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이 친히 언문(諺文) 28자를 창제했다
임금이 친히 언문(諺文) 28자를 창제했다
  • 승인 2021.10.07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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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규
대구예임회 회장, 전 중리초교 교장


올해는 575돌 한글날이다. 최근 <미나리>의 국제 영화제 수상과 ‘방탄소년단’의 세계적 인기가 한글에 대한 외국인들의 높은 관심으로 나타나고 있다.

국어기본법 20조(한글날)에는 ‘정부는 한글의 독창성과 과학성을 국내외에 널리 알리고 범국민적 한글 사용을 높이기 위하여 10월 9일을 한글날로 정하고, 기념행사를 한다.’고 되어 있다.

한글날은 1926년 음력 9월29일에 ‘가갸날’로 시작되었다. 그러다가 3년 후에 ‘한글날’로 명칭이 바뀌었다. 해방이 되어 1946년에는 10월 9일로 확정이 되고 처음으로 공휴일이 되었다.

10월 9일로 한글날이 확정이 된 데는 1940년대 안동에서 『훈민정음해례본』이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그 책에는 ‘세종28년 9월 상한(上澣)에 훈민정음을 반포했다.’는 내용이 있어서였다. 당시 음력 9월 상한(상순)을 양력으로 환산하니 10월 9일이 된 것이다.

세종실록 25년 12월 30일에 ‘이 달에 임금이 친히 언문(諺文) 28자를 창제하였다. 그 글자가 고전(古篆)을 모방하고, 초성·중성·종성으로 나누어 합한 연후에야 글자를 이루었다. 모든 문자에 관한 것과 이어(俚語)에 관한 것을 모두 쓸 수 있다. 글자는 비록 간단명료하지만 전환하는 것이 무궁하니 이것을 훈민정음(訓民正音)이라 한다.’는 기록이 있다.

‘언문(諺文)’이라는 말을 대부분의 사람들은 ‘상놈의 글’이라고 알고 있다. 그런데 문헌을 살펴보면 그것은 잘못된 상식이다.

『대학(大學)』 수신에 ‘언유지왈(諺有之曰)….’이라는 말이 나온다. ‘언(諺)에 가라사대….’이라는 뜻이다. 이때의 언(諺)은 절대 낮춰서 한 말은 아니다. 성현의 말씀이거나 속담의 의미이다. ‘말씀 언(言)’과 ‘선비 언(彦)’이 합하여 이루어진 형성문자인 언(諺)은 선비의 말씀이다.

고전(古篆)은 도장에 흔히 보이는 옛 한자글씨체이다. 모방했다고 하는 것은 글자체가 닮았다는 것이지 내용을 베꼈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어(俚리語)는 방언, 사투리, 속된 말을 일컫는다. 언문(諺文)과 이어(俚語)는 상대가 되는 말이다. 한자 대신 백성들에게 널리 사용 될 표준어로 만든 우리 글자가 언문이다.

세종 25년 12월 30일에 ‘훈민정음(訓民正音)’의 명칭이 실록에 최초로 나왔다. 이후 언문과 훈민정음의 명칭은 함께 사용되었다. 세종실록 26년 2월 20일에는 집현전 부제학 최만리 등의 상소가 있었다. ‘소리를 사용하고 글자를 합한 것이 모두 옛 글자에 위배된다.’는 최만리의 상소에 대하여 세종대왕은 당위성을 말한다. 설총이 이두를 만든 것도, 임금인 내가 언문을 만든 것도 모두 백성들이 살아가는데 편리하도록 함에 있다. “그대들은 운서를 아는가?,”하고 되묻기도 하였다.

‘언문을 새롭고 기이한 하나의 기예(技藝)’라는 상소에는, 내가 늘그막에 날을 보내기 어려워서 책으로 벗을 삼을 뿐이다. 내가 옛것을 싫어하고 새롭고 기이한 것을 좋아한다고 했는데 그렇지 않다. 세종대왕의 애민정신과 많은 독서가 결국 언문을 만들었다. 훈민정음을 창제한 것이다.

국보이고 유네스코 기록유산인 『훈민정음해례본』에는 한글(훈민정음)의 창제 목적과 원리를 밝힌 ‘예의’와 ‘해례’로 구분되어 있다. 내용이 너무 놀랍다.

세조부터 연산군대의 문신 성현(成俔)도 『용재총화』에서 ‘세종대왕이 언문청을 설치하고 신숙주와 성삼문에게 명을 내려 언문(諺文)을 만들게 했다. 언문은 다섯 소리로 구별하니 어금닛소리, 혓소리, 입술소리, 잇소리, 목구멍소리이다. 비록 배우지 못한 부인네라도 환하게 깨닫지 못하는 사람이 없으니, 세종대왕의 창의성은 보통 사람의 생각으로 미치지 못한다.’고 하였다.

요즘 빠르게 변하는 세계화 때문에 외래어, 줄인 말, 속어 사용으로 일상생활에 불편한 경우가 더러 있다. 국어기본법에 ‘국어능력’은 국어를 통하여 생각이나 느낌 등을 정확하게 표현하고 이해하는 데에 필요한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로 되어 있다. 좀 더 쉽게 듣고, 곱게 말하고, 좋은 글을 읽고, 바르게 쓰는 것이야 말로 한글을 사랑하는 것이리라.

모든 국민들이 세종대왕의 위대한 한글 창제의 뜻을 알고, 국어를 잘 보전하여 후손에게 계승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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