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면허 강탈법’ 누구를 위한 것인가
‘의사 면허 강탈법’ 누구를 위한 것인가
  • 승인 2021.03.21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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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대호 대구시의사회 재무이사 황금빛 학문외과 원장
"김OO씨, 2022년 O월에 예약된 수술은 교수님 사정으로 진행이 불가합니다." OO암 수술을 곧 앞두고 만반의준비를 하던 김씨에게 날벼락 같은 소식이 들려왔다. 부리나케 병원에 전화를 건 김씨에게 간호사는 그의 담당 교수가 2021년 스쿨존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로 민식이 법의 적용을 받아 금고형과 동시에 선고 유예 판결을 받았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교통사고? 그게 내 수술이랑 무슨 상관이야?’라고 생각하던 찰나, 그의 머리 속에서 옛날에 본 신문 기사가 하나 스쳐 지나갔다. 2021년 일명 ‘의사 면허 강탈법’이 여당 주도로 국회에서 제정되어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의사들은 면허가 박탈된다는 내용의 기사였다. ‘아뿔싸. 내 담당 교수가 교통사고로 의사 면허를 박탈당했구나.’ 그제 서야 김씨는 본인과는 상관없는 일이란 생각에 해당 법안 통과에 관해 무심하게 넘어갔던 자신을 후회한다. 하지만 김씨가 후회한다고 해도 바뀌는 것은 없다. 해당 분야의 최고 권위자에게 수술을 받는다는 희망만으로 버텨왔던 김씨는 당장 수술을 받을 수 없다는 사실에 억장이 무너져 내렸다.

지난 2월, 여당은 “미성년자 성폭행범에게 딸의 진료를 맡길 수 있을까요?”라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일방적으로 의료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 때, 여당이 내세운 의료법 개정안은 ‘중대 범죄’를 저지른 모든 의료인의 면허를 취소하자는 법안이다. 여당의 주장대로 이 의료법 개정안이 ‘중대 범죄’로 판결이 난 의료인의 면허 취소에 대한 법안이라면 나는 전혀 반대할 생각이 없다. 그러나 실상은 달랐다.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인 일명 ‘의사 면허 강탈법’은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모든 경우 의료인의 면허를 취소하고, 형을 처분 받은 기간에 더해 최대 5년까지 면허 재교부를 금지하는 내용이다.

법 개정은 입법 취지를 좀 더 잘 집행하기 위해 사회의 요구에 따라 개정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렇다면 위의 의료법 개정안은 이에 해당하는가? 나의 대답은 ‘아니오’이다. 의료법의 목적은 ‘국민 건강 증진’이다. 아무런 조건 없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의료인의 면허를 제한한다면 의료인에게 양질의 진료를 받을 국민의 권리가 침해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법안으로 인해 의료인들의 사명감이 저하되어 그 피해 또한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미치게 될 것이다. 즉, 의료법 개정안은 국민건강증진을 목적으로 하는 의료법 취지에 반대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한 중국집 주인이 교통사고로 금고형을 받게 되어서 중국집을 문 닫아야 하고 5년간 개설을 할 수 없다고 가정하자. 이는 기본적으로 평등원칙과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반되고,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하며, 적정성의 원칙에도 위배된다는 문제점이 있다. 면허 교부 결격사유는 준법의식에 문제가 있는 사람을 배제해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려는 취지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법제처 ‘법령 입안?심사 기준’에 보면 형사 처벌을 받은 사실이 면허 교부 결격사유로 과잉규제가 되지 않도록 범죄의 종류를 해당 자격이나 영업과 관련되는 범위로 한정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교통사고와 음식 판매가 어떤 관련이 있을까? ‘의사 면허 강탈법’이 통과되어 교통사고로 인한 면허 강탈이 의료인에게 적용된다면 중국집 주인과 같이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되는 경우로 생각된다.

또한 모든 직종에 관계없이 개인의 기본권에 대한 제한은 심도 있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여당이 주장한 중대범죄가 진료에 영향을 미친다는 명분으로 인과관계도 불명확한 의료인의 기본권 제한은 전 국민의 기본권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여당이 여러 가지 문제가 있는 의사 면허 강탈법을 굳이 무리수를 두며 통과시키려는 저의가 무얼까? 송(宋)나라 때 지어진 《오등회원(五燈會元)》에서 유래한 양 머리에 개고기라는 뜻으로, 실제로는 그렇지 않으나 겉으로 그럴싸하게 허세를 부린다는 뜻의 ‘양두구육(羊頭狗肉)’이 떠오른다. 여당이 말하는 “미성년자 성폭행범에게 딸의 진료를 맡길 수 있을까요?”의 성폭력 범죄자에 대한 규제는 이미 존재해왔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성범죄로 형이 확정된 의료인은 10년 동안 의료기관을 운영할 수 없으며 취업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 이런 법을 모르고 여당 단독으로 개정 법안을 만들었다면 이는 자질의 문제이다. 만약 알고도 통과시켰다면 작년 공공의대 추진 실패로 구겨진 자존심 회복을 위해 의사 및 의료인을 길들이기 위해서 추진한 것이 아닐까. 이것도 아니라면 다음 달 치러지는 서울시장 및 부산시장의 선거 승리를 위해 의사들을 희생양으로 삼기 위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물론 내가 가진 생각이 틀렸길 바란다.

170석이 넘는 의석을 가진 더불어 민주당은 국회를 통과한 법안의 90%를 발의했다. 많은 법안을 발의하는 국회의원이 의정활동을 잘 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많은 법을 발의한다는 것이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다. 졸속으로 만들어진 법은 애꿎은 피해를 낳을 수 있다. 법은 규제이기 때문이다. “기업 경쟁력은 2류, 행정력은 3류, 정치력은 4류”라는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말이 생각나는 건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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