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훔쳐본다
텅 빈,
하얗게 텅 빈,
더이상 말이 필요 없는 우리를,
더이상 부끄러움을 모르는 우리를,
눈빛 하나로 강을 건널 수 있는 우리를.
저 너머
아무것도 모르고 아무것도 아닌 우리를.
◇유혜경= 1958년 서울生. 강원도 원주에서 詩作활동중. 서울동덕여고 졸업. 원예학, 국어국문학, 힌디어 힌디문학사 공부. 저서: 자전적 에세이 <그림자이야기>, 운명의 수레바퀴를 굴리며 노마드로 살아가는 자유로운 영혼 등.
<해설> 텅 비어버린 허공 중에서 누군가 내려다보는 것을 느낀 순간, 우리는 누가 뭐라지 않아도 순한 양이 된다.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 하나로도 하나가 될 수 있는 우리는 보이지 않은 힘으로 인해 서로에게 손을 내밀기도 한다. 그렇게 인연에 끈으로 엮여 사는 우리. 누군가는 보고 있다. -정광일(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