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와 민주당
트럼프와 민주당
  • 승인 2020.11.17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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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현
사회부장
미국대통령 선거가 미드보다 재밌다. 창의적 역발상을 거듭하며 합법적으로 불복하는 트펌프에 사람들이 감탄한다. 우리나라 언론은 트럼프가 몽니를 부리는 것으로 치부하지만 미국 상원원내내표, 부통령 등 공화당 주류 정치인들이 트럼프 편들기에 나섰다. 정치인의 속성상 끈떨어진 사람은 도와주지 않는 관행을 깨고 트럼프를 지지한 이유가 무엇일까. 핵심은 연방하원의 투표로 대통령이 결정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각 주지사는 민주당이지만 주의회는 지금까지 공화당이 다수다. 하원 50개주 가운데 각주에서 1명씩만 투표하는데 하원에서 공화당이 다수당이 되면 트럼프가 당선자가 될 수 있다. 하원의 투표집계가 현재 진행중인데 민주당이 다수당이 될 수 있다는 속보가 들린다. 트럼프의 꿈이 헛된 꿈이 될지 다시한번 하원 선거결과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처럼 트럼프가 말도 안되는 것처럼 보이는 행동을 할 수 있는 것은 미국 백인 노동자계급의 확고한 지지가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미국 언론의 노골적인 바이든 지지에도 불구하고 실제 미국 주류 중산층 이하 백인들의 마음은 민주당에서 멀어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국식 잔인한 자본주의 시스템의 몰락이라는 주장에 귀를 기울여보자.

전통적으로 낙오한 서민층이 민주당을 지지해 왔는데 이들이 일자리를 잃고 힘들어 할 때 미국 민주당이 이들의 손을 잡아주지 않았다. 4년전 힐러리가 여론조사 결과를 웃음거리로 만들면서 패한 이유도 마찬가지다. 몰락한 블루컬러 백인 노동자들은 힐러리를 귀족·금수저 정치인으로 인식했다. 그녀도 월스트리트와, 대기업과 손잡고 가는 것 아니냐며, 트럼프도 싫지만 힐러리는 더 싫다는 냉소였다. 공화당 못지않게 귀족이 된 민주당 정치인들은 일자리를 잃고 낙오한 백인 블루컬러에게 그것은 ‘개인 책임’이라고, ‘당신이 게을러서라고’ 버리고 갔기 때문에 그들은 트럼프 손을 잡았다. 미국은 지금도 61%의 백인, 남성중심의 사회다. 대졸자가 아니라 고졸자들이 제일 많고 이들이 제조업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코로나 전까지 600만개 일자리가 없어졌다. 실업급여는 최장 6개월이고 의료시스템은 미국 사회안전망의 가장 약한 고리로 직장과 연계돼 있다. 장기실업은 곧바로 생존의 문제인데 그린뉴딜로 일자리 500만개를 만들겠다는 바이던의 공약을 믿지 못한다. 미국식 자본주의 몰락의 징후, 파탄의 시작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전세계가 트럼프의 거짓말 막장 정치가 싫어 바이든의 승리를 환호 하는 양상이지만 바이든이 얼마 못가고 실패하면 트럼프가 다시 올 것이 자명하다. 이런 상황을 파악한 공화당 정치인은 권력의 냄새를 맡고 난파선이 아닌 트럼프호에 올라탄 것이다.

바이든은 주로 우편투표가 많았지만 트럼프는 차를 타고 멀리 투표소까지 오게 만들었다. 역사상 가장 많은 사람이 투표소에서 트럼프를 지지했다. 한국으로 치면 거대한 태극기부대가 만들어진 것 같은 모습이다.

바이든은 우리의 소득주도성장과 같은 임금주도 성장(wage-led growth)을 공약했다. 중산층 재건을 위해 시간당 최저임금 7.25달러를 2025년까지 15달러로 연 16%정도 인상하겠다고 장담했다. 문재인 정부는 최저임금을 첫해 16% 인상했고 지난 2년간 13.6% 인상했다. 그 과정에서 엄청난 저항에 부딪쳤고 결국 최저임금 1만원 인상은 유보됐다. 미국이 연 16% 인상을 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오바마 시절 재정을 대량 투입해 국가부채가 68%에서 105%로 높아졌다. 현재 미국의 국가채무비율은 2차대전 전쟁당시 최고를 기록했던 119% 보다 더 높은 127%다. 공화당이 상원을 지배하며 바이든 정부의 재정투입을 적극 막을 것이다.

미국 선거를 보면서 우리나라와 비슷한 점은 무엇인지 돌아본다. 진보·보수로 편을 나누고 있지만 오래된 정치인은 결국 너나없이 귀족이 되는 것은 아닌가. 몰락한 서민들을 보듬지 못하고 선거 캠페인에서 했던 말과 당선이후의 말이 다를때 우리나라 정치도 미국처럼 되지 않으리란 보장은 없어 보인다. 정치인의 말을 아무도 믿지 않게 되면 선동가가 당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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