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한으로 살아왔다
짓밟힌 질경이처럼
험한 풍랑 눈 귀 막고
숨죽이며 견뎌왔다
새 시대 는개 걷힌 날
꽃향기 나를 깨운다.
물풀이 되감기듯
허리 못 편, 이 고뇌
살을 에는 동지섣달
목숨 지켜 걸어왔다
뒤틀린 덩굴을 풀듯
훌훌 털고 가고 싶다.
◇장식환= 1939년 경북 경주 출생. <중앙일보>, <매일신문> 신춘문예 시조 당선.
<해설> 꼬이고 꼬인 삶이라는 굴레, 우리가 끝없이 행진하는 것은 어쩌면 그 꼬인 매듭들을 풀기 위한 절차가 아닐까? 어쩌면 평생 풀지 못할 숙제는 아닐까? 그래도 끝까지 완주하는 것이 인생사이다.
-정광일(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