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정우의 줌 인 아웃] 영화 ‘사이비', 사이비 창궐의 시대에...
[백정우의 줌 인 아웃] 영화 ‘사이비', 사이비 창궐의 시대에...
  • 백정우
  • 승인 2020.02.27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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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사이비
 

31번째 ‘코로나19’ 확진 판정으로부터 사흘 만에 확진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대구 경북은 패닉 상태에 빠져들었다. 불특정다수가 모이는 시설은 텅텅 비었고 유치원과 학원이 휴업을 선언했으며 문화센터와 사설강좌 등도 잠정 휴강에 돌입했다.사람들은 불안에 떨었고 어찌해야 할지 몰랐다. 그 심리를 이용한 억측과 가짜뉴스도 난무했다. 확진자 관련 신상 유출과 대구봉쇄와 신천지교회를 향한 혐오가 뉴스와 SNS를 뒤덮었다. 스마트폰에는 질병 의심 시 행동수칙을 알리는 방역당국이 보낸 긴급재난문자가 거듭 울려 댔다.

수몰예정지역 보상금을 노리고 들어온 사이비종교인의 행각을 보여준 연상호 감독의 장편 애니메이션 ‘사이비’는 사이비가 인간의 마음에 틈입하는 과정을 세밀하게 고발한다. 최장로와 성철우 목사는 삶의 터전을 잃은 사람들에게 생명수를 팔고 천국 같은 반석 꽃동산을 약속하며 보상금 바칠 것을 강요한다. 신의 권능이 천국을 예비할 것이며 이를 위해 얼른 자리를 예약해야 한다는 감언이설이다. 곧 마을이 사라질 주민들이 기댈 곳은 어디에도 없다. 무식하고 가난하다는 이유로 천대 받으며 살아왔을 터. 그들 앞에 나타나 천국을 약속하는 최장로와 성목사가 메시아로 보이는 까닭이다.

마을사람 모두가 미쳐 돌아갈 때 유일하게 사이비를 알아본 사람은 민철이다. 하지만 누구도 그의 말을 믿지 않는다. 그는 고발할 뿐 아무것도 약속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들에게 필요한 건 진실이 아니라 좋은 세상이 도래할 거라는 약속이었다. 모든 게 가짜라고 말해도 “저는 사랑받기 위해 태어났대요. 이게 가짜예요?”라며 울부짖는 딸 앞에서, 각혈할 때 생명수부터 찾는 이들 앞에서, “우리들 이렇게 살게 냅둬요, 저 사람 평온한 얼굴을 봐요, 지금 천국에 있는 거예요. 이래도 가짜예요?”라는 칠성 앞에서 민철이 찾은 진실은 무의미하다.

종종 사람은 견딜 만한 거짓과 참혹한 진실 사이에서 길을 잃는다. 그리고 견딜 만한 거짓을 택하곤 한다. 진실과 마주할 자신이 없어서다. 의심 없이 전 재산을 바칠 정도로 그들에게 사이비 판별능력이 없었을까. 아버지만 없으면 내 인생은 행복하다는 영선에게 그가 믿은 교회와 목사가 사이비였다는 사실은 참을 수 없는 치욕이고 절망이다. 김사과의 장편소설 ‘천국에서’의 주인공 케이가 뉴욕을 천국으로 날조하고 확신하는 것. 그것이 의식의 조작이라 한들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뉴욕에 영원히 머무를 수 있는 한 행복하다고 케이가 여기는 것처럼 마을주민도, 영선도, 칠성의 처도 같은 마음이었다.

코로나19로 인한 해괴한 이야기가 부유하는 시절이다. 공포와 불안이 세상에 내려앉을 때 사이비는 출몰한다. 마음 둘 곳 없는 이들에게 그것은 천박한 상술로, 지역감정과 정치논리로, 특정 종교에 대한 혐오와 차별로 접근하여 포박한다. 평정심과 지혜가 요구되는 시절이다. 아니면 그릇된 판단에 대한 뼈를 깎는 고통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사이비’에서 마을주민이 사이비에 현혹된 건 그들이 무지해서가 아니다. 마음 둘 곳 없고 의지할 데 없는 고립무원의 환경 때문이었다. 위험에 처했을 때 국가와 지자체가, 우리들 서로가 서로에게, 당신은 혼자가 아니라는 믿음을 심어줄 때다. 결국 사랑으로 이 혼돈을 이길 것이라 믿는다. ‘늘 그래왔듯이.’

백정우 ㆍ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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