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긱 경제’ 속 프리랜서로 ‘디지털 노마드’의 삶 준비를…
‘긱 경제’ 속 프리랜서로 ‘디지털 노마드’의 삶 준비를…
  • 윤덕우
  • 승인 2022.02.22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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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청년입니다] - (3) 미래 일자리 방향
정유영대표커피숍에서디자인작업
정유영 대표가 지역청년과 함께 커피숍에서 디자인 작업을 하고 있다.

청년들이 지방도시를 바라보는 관점은 ‘자연환경이 주는 평화와 여유로움’, ‘급격한 인구감소에 따른 인프라 붕괴와 그 여파’ 크게 두 가지이다. 요약해 보자면 주변 환경이 주는 안락함과 편안함은 좋지만, 인구가 많지 않은 근본적인 문제 때문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나 기회가 적어 청춘을 살아가기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필자가 만난 대다수의 평범한 청년들은 이야기한다. “지방에서 살고 싶어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는 것 같다”라고 말이다. 돌이켜 보면 학창 시절 12년 동안 지방도시에 대한 사실적 정보를 배운 적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또한 지방도시에서 가질 수 있는 직업에 대한 배움도 없었고, 할 수 있는 도전에 대한 배움도 없었다.

그동안 각 지방도시는 인구감소에 대한 대응책으로서 청년 인구를 유지하고 늘리는 것에 집중해 왔다. 그러면서 청년들에게 해당 도시가 ‘당신의 꿈의 무대로서 매우 적합하다’라는 논리로 청년정책을 펼쳐왔다. 이 과정에서 지방도시들은 경쟁적으로 각종 설득력 있는 자료와 매력적인 유인책을 마련하느라 동분서주 해 왔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청년들이 마주한 ‘일과 삶의 패러다임 변화’는 지방도시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에도 새로운 청년정책마련과 전략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코로나가 바꿔놓은 세상
세계 원격·재택근무 보편화로
프리랜서 시장 나날이 성장
이들 위한 특화서비스 구축

▷ 코로나가 우리의 삶을 바꿔 놓았듯이 일의 방식도 많이 달라졌다.

코로나 이후, 이전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근무형태인 재택근무가 보편화되었고 사람들은 점차 원격근무 방식에 적응해 나가고 있다. 이와 더불어 프리랜서 시장도 나날이 성장해 나가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 경제활동인구 100명 중 14명이 프리랜서라는 통계자료가 발표된 바 있다. 이후 은행권에서는 프리랜서를 핵심 고객으로 급부상시켜 이들을 위한 특화 서비스를 앞다퉈 구축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프리랜서 인력을 서로 연결해주는 온라인 인력시장 플랫폼인 업워크(Upwork)을 운영하는 미국 실리콘밸리 소재 벤처회사의 대표 하이든 브라운(Hayden Brown)은 이렇게 이야기 한다.

“팬데믹 이전에는 숙련된 전문가에 대한 인재 부족이 컸어요. 그런데 팬데믹을 겪는 동안 새로운 방법으로 인재를 활용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죠. 이제 전문가를 비롯한 프리랜서들은 비즈니스를 위해 원격으로 일합니다. 세상은 이제 전문가들과 함께 일할 수 있는 방법에 눈을 떴으며, 저는 이것이 지각 변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구조적 변화이고 우리는 코로나 이전의 세계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사람들은 지난 1년 반 동안 리모트 워크로 일하면서 새로운 습관을 만들고 오래된 습관을 깼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은 매일 출퇴근해서 동료들과 함께 일했던 평범했던 과거로 다시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이는 전문가, 프리랜서, 그리고 이들과 함께 일하고자 하는 기업 모두에게 해당됩니다. 실제 포춘 500대 기업의 30%가 Upwork와 같은 플랫폼을 사용하여 프리랜서를 고용하고 있습니다.”
 

일과 삶 패러다임 변화
디지털화로 세계 ‘긱 경제’ 이뤄
장소 상관없이 어디든 작업 가능
공장 지어 인구 유입은 시대 착오

▷ 청년들이 마주한 ‘일과 삶의 패러다임 변화’

그동안 고용의 유연화로 광범위하게 퍼져있으면서 노동환경 사각지대에 놓인 직업으로 평가되었던 비정규직과 임시직이 디지털화와 인터넷 플랫폼을 만나 ‘긱 경제(Gig Economy)’를 이루고 있다. 긱 경제는 필요할 때마다 필요한 사람과 임시 계약을 맺고 일을 맡기는 형태이다. 긱 경제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프리랜서 혹은 독립계약자라고 한다. 산업화 시대에는 간헐적으로 존재했던 프리랜서 형태가 일반화될 수 있었던 이유는 디지털화와 인터넷 플랫폼을 통해 일을 배분하는 것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이렇게 인터넷을 통해 연결되는 사람들을 ‘클라우드 워커(Crowd Worker)’라고 하며, 이러한 형태의 노동을 ‘플랫폼 노동’이라고 부른다.

