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종태 경영칼럼] 모두를 위한 소통능력과 과학적 사고
[배종태 경영칼럼] 모두를 위한 소통능력과 과학적 사고
  • 승인 2021.03.25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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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종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 전 중소기업학회장
대한민국은 해방 후 지난 76년 동안 산업화와 민주화를 거치면서 후진국에서 선진국으로 비약적 발전을 해왔다. 우리나라 기업들도 이제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과거의 모방과 빠른 실행 중심의 ‘추격자’에서 벗어나 창의와 혁신을 바탕으로 한 ‘선도자’로 바뀌어야 한다. 이러한 성장과 발전을 위해서는 물론 우리 사회와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의 모습도 달라져야 한다.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필자는 기업 경영자들을 만나면 대학에서 어떤 역량과 자질을 갖춘 인재를 키워주면 좋겠는지 질문을 하곤 한다. 여러 응답들 중에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이 이 ‘소통능력’과 ‘분석능력’이다. 즉 논리와 스토리, 감성과 공감을 바탕으로 상대방의 말을 잘 알아듣고 또 자신의 생각을 명확하게 잘 표현할 수 있는 (소통능력) 사람, 그리고 많은 데이터나 정보를 바탕으로 과학적·합리적 분석을 통해 현상을 제대로 파악하고 결과를 도출할 줄 아는 (분석능력)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뿐 아니라 다른 나라들도 새로운 교육 방향으로 여러 영역의 기본 지식 습득과 함께 창의성, 소통능력, 분석능력을 가진 사람들을 키우는데 역점을 두고 있다. 우리나라 대학 입시의 주요 과목들을 보더라도 국어와 영어는 소통능력과 관련이 있고, 수학과 탐구(특히 과학탐구)는 분석능력과 연관이 있다.



◇ 품격사회의 기본, 소통능력

국어와 영어 등 언어교육의 핵심은 읽기, 쓰기, 말하기, 듣기이고, 이러한 기본 스킬들은 모두 의사소통을 잘 하기 위해 필요한 역량들이다. 그리고 이러한 역량들을 바탕으로 스토리와 논리가 있는 내용이 전달될 때 의사소통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진다.

그렇지만 소통은 단순한 대화가 아니다. 소통은 이러한 읽기, 쓰기, 말하기, 듣기의 기본 역량들을 바탕으로, 타인의 입장과 생각을 객관적 관점에서 잘 알아듣고,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 그리고 질문하고, 토론하고, 막힌 것을 뚫어 합의를 이끌어 가는 총체적 과정이다. 소통(疏通)이란 말의 의미가 ‘막힌 것을 뚫는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그리고 사회에서 이러한 소통능력을 어떻게 키울 것인가? 초중고 및 대학 교육에서 소통능력을 더 키워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동의하고 있고, 또 교육혁신을 이야기할 때마다 이러한 방향으로 많은 시도들이 있었다. 그리고 생각보다 성과가 미흡하지만 여러 영역에서 어느 정도 진전도 있었다. 그렇지만 여전히 교육현장에서는 입시 위주, 주입식 교육에 밀려 이러한 교육과 실천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소통능력과 공감능력의 부족은 우리 사회에 심각한 분열을 야기하고 증폭시킨다. 초중고 및 대학 교육에서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들에게 소통능력을 키울 수 있는 여러 형태의 프로그램, 교육, 문화, 운동이 필요하다. ‘모두를 위한 소통능력’이 필요한 시대다. 소통은 품격사회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 선진사회의 바탕, 과학적 사고

소통이 상호간의 ‘생각’을 서로 이해하고 나누는데 초점이 있다면, 사람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그러한 생각을 하게 되는 가도 중요하다. 당위론적으로 보면, 사람들이 합당하고 합리적인 과정을 통해 올바른 생각을 갖도록 하는 것도 중요할 것이다. 모든 지식이나 인성 교육은 사람들이 이러한 올바른 생각, 능력, 태도를 발전시키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동양과 서양의 발전을 비교한 많은 연구들에서는 동양이 서양보다 뒤진 이유를 수학과 과학에서 찾고 있다. 미국이 세계 최강국이 된 배경에는 개척정신, 민주주의 등 여러 요인들이 있었지만, 뛰어난 ‘과학기술력’이 큰 역할을 했다. 미국은 역대 노벨과학상 수상자의 거의 절반을 배출하고 있으며, 첨단기술을 바탕으로 새로운 산업을 창출하고 선도하고 있다. 하버드대, 스탠포드대, 캘리포니아공대, MIT 등 유수의 대학들이 많은 노벨과학상 수상자를 배출했고, 교육과 연구개발을 통해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그렇지만 미국의 이러한 역동성의 기반에는 과학기술력 자체뿐만 아니라 ‘과학기술에 대한 교육’과 ‘과학적 사고를 기반으로 하는 의사결정?합의도출 시스템과 문화’의 힘도 컸다. 미국 유수대학들의 교과과정에서는 모든 전공의 학생들에게 과학교육을 의무적으로 시키고 있다. 미국 과학문화단체인 미국과학진흥협회(AAAS)에서는 국민들의 과학적 소양 증진을 위해 ‘2061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데, 이 프로젝트의 슬로건은 ‘모두를 위한 과학’(Science for All)이다. 모든 시민들이 과학적 소양을 가지게 하고 이를 통해 과학적 사고를 바탕으로 더욱 건강한 사회를 만든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여러 정치적·사회적 이슈들에서 과학적 사고가 실종된 판단과 주장, 그리고 이에 대한 맹목적 동조로 인해 사회적으로 큰 상처와 낭비를 겪은 경험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미 명백한 과학적 사실로 판명된 것조차도 외면하고 자기에게 유리하다고만 생각되는 미확인된 정보나 신념에 의존해서 강한 주장을 하고 상대방의 말은 묵살한다. 그러다 보면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간의 소통은 더욱 요원해진다.

뉴욕대학의 애스워드 다모다란 교수는 ‘이야기와 숫자’(Narrative and Numbers)’라는 책에서 스토리텔링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야기는 소통능력을, 숫자는 과학적 사고를 연상 시킨다. 우리 사회에서 진정한 소통과 과학적 사고가 힘을 얻을 때, 우리나라는 더욱 품격있는 선진사회로 발전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노력의 기반에는 사회적 신뢰가 기반이 되어야 할 것이다. 과학적 사고에 기반한 소통의 향상, 이것이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무엇보다도 절실히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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