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보리밥 비벼 허기진 배 채우고
흥얼거리는 콧노래는 모자라
보릿대 꺾어 피리를 불던 내가
이브를 기다리고 있다
내가 기다리던 이브는
어쩌면 세파에 시달리어
수줍음 잃어버릴지도 모른다
살색이 이루었다고 다 이브일 수는 없겠지
알몸으로 태어나 앙가슴 후버 파기까지
두려움조차 풋내로 씻어내야 되겠지
바람 앞에 순종하는 보릿대 사이에
나른하게 누운 여자
내가 부는 보리피리 소리에
온몸의 잔털들 바람 부는 쪽으로
일제히 누었다 다시 일어난다
◇오상직= 경북 의성 출생. 아시아문예 가을호/2014 신인상으로 데뷔, 한국문인협회 회원,시집 : 달빛소나타 .
<해설> 초록이 가득찬 보리밭을 바라본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감성은 남다르다. 이삭이 팰 시기를 앞둔 보리밭은 모든 상상력을 풀어 헤치기도 하는데 막상 이브의 수줍음과 두려움까지 생각했으랴. 시인의 낯설고 뛰어난 순발력에 거듭 읽어 공감한다. -정소란(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