첩보 입수하고도 5시간 ‘무대응’…“軍, 막을 수 없었나”
첩보 입수하고도 5시간 ‘무대응’…“軍, 막을 수 없었나”
  • 김주오
  • 승인 2020.09.24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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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 28시간 후 해경 신고 접수
北 선원이 진술 듣는 정황 포착
5시간 정도 지나 총격…불태워
국방부, 이튿날 “정밀분석 중”
文 “사실 밝혀지면 분노할 일”
어업지도선-무궁화10호
피격 공무원이 탑승했던 어업지도선 24일 인천시 옹진군 소연평도 해상에 실종됐던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탑승했던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가 정박해 있다. 군과 정보 당국은 24일 서해 최북단 소연평도 실종된 공무원이 월북을 시도하다 북측 해상에서 표류했고, 이후 북측의 총격을 받고 사망한 것으로 결론 내렸다. 연합뉴스

군 당국이 소연평도에서 실종된 남측 공무원 A씨가 북측으로 넘어가 북측 인원과 접촉했다는 사실을 파악하고도 사실상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나 당시 조처가 적절했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군 당국에 따르면 소연평도에서 어업지도 중 사라진 공무원 A(47)씨가 북측 등산곶 인근 해상에서 북한 선박에 의해 최초 발견된 시점은 지난 22일 오후 3시 30분쯤이다. A씨가 어업지도 중 실종됐다는 신고가 해경에 접수된 지 약 28시간 만이며 실종 지점으로부터 북서쪽 약 38㎞ 떨어진 곳이다. 이는 군 첩보를 통해 입수한 정보다. 당시 A씨는 구명조끼를 입고 부유물에 올라탄 채 ‘기진맥진’한 상태였다고 군 당국의 설명했다. 다만 군 당국은 당시엔 그를 실종자로 특정하진 못했다고 밝혔다.

북한 선박은 A씨를 해상에 그대로 둔 채 방독면과 방호복을 착용한 선원이 월북 진술을 들은 정황을 군은 포착했다.

관련 첩보를 인지한 시간은 오후 4시 40분께로 이 시간 이후부터 군은 실종 당사자로 특정한 것으로 보인다. 5시간 정도 지난 오후 9시 40분께 북한군 단속정이 출동해 A씨에게 총격을 가했다. 오후 10시 11분에는 시신에 기름을 붓고 불태웠다. 연평부대 감시장비에서 시신을 불태우는 불빛이 관측되기도 했다. 총격 직전 해군 계통의 ‘상부 지시’가 이뤄졌다고 군 관계자는 전했다.

그러나 첩보 수준이라고 하더라도 전날 오후부터 대대적인 수색작업이 이뤄지고 있던 상황이었다. 남북간 핫라인이 단절됐다고 해도 공용 주파수를 통해 모든 선박이 교신할 수 있는 국제상선망으로 북측에 남측 인원임을 알릴 수도 있었다. 게다가 사건이 발생한 지역은 군사적 긴장도가 높은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이다. ‘특이 동향’에 대해 의심을 하고 확인 노력을 했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의 늑장대응 지적도 나온다. 지난 22일 밤 A씨의 피격 및 시신을 불에 태운 정황을 인지한 직후인 23일 오전 1시께 외교안보 수장들이 청와대로 소집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23일 오후 국방부는 “22일 오후 실종자가 북한 해역에서 발견된 정황이 포착돼 정밀분석 중에 있다”며 생사 여부는 확인할 수 없다고만 했다. 이후 군 당국은 23일 오후 4시 45분께 유엔사를 통해 북측에 대북 전통문을 보내 실종 사실을 통보하고 이에 관련한 답변을 요구했다. 이날 현재까지 아무런 답변이 없는 상황이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첫 보고가 이뤄진 시점에 대해 청와대는 “첫 첩보 입수 당시 신빙성 있는 것으로 보기 어려웠다”면서 “첫 보고는 23일 오전 8시 30분 대면으로 이뤄졌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대면 보고를 받은 뒤 “정확한 사실을 파악하고 북에도 확인하라. 만약 첩보가 사실로 밝혀지면 국민이 분노할 일”이라며 “사실관계를 파악해 있는 그대로 국민에게 알리라”고 지시했다.

군 당국은 당시 상황과 첩보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실종된 A씨가 자진 월북을 시도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A씨가 구명조끼를 입은 채로 부유물에 올라타 북측 해역에서 발견 된 점, 북측 발견 당시 월북 의사를 표명한 정황 등을 판단 근거로 제시했다.

최대억기자 cde@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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