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지역봉쇄 아닌 감염차단 의미’라고 해명하고 있다. 누구든 말은 항상 조심하여야 한다. 명심보감에도 ‘한 마디 말이 맞지 않으면 천 마디 말이 쓸데없다.’고 하였다. 천자문에 ‘과일 중의 보배는 자두와 사과이며, 채소 중에서 중요한 것은 겨자와 생강이다.’라는 말이 있다. 과일과 채소를 엄격히 구분해 놓았다. 나무에 달리는 것은 과일이고, 푸성귀는 채소이다. 채소는 논밭에 자라지만 곡식과도 확연히 구별된다. 콩과 보리는 곡식이다. 한자로 콩은 숙(菽)이며, 보리는 맥(麥)이다. 중국 진(晉)나라 희주(姬周)에게는 분별력이 부족한 형이 있었다. 그래도 희주는 부족한 형을 왕으로 추대하고 보필하였다. 어느 날 희주는 형에게 콩과 보리를 가져와 “굵고 둥근 것은 콩이요, 길쭉하고 작은 것은 보리입니다.”하고 가르쳐 주었다. 다음날 희주는 형에게 콩과 보리를 가져와 다시 물었는데, 형은 구별하지 못했다. 이때 생긴 말이 숙맥불변(菽麥不辨)이다. ‘콩과 보리를 구별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숙맥불변이 줄어서 ‘숙맥(菽麥)’이라는 말만 쓰이게 되었다. 시대가 변하면서 숙맥은 ‘바보, 멍청이’라는 의미를 갖게 되었다. 진(晉)의 신하들은 나이가 어리지만 현명한 희주(姬周)를 왕으로 추대하였다. 희주는 신하들을 잘 통솔했고, 법률을 정비하였으며, 빈민을 구휼하고, 진나라를 부국강병으로 만들었다. 그가 바로 춘추전국시대 주변국들의 다툼과 갈등을 조정해 중원의 질서를 유지한 진도공(晉悼公)이다.

‘곡식에 제비 같다.’는 말이 있다. 제비는 벌레만 잡아먹지 곡식을 안 먹는데서 유래한 속담이다. 청렴하고 현명한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과일, 채소, 곡식은 분명 다르다. 변별할 수 있고 구별하기 쉽다. 경우기 어떻든 변별할 줄 아는 능력이 있는 지도자라야 국론통일을 가져와 나라를 부국강병으로 만들 수 있다.

아직도 중국엔 후흑학(厚黑學)이 유행한다고 한다. 후흑(厚黑)은 ‘면후심흑(面厚心黑)’의 준말이다. ‘낯가죽을 두껍게 하고, 마음을 검게 한다.’는 뜻이다. 낯가죽을 두껍게 한다는 것은 ‘뻔뻔함’을 말한다. 삼국지연의에 나오는 조조가 후흑에 해당된다. 그렇지만 최고의 후흑은 유비라고 중국인들은 말한다. 남들 앞에 나서려면 마음이 시커멓고 얼굴이 뻔뻔함의 극치를 이루어야만 성공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졌다. 코로나19의 대처방법만 보아도 짐작할만하다. 한국은 중국인들의 입국을 전면 막지는 않았는데, 며칠 전 중국은 입국과정에서 우리 국민을 공항에서 격리시켰다. 후흑의 단면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후흑학의 저자 이종오도 ‘얇지 않은 것을 두껍다하고 희지 않는 것을 검다고 한다. 두껍다는 것은 천하의 두꺼운 낯가죽을 가리키는 것이고, 검다는 것은 천하의 시커먼 속마음을 말한다.’고 하였다.

그리고 관리로서 공무를 처리하는 두 가지 요령을 말했다. 책임질 일은 절대하지 않아야 하는 묘법이기도 하다. 첫째가 화살 맞은 환자가 찾아오면 외과의사는 화살대만 톱으로 잘라내고 치료비를 받으면 그만이다. 화살촉은 내과의사에게 가서 뽑도록 한다. 이것을 거전법(鋸箭法)이라 한다. 둘째는 물이 새는 솥을 가져오면 땜장이는 주인에게 다른 곳에 가서 볼 일을 보게 한다. 주인이 없는 사이에 솥의 구멍을 크게 만든다, 주인이 돌아오면 그 큰 구멍을 보여주고 땜질 값을 두서너 배 더 받는다. 이것을 고과법(敲鍋法)이라 한다. 백여 년 전에 나온 후흑학은 아직도 중국의 지도층 사이에는 많이 읽히며 활용된다고 한다. 지금 우리나라 정치인들의 하는 일들이 후흑(厚黑)과 비슷한 것은 아닌지? 집안에서 발길질 받아가며 푸대접받는 개는 이웃집 사람에게도 역시 미움을 받는다. 원인은 주인에게 있다. 주인이 귀여워해야 이웃집 사람도 귀여워하고 사랑한다. 콩과 보리를 구별하는 일은 이것보다 더 쉽다. 숙맥(菽麥)이 되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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