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까치의 사냥법 - 나는 어떠한 분장을 하고 있는가
때까치의 사냥법 - 나는 어떠한 분장을 하고 있는가
  • 승인 2021.04.15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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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후섭 대구문인협회장·교육학 박사
일전 텔레비전 채널을 돌리다 보니 갱(gang)이 등장하는 영화가 방영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다른 곳으로 돌리려 하는데 ‘때까치라는 새가 있는데 말이야, 그 새는 뱀도 잡아서 가시에 꽂아놓고 천천히 뜯어먹는다고 해!’하는 대사가 나왔습니다. 아마도 같은 갱들끼리 상대방에게 겁을 주기 위한 대사 같았습니다. 그리하여 잠시 보다가 곧 텔레비전을 끄고 ‘때까치’를 찾아보았습니다.

때까치는 참새보다 조금 더 큰 정도입니다. 그런데도 참새를 잡아먹습니다. 그것도 잠시 방심한 틈을 타서 상대방의 허(虛)를 찌릅니다. 색깔도 참새와 거의 비슷합니다. 다만 눈 둘레에 가로로 검은 띠를 두르고 있어서 분장한 인디언 전사들이나 갱들의 모습을 떠올리게 합니다.

인디언 전사들이 싸움에 앞서 분장을 하는 모습을 영화에서 더러 볼 수 있습니다. 얼굴에 붉은 색을 바르기도 하지만 눈 둘레에 가로로 검은 색을 발라 무시무시한 느낌을 주도록 꾸밉니다. 이 검은 색은 상대방에게 위압감을 주기도 하지만 강렬한 햇빛 속에서 눈부심을 막아주는 선글라스 역할도 하지 않을까 합니다.

그렇다면 때까치는 태어날 때에 이미 선글라스에 해당하는 검은 띠를 두르고 태어났으니 인간보다 더 진화한 동물일 수도 있을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고 보면 인디언이나 야구 선수들이 이 때까치의 모습을 따라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때까치는 참새인 척 하고 참새들과 어울리다가 공격하기 좋은 순간이 오면 순식간에 태도를 바꾸어 목을 공격합니다. 정확하게 목을 문 다음 좌우로 흔들어 댑니다. 그리하여 목을 부러뜨리고 맙니다. 급소(急所)가 어디인지를 아는 것입니다.

때까치는 작은 크기임에도 불구하고 개구리와 물고기는 물론 자신과 거의 같은 크기의 쥐와 다른 조류(鳥類), 심지어는 뱀까지 두루 잡아먹어서 ‘귀여운 학살자’ 또는 ‘백정새(butcherbird)’로 불리기도 합니다.

때까치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 일본, 사할린 등지에 주로 서식하는데, 최근 낙동강유역환경청은 경남 창원 주남저수지에 대한 생태계 변화관찰 과정에서 이 때까치의 사냥 모습을 촬영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 사진 속에는 때까치가 참새의 목을 공격한 다음 좌우로 흔들어 숨지게 하는 전형적인 사냥법이 생생하게 들어있습니다.

이에 대해 낙동강유역환경청은 ‘조금은 잔인해 보일 수 있지만, 생태계 먹이사슬 측면에서 주남저수지가 건강한 야생의 모습을 잘 간직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증거라고 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때까치는 먹이사슬의 최상위 그룹에 포진되어 있습니다. 때까치가 물고기를 잡는 모습도 매우 교묘(巧妙)합니다. 우선 냇가의 돌멩이나 나뭇가지에 앉아서 물고기의 동정을 살피다가 빛의 반대방향으로 순식간에 부리를 들이밀어 물고기를 낚아챈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물고기는 이들 때까치를 보지 못하는 상태에서 잡히고 마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때까치의 잔인한 습성은 먹이의 처리 과정에서 독특하게 나타난다고 합니다. 대체로 그 자리에서 먹어치우거나 새끼에게 물어다 주지만 특히 수컷의 경우는 포획한 먹이를 가시나무에 꽂아놓고 두고두고 먹을 뿐 아니라 암컷을 유혹하는 데에 사용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눈에 잘 띄지 않는 은밀한 곳에 있는 가시나무를 선택하여 먹이를 보관하고 노래를 불러 암컷에게 먹이가 있음을 과시합니다. 그러면 많은 암컷들이 먹이를 넉넉히 가지고 있는 수컷에게 마음을 연다고 합니다.

대부분의 수컷 새들은 이와 비슷한 유인체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사람이나 새나 모두 부지런해야 하고, 또한 자신만의 생존 수단을 가져야 한다는 교훈을 주는 예(例)입니다. 참으로 오묘한 세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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