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곳에만
머물러 있었니
어둠속에서
벽을 바라보고 앉은채
시간을 넘나든 기억뿐
잃어버린 너를
어디에서 다시 찾으랴
창밖으로
겨울눈이 내리고
봄비도 내렸다
차디찬 가슴으로
봄바람이 불고
날개 젖은 작은 새
봄길을 걸어 가고있다
어제도 지난해도
봄날이 포옹하는 까닭으로
봄꽃이 네가슴에 다시 피면
사랑은 너를 이끌고
여름을 향해 뛰어 갈 것이다
왜 떠나야 했느냐고
뒤돌아 본 눈길은
겨울을 이겨내지 못한 잎줄기로
세상이 너무 변해 있을 뿐
사랑만으로도 아름다운 젊음은
잃어버린 너를 깊게 어루만지고 있다
내 살결처럼.
◇강혜지= 서울産. 한국방송통신대학 일본어학과, 월간광장 시부문 신인상,한국 문인협회 회원, 한양문화예술협회 이사, 다선문인협회 운영위원, 한국미술인협회 회원. 2017년 대한민국 문예대제전 문화예술부문 심사위원, 한국미술협회 이사장상 수상(18), 불교TV 이사장상 수상(18)
<해설> 무릇 동서고금을 통하여 시인 묵객들의 연시는 많다. 한데 좋은 시는 그렇게 많은 것 같지 않다. 이는 감정을 제대로 조율하지 못한 탓이 아닐까? 그래서 인간을 감정의 동물이라고 했다. 시는 절제의 사물이다. 따라서 배설이 아니라 감정의 고급이다. 모든 시가 다 그렇지만 자칫 자기당착에 빠질 유혹이 심하다. 특히 연시는 더하다. 이별의 아쉬움이 ‘내 살결처럼 어루만지고 있다’는 화자의 애틋함이 짙게 묻어있다. 읽을 만하다. -제왕국(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