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
[문화칼럼]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
  • 승인 2020.09.02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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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국
대구문화예술회관장
앞으로 다이어리 일정은 연필로 적어야겠다. 썼다가 지울 일이 너무 많다. 이번 9월도 그렇다. 앞날을 가늠키 어려운 이런 시절에 최진석 교수의 촌철살인의 언어가 어쩌면 우리에게 작은 위로가 되겠다. 지금은 어렵지만 작은 것부터 하나씩 쌓아가며 내일을 기다려야 하는,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한 때에 그의 말이 꼭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 모셨다. 대구문화예술회관 인문학 극장에 모인 많은 관객들은 그런 에너지를 충분히 받았다고 생각한다.

그의 메시지는 명확했으며 설득력은 매우 강했다. “대한민국은 중위권 국가 중 최상위에 있다. 하지만 아직 선진국이 되지는 못했다. 선진국 또는 계획국가와 중진국의 차이. 지금 쓰고 있는 물건 중 우리가 먼저 만든 것이 있는가? 이처럼 창조하는 국가와 따라하는 나라의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가? 여러 가지 지표 중 그 나라의 수준과 국민들의 독서량의 차이는 거의 일치한다. 그런데 대한민국은 예외다. 독서량은 최하위권인데 비해 국가의 수준은 상당히 높다. 하지만 우리는 선도국가로 나아가야 하며 그 유일한 방법은 책을 더 많이 읽는 것이다. 지금 월간 독서량이 0.5권이다. 한 달에 한권만 읽어도 우리의 에너지는 배로 늘 것이다. 그래서 사단법인‘새말 새몸짓’에서 ‘한 달에 한권 책 읽고 건너가기’ 운동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건너가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책 읽기다. 지식과 내공을 한꺼번에 길러주는 것이 독서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쉽지 않다. 독서는 고도의 지적수련으로서 부단한 인내가 요구 된다.” 어린 시절 어머니와 함께 상한 콩을 한 자루 펼쳐놓고 그 중 상하지 않은 콩을 고르기 시작할 때 아득한 마음이 하염없이 고르다 보니 어느덧 무념무상의 경지에서 그 일을 해내게 되었다. 한 때 달리기에 심취했을 때 처음은 힘들지만 한참 달리다 보면 그냥 달려 지더라고 했다. 작은 일이라도 성취하기 위해서는 단순 반복이 답이라는 얘기다.

가장 단순한 것을 끊임없이 반복하는 것을 수행이라 했다. 소명을 발견하고, 결심하고 부단한 노력으로 오랜 시간 지속하면 향기가 난다. 이것을 그리스 말로 티메(Time)라 한다고 최진석 교수는 말했다. 티메를 가진 자는 카리스마가 생기고 이는 존경심을 낳는다고 했다. 티메 아름다운 단어다. 그 시작은 실현 가능한 작은 것을 중단 없이, 부단히 반복하는 것에서 비롯된다. 이것은 지금 같은 시대에 꼭 필요한 것 같다. 이러한 마음을 지금의 어려움을 이겨내는 단초로 삼아야 한다.

모두가 우려하던 코로나19 2차 대감염의 징후가 번지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다 보니 지난 상반기의 얼어붙었던 문화예술계가, 겨우 다시금 활동을 재개 하려는 시점에 큰 제동이 걸렸다. 엎친데 덮친격, 설상가상 이라는 말로는 설명하기 어려울 만큼 힘든 상황이다. 사회 모든 분야가 다함께 겪는 상황이라 누구하나 대놓고 어렵다고 말하기도 어려운 시절이다. 나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함께 겪는 일이라 하더라도 각 개인이 감내해야할 어려움은 너무나 크다.

내일을 기약하기 어려운 때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 다만 현실의 족쇄에 매여 있다 하더라도 우리의 이상을 포기할 수 없다. 언젠가 지나갈 일, 그 때를 위하여 지금은 내공을 쌓으며 내일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 코로나 시대에 사람들은 깨달은 것이 많다. 푸른 하늘이 우리에게 다가왔고 그럼으로 인해 환경에 대하여, 지구의 미래에 대하여 생각하기 시작했다. 음식문화에 대한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앞만 보고 달리던 사람들이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많이 가지게 되었다. 건강을 위하여 ‘홈트’를 비롯해 걷기, 자전거 타기를 시작한 사람도 많아졌다. 특히 고요히 책을 읽어 나가기 시작한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큰 희생을 치르는 가운데 얻은 소중한 가치들이다. 지금 같은 시대에 과연 문화예술은 삶에 위로가 될 수 있을까? 라는 자조적인 물음을 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현장의 예술가들은 존재의 의의를 위협 받는다. 하지만 불안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 삶에 있어 위안을 삼을 것은 이것밖에 없다. 바깥으로만 향하던 에너지를 오히려 안으로 돌리고 거기에 예술이 함께하는, 자족하는 삶을 추구하게 될 것이다.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하는 시절에도 문화예술의 가치는 여전히 지속 되며 사람의 내면을 채워 줄 것이다.

지금은 기다림의 시간이며, 내공을 다져 때가오면 건너가야 한다. 그날은 곧 올 것이다. 단순하지만 소중한 가치들을 매일 매일 실천하며 건너갈 날을 기다려야 하는 시절이다. 지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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