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안 드는 선거법으로 개정해야
돈 안 드는 선거법으로 개정해야
  • 승인 2021.05.17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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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열 대기자·전북대 초빙교수
서울과 부산에서 벌어진 보궐선거는 국민의 관심이 총집중된 선거였다. 한국을 대표하는 두 도시라고 하지만 임기 1년밖에 남지 않은 지방선거일 뿐이어서 여야가 사생을 결단할만한 선거는 아니었다. 더구나 여당의 입장에서는 수많은 악재가 겹쳐 있었기 때문에 구태여 공천후보를 내세울 필요가 없었다. 당헌당규에 이미 ‘자당의 잘못으로 재·보궐선거가 치러질 경우에는 후보를 내지 않는다’는 명문규정까지 가지고 있었기에 야당끼리 알아서 싸우도록 내팽개쳐 뒀더라면 아무런 탈이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왜 후보를 냈을까.

친문세력의 오판 때문으로 분석된다. 문빠라고도 하고 대깨문이라고도 부르는 이른바 친문세력은 조국사태 이후 자기최면에 걸린 듯 국민은 자신들의 주장에 따라온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10만도 안 되는 조국수호 집회를 “딱 보니 100만이더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으니 그럴 만도 하다. 모든 사물을 오직 자기의 생각대로만 유추하는 사람을 우리는 청맹과니라고 부른다. 눈을 뜨고도 보지 못하니 어떤 판단을 하더라도 오판일 수밖에 없다. 보궐선거에 임하는 여당 역시 이들의 강경 주장에 휩쓸려 질질 끌려갔다.

결과는 대패. 대선을 1년 앞둔 시점에서 중간평가는 O점으로 떨어졌다. 선거야 원래 이기고 지는 게임이라 다른 때 같으면 씁쓸한 술 한 잔 마시고 잊어버리면 된다. 그러나 이번 선거는 다르다. 가덕도 특별법까지 만들어가면서 대통령이 직접 나섰던 선거인데 참패했다. 레임덕이 가속화할 것이라는 징후가 나온다. 장관으로 지명되어 청문회만 거치면 보고서 채택이야 되던 말든 30명이 넘는 인사가 임명장을 받았는데 이번에는 박준영후보자가 아내의 도자기 밀수 구설에 휩싸이며 낙마했다. 자진사퇴로 발표했지만 청와대의 뜻이다. 여당 초선들이 들고 일어나 2인 사퇴를 압박했으나 1인으로 축소한 레임덕 1호다. 공수처는 권력을 때려잡는 부처로 모두 알고 있는데 느닷없이 서울교육감 조희연의 특별채용을 1호수사로 발표했다. 언론에서는 이를 난센스로 평가한다. 레임덕과 공수처의 1호가 공교롭게도 여론과 동떨어졌다. 이런 가운데 여야 모두 지도부가 개편된다. 여당은 완료되었고 야당은 당대표만 새로 뽑으면 된다. 이들이 내년 대선과 지방선거를 치러낼 장수(將帥)들이다.

선거에 의해서 권력지평이 이동하는 것이어서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선거를 준비하는 특별팀이 공개적 또는 비밀리에 존재한다. 여당은 발 빠르게 대선준비생들이 출사표를 던진다. 야당은 아직 이렇다 할 뚜렷한 인물의 등장이 없다. 주목을 받는 사람이 꼭 후보에 뽑히는 것은 아니지만 젊은 정치인의 과감한 등장을 바라는 마음은 누구에게나 똑 같다. 외국에서는 30대의 젊은 여성이 총리로 나왔고 프랑스 마크롱 역시 40이 되기 전에 대통령에 당선돼 세계의 정치판을 뒤흔들었다.

한국에서도 40대기수론으로 등장했던 김영삼과 김대중이 끝내 대권을 손에 쥐었다. 이들의 기득권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돈과 조직’이라는 거탑(巨塔)을 까부셔야 하는데 쉬운 일이 아니다. 선거법은 기득권자들의 협잡으로 자기네 유리할 대로 만들어졌다. 이번 보선에서 드러났지만 내로남불, 위선, 무능이라는 말조차 사용불가로 선관위가 고시했다. 특정정당과 후보를 유추할 수 있다고 해서다. 선거법에 그런 조항이 있기에 안 된다고 한 것이다.

선거법은 후보자를 알리는 벽보와 현수막을 후보자가 제작하여 선관위가 게시 배포하고 있지만 그 외에도 투표를 독려하는 현수막은 정당과 시민단체 일반국민들도 개수 제한 없이 달 수 있게 되어있다. 참으로 불필요한 조항이다. 선거는 돈이 많이 드는 행사지만 불필요한 낭비는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 후보를 알리는 일은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찾아야 하며 돈이 적게 드는 게 우선순위가 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보자. 과거에는 합동유세가 있었다. 후보자 전원이 참석하여 대운동장에서 수많은 청중을 상대로 자기의 공약을 발표하고 정책을 설명한다. 후보자 얼굴도 모르는 대부분의 유권자에게 선을 뵈는 날이기도 하다. 큰 정당후보가 조직과 돈으로 청중을 동원하기 때문에 소정당이나 무소속은 불합리하다는 이유로 폐지되었다. 그 대신 아무 곳에서나 개인연설은 무한정 허용된다. 그래서 선거는 축제분위기가 사라지고 유세차량만 골목길까지 돌아다니며 듣지도 않는 청중을 향하여 목소리를 높인다. 한국식 선거의 세계화를 이룰 수 있는 합동연설회를 부활시켜 선거축제가 되도록 연구해볼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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