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든 꽃·깨진 구도…재밌단 말 좋다” 대백프라자갤러리 A관 안정희展
“시든 꽃·깨진 구도…재밌단 말 좋다” 대백프라자갤러리 A관 안정희展
  • 황인옥
  • 승인 2020.11.22 21: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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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생긴 꽃, 볼수록 매력적”
구성부터 채색까지 차별화
낯선 듯 하지만 사랑스러워
신작 ‘산 풍경’ 최초로 선봬
안정희바라보기
안정희 작 ‘바라보기’

꽃 정물화는 사랑스럽고 산 그림은 묵직하다.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능력자인가?” 감탄하려는 순간, 작가의 입에서 동양화를 전공하고 서양화를 그린다는 연혁이 흘러나왔다. 몇 안 되는 단서에서 경계에 갇히지 않으려는 작가의 성향이 읽혔다. 안정희 작가의 작품세계다.

안정희 작가의 열 번째 개인전이 대백프라자갤러리 기획으로 대백프라자갤러리 A관에서 29일까지 열리고 있다. 계명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학과를 졸업한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서양화 재료인 유화를 사용해 제작한 작품 30여점을 선보이고 있다.

화려한 색과 자유분방한 화면 구성은 동양화 전공자라는 그녀의 출신을 가린다. 동양화의 틀에 얽매이기보다 자유로운 사유와 표현법으로 자신만의 조형언어를 정립하겠다는 열망이 화면에 가득하다. 이러한 태도는 대학 재학 시절 이미 싹을 틔웠다. 한지 대용으로 캔버스를 사용하고 캔버스 위에 흙이나 커피가루를 올리고 그 위에 먹으로 그림을 그리는 등 학생 신분으로 드물게 파격 행보를 보였다.

작가는 “전통보다 표현의 자유에 대한 갈망이 더 컸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서양화풍을 본격화 한 것도 빨랐다. 대학을 졸업하자 바로 서양화에 몰입했다. 특히 색채에 대한 열망이 분출해 고흐나 세잔 등 색채 마술사들의 명작들을 섭렵하며 색에 대한 감각을 익혔다. 이번 전시작들도 다채로운 색감이 특징적이다. 사랑스럽거나, 우아하거나, 처연하거나. 그야말로 색에서 다양한 감성들이 꿈틀거린다.

전시작은 소재에 따라 두 가지로 나뉜다. 화병에 꽂힌 꽃을 그린 정물화와 다양한 시점으로 산(山)을 주제로 표현한 단색조의 풍경화 등이다. 작품들은 모두 기름을 섞지 않은 덩어리를 나이프로 밀가루처럼 치대어 유분처럼 쫀득쫀득하게 만든 물감을 나이프로 몇 겹씩 올리는 방식으로 제작됐다.

“사랑하는 마음을 꽃과 화병에 담아 그렸다”는 작가의 정물화는 구상인 듯 비구상인 듯 경계가 모호하다. 꽃을 그렸으되, 무슨 꽃인지 명확치가 않다. 화병 역시 매끈하게 둥근 형태 대신 삐뚤빼뚤 우스꽝스럽다. 그나마 꽃의 모양이 명확한 해바라기 작품에서는 웃음이 터진다. 활짝 피거나 터질 듯 빼곡한 꽃봉오리 대신 시들어 축 처진 해바라기를 그렸다. 구도 또한 정석을 깬다. 주인공인 꽃과 화병이 화면 한 귀퉁이에 조연처럼 자리를 잡았다.

모든 것이 일반 회화의 정석에서 비껴있지만 화면 속 아우라는 사랑스럽고 따스하다. 작가는 언밸런스한 자신의 정물화에 대해 “나는 못 생긴 꽃을 그린다”며 작가가 ‘못 생긴 꽃 이야기’를 시작했다. 말인즉슨 “못 생긴 것은 볼수록 매력있다”는 항변이었다. “나는 잘 그렸다는 감상보다 재미있다는 감상을 듣고 싶다. 재미있다는 것은 흥미롭다는 것이다. 내게 흥미롭다는 것은 특급 칭찬이다.”

산 풍경은 이번에 처음 소개되는 신작이다. 정물화에 3~4번의 색을 중첩했다면 산 풍경은 7~8번 중첩으로 완결된다. 그림의 규모도 소품인 정물화에 비해 대형이다. 꽃 그림이 타인을 위한 염원을 담은 그림이라면 산 풍경은 작가 자신을 내면화한 자화상이다. 사시사철 변화무쌍하지만 늘 한 곳에서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산의 우직함에서 작가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다.

“평생 화가의 자리를 변함없이 지켜가는 내 모습이 산 그림에 담겨져 있다.”

꽃 정물화와 산 풍경 작품은 한 작가의 작품이라 하기에 화풍이 확연하게 다르다. 꽃 정물화에서 채웠다면 산 풍경에서는 비운듯 보인다. 꽃 정물화에서 타인에 대한 사랑의 마음들을 차곡차곡 쌓아 올렸다면 산 풍경에서는 작가의 내면을 순수 상태로 비워낸다. 색의 유희를 한껏 즐긴 정물화에서 서양화의 향취가 가득하다면 단색으로 실루엣만으로 표현한 산 풍경에서 동양화의 아우라가 스며난다. 동양화 특유의 농담조절도 자연스럽게 스며있다.

“서양화를 그리지만 동양화에서 맛보았던 동양적인 감성이 서양 물감을 통해 깊이로 드러난 것 같다.”

붓으로 시작해 나이프로 작업 도구가 변화를 거듭하고, 동양화 대신 서양화에 탐닉하면서도 소재와 구성에서 예상을 깨는 면모를 보여주는 그녀. 이는 작가 특유의 성정으로부터 왔다. “나는 남들이 안 하는 다른 방향으로 가고 싶어하는 성질이 있다. 앞으로도 그러한 태도로 나만의 조형세계를 만들어가고 싶다.”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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