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가정 내 아동학대 사건을 바라보며
연이은 가정 내 아동학대 사건을 바라보며
  • 승인 2022.02.03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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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견숙 경북대학교사범대학 부설초등학교 교사
지난 12월 초등학생이 경찰에 자신의 부모를 아동학대로 신고한 사건에 대한 기사를 보았다. 태어나자마자 입양된 그 아이는 초등학교 3학년 무렵부터는 가족과 떨어져 난방조차 되지 않는 원룸에서 영하의 날씨에도 찬물로 씻었고, 제대로 된 밥도 먹지 못하고 지냈다. 홈카메라가 설치된 방 안에서 아이는 수시로 부모의 감시와 욕설을 듣고 살았다. 아이의 부모는 재판에서 아이가 잘되라는 마음에서 ‘나가 뒈지라, 뛰어내려라’는 훈육을 했으며, 아이를 보호하기 위하여 원룸에서 키웠다고 진술하였다. 슬픈 일은 이 아이의 아동학대에 대하여 2017년 학교 교사의, 2019년 아동보호기관의 신고가 거듭 경찰에 접수되었음에도 지속적으로 자행되었던 사건이라는 점이다.

정인이 사건 이후 아동학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촉발되었음에도 아동학대 사건들은 현재진행형이다. 생후 2개월 된 아이가 갈비뼈 여러 곳이 부러져 사망에 이르고, 체중이 늘었으니 살을 빼라며 학대를 자행하는 등 가정에서의 아동학대는 몇 년 사이에 빈번한 뉴스거리다. 사실 이러한 현상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만은 아니다. 해외의 많은 연구에서는 코로나 이후 아이들이 가정 내에서 보내는 시간이 크게 늘어나면서 가족 간의 스트레스 문제가 발생하는 현상을 심각하게 바라본다. 국내외 여러 연구들은 가족 간 갈등이나 스트레스의 상황이 가정폭력이나 아동학대의 위험을 증가시킴을 밝히고 있다.

실제로 보건복지부에서 펴낸 2020년도의 아동학대 주요통계에 따르면 82.1%의 학대행위자가 피해아동의 부모로 밝혀졌으며, 학대가 가정 내에서 발생한 사례가 87.4%에 이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86.5%의 아동이 원가정에 계속 있거나 결국 가정으로 복귀하고 있다. 학대피해아동쉼터 등의 보호 이후에도 38%가 넘는 아이들은 원가정으로 돌아가게 된다. 또한 안타깝게도 학대 아동이 재학대를 받은 경우의 95.1%의 학대행위자는 부모였다. 혼자서는 자립할 수 없는 아동이 부모에게 돌아가는 것이 어쩔 수 없는 상황이기에, 학대 부모에 대한 지속적인 조치가 필요한 현실을 알 수 있다.

정인이법 이후로 두 번 이상 신고 된 피해 아동에게 멍, 상흔 등이 발견될 때는 즉시 해당 아동을 72시간 동안 응급 분리하는 등 아동학대 신고지침은 긴급히 개정되었다. 더불어 지난 28일부터는 사회보장급여법에 따라 학대 위기에 처한 아동에 대한 정보를 학교에 제공할 수 있게 된다. 이는 학생 이름, 생년월일, 주소 등의 개인 정보와 최근 3년간 골절이나 탈구, 우울증 등의 의료급여 사항 등 학대 피해와 관련한 근거자료에 대한 내용이다. 학교에 이러한 아이들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것은 재학대 예방이나 상담 등의 측면에서 필요한 점이 있겠지만, 실제로 교육기관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신고 외에 없다는 점에서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

학교의 장과 종사자는 아동학대에 대한 미신고시 1,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 받는 신고 의무자다. 사유 없이 2일 이상의 결석 시 가정을 방문하고, 의심사례 발견 시 112와 아동보호 전문기관에 지체 없이 신고하여야 한다. 또한 학교는 학생이나 학부모, 교직원 대상의 아동학대 예방교육과 홍보, 비밀 전학 지원 등의 의무사항이 있지만 위기학생에게 신고 외에 직접적으로 부여받은 권한은 미미하다. 지금까지의 예방활동과 더불어 앞으로 제공될 학대 위기 아동에 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학교담당자, 담임교사 등이 아이를 어떻게 지원할지에 대한 지침도 필요하리라고 본다.

더불어 신고 이후, 혹은 사안 종료 후 아이가 가정에 복귀되었을 때의 처리도 중요하게 되돌아봐야 할 문제다. 학대아동의 발견과 예방도 중요하지만 그 이후의 과정도 민감성을 가지고 처리되어야 할 것이다. 정인이 역시 세 차례의 아동학대 신고를 받고도 양부모에게 돌아갔으며, 스스로 부모를 신고한 초등학생 역시 세 번째 신고다. 재학대도 빈번하다는 통계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학대신고는 정말 중요하지만, 작년부터 연이은 법적 개정이 의심사례의 신고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검토도 필요하다. 더불어 아동학대의 문제는 경찰 등 특정 기관에서만 전담하여 해결할 수 없는 사회문제인 만큼, 아동학대와 연관되어 있는 기관 간의 유기적인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것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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