과거처럼 공장을 짓고 산업단지를 만들어 청년인구를 유입하겠다는 지자체의 발상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고 볼 수 있다. 지방도시에 많은 고용을 창출할 만한 기업유치는 만무하다. 세계적인 흐름상 산업은 도시에서 직접 효과가 발생하며, 그것마저도 기계화로 인해 인력 고용은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실적 한계와 시대적 변화를 수용하여 청년들은 일과 삶의 패러다임 변화를 몸소 겪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디지털 노마드(Digital Nomad)이다. 디지털 노마드는 원시시대 먹거리를 찾아 방랑하던 유목민이라는 말에서 유래해 현대인을 일컬어 부르는 말로 인터넷 보급과 기술발전으로 물리적 장소의 구애를 받지 않고 어디든 삶의 터전으로 일한다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 표현이다. 일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면서 일과 삶의 균형을 찾아 주체적이고 자유로운 삶을 추구하는 청년들이 선택하고 있는 삶의 방식인 것이다.

요약하자면 오늘날의 청년들은 ‘긱 경제(Gig Economy)’라는 시스템을 통해 ‘프리랜서(Freelancer)’로서 ‘디지털 노마드(Digital Nomad)’의 삶을 살아가야 하는 환경에 놓여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경북 영천에서 로컬디자인 회사를 운영하며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살아가고 있는 정유영 대표(만복기획)의 사례는 청년들이 마주한 ‘일과 삶의 패러다임 변화’를 읽어나가는데 적절한 사례라고 보여진다.

 

자신만의 스타일로 경제활동을
모든것이 불확실한 팬데믹 시대
깨어있는 의식과 감각을 키워
스스로의 노동가치 존중해야

▷ 청년의 경제활동, 스스로의 노동가치를 존중하는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

정유영 대표는 대학을 졸업하고 서울의 한 기업에서 7년간 디자이너로 일했다. 그녀는 20대 시절을 정말 치열하게 보냈다고 회상한다. TV프로그램에 많이 쓰이는 자막과 특수효과, 실제 인물과 그래픽의 합성 등 모션그래픽을 주로 다루는 중소기업에서 근무했었는데, 제한 시간 내에 과업을 수행해야 하는 미션과 함께 시시각각 바뀌는 클라이언트의 작은 요구들까지도 모두 반영하여야 했기 때문에 일과 삶의 균형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고 한다. 연차가 어느 정도 쌓이고 업계에서 인지도가 높아질 무렵 그녀는 프리랜서를 선언한다. 시간에 쫓겨 하늘을 쳐다볼 여유조차 없었던 서울의 생활을 청산하고 고향인 영천으로 돌아가 자신의 이름을 걸고 일을 해보겠다는 결심에서였다. 스스로의 노동가치를 존중하고 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해 보자는 취지였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프리랜서의 삶도 평화롭지만은 않았다. 일은 꾸준히 들어와서 경제활동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전혀 프리하지 않은 프리랜서가 된 것이다. 미리 계획하고 있었던 온라인 프리랜서 마켓 플랫폼을 통한 작업 수주는 순탄하게 이루어졌기 때문에 별다른 문제는 없었다. 그런데 그뿐만 아니라 서울에서 함께 일했던 동료들로부터도 예상치 않았던 작업 의뢰가 끊이지 않았던 것이다. 그녀는 프리랜서로서 단순히 ‘일이 많다’라는 것은 행복한 비명을 지를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다고 한다.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1년 동안 프리랜서로 살았던 그녀는 프리랜서의 삶을 ‘이전보다 일과 삶의 경계가 더 불분명한 삶이었다’고 회상한다. 처음 프리랜서가 되었을 때는 시간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고, 눈치 볼 상사도 없어서 하고 싶은 건 뭐든 마음껏 할 수 있을 줄 알았다고 한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이것도 저것도 아닌 상황에 힘든 시간을 보냈다. 뿐만 아니라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동안 경력관리가 되고 있는지 늘 의문이었기 때문에 이전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또 다른 유형의 고민을 하게 됐었다고 말했다.

이런 고민의 시간을 보내다가 2019년에 1인 기업을 창업하게 되었고, 개인브랜딩이 아닌 회사를 브랜딩하기 시작하면서 점차적으로 일과 삶의 균형이 맞춰지고 본인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확고히 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지금은 2명의 직원을 고용한 어엿한 대표가 되었다. 그녀의 창업에는 많은 자원이 필요로 하진 않았다. 그래픽 디자인을 주로 하다 보니 컴퓨터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작업이 가능하기 때문이었다.

정유영 대표와 같이 깨어있는 의식과 앞서가는 감각을 가진 청년들은 지방도시에서 자신만의 스타일로 경제활동을 이어나감과 동시에 삶의 패러다임까지도 새롭게 바꿔나가고 있다. 어쩌면, 그동안 우리 사회는 지방도시에서 나고 자란 청년들에게 조차도 ‘일 할 곳을 찾으려면 대도시로 가야 한다’는 것을 암묵적으로 학습시켜 온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 본다. 지금 우리 사회는 위기의 시대이다. 기후의 위기, 팬데믹 위기, 인구의 위기, 대학의 위기, 청년의 위기 등 모든 것이 위기인 시대이다. 그 어디에도 정답은 없다. 모든 것이 불확실하고 안정적이지 못한 시대 상황에서 청년들의 경제활동은 스스로의 노동가치를 존중하는 새로운 형태로 변화되고 있었다. 청년들이 마주한 ‘일과 삶의 패러다임 변화’는 지방도시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미나-청년활동연구가
 

이미나 <청년활동연구가·교육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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