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마스크와 머거리 그리고 학우선 - 우리는 무엇을 써야하나
[대구논단] 마스크와 머거리 그리고 학우선 - 우리는 무엇을 써야하나
  • 승인 2022.03.10 20:5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심후섭 아동문학가 교육학박사 대구문인협회장
지금 우리는 입마개 세상에서 살고 있습니다. 거리에 나가면 모두가 입마개를 하여 얼굴을 잘 알아볼 수 없습니다. 식당에서도 밥 먹을 때를 빼고는 가능한 한 입마개를 벗지 말고, 대화도 가능한 자제하라는 주문을 받습니다. 그리하여 상대방의 의도나 심정을 그저 눈빛으로만 짐작해야 하는 상황이 되고 말았습니다. 만약 바람을 피하고자 모자까지 눌러쓰고, 선글래스를 끼면 더욱 얼굴을 알아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이런 사람을 해질녘 골목길에서 마주치면 겁이 날 정도가 됩니다.

얼굴가리개를 서양에서는 마스크(mask)라고 합니다. 이 말은 특히 중세 유럽에서 신분을 위장하기 위해 얼굴에 쓰는 모든 것을 일컫는 말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본래 얼굴이 아닌 가면(假面)을 만드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얼굴을 가리고 춤을 추면 가면무도회(mask ball)가 되는 것입니다.

‘가면을 쓰다.’라고 하면 인간의 본성을 감추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 됩니다. 이 말 뒤에는 거짓얼굴은 자신의 본능만을 위한 권모(權謀)와 술수(術手)를 행하기 쉽다는 암시가 들어있습니다. 이를 다룬 영화로 짐 캐리가 주연한 ‘더 마스크(The Mask)’가 떠오릅니다. 평범한 은행원이었던 주인공은 우연히 고대 유물인 푸른색 마스크를 얻게 되어, 초인적인 능력을 가지게 되자 일탈을 일삼습니다. 이에 범죄 조직은 이 마스크를 손에 넣으려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습니다. 심지어는 착하기 그지없었던 주인공의 애완견 마일로마저도 이 마스크에 눈독을 들입니다.

물론 부득이하게 마스크로 신분을 위장하고 선행을 한 사람도 있습니다. 안토니오 반데라스가 주연한 영화 ‘조로(The Mask of Zorro)’에서는 주인공이 검은 색 가면을 쓰고, 억압받는 농민들을 구하는 정의의 사자(使者)로 등장합니다. 신분을 밝히지 않고 거금을 기부하는 사람도 이에 해당하지 않을까 합니다.

지금 우리는 외부의 병균과 미세먼지를 막아내기 위해 입마개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입마개를 해도 말은 할 수 있으니, 다소 불편하기는 해도 내부의 욕구를 어느 정도 표출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이 입마개에 점점 길들여져 가고 있지는 않은지 걱정이 됩니다.

옛날 우리 농촌에서 소(牛)로 농사를 지을 때에, 옆에 있는 곡식이나 풀을 함부로 훌쳐먹을 수 없도록 소의 입에 그물마개를 씌웠습니다. 지역에 따라서 ‘부리망(網)’이라고도 하고, ‘소머거리’ 또는 ‘허거리’라고도 합니다. 소입마개는 내부 욕구를 밖으로 실현하지 못하게 하는 타율적인 억압 수단이었습니다. 우리가 지금 쓰고 있는 입마개와 부리망은 어떠한 차이가 있을지요.

중국 역사상 가장 뛰어난 군사(軍師)이자 충신(忠臣)으로 손꼽히고 있는 제갈량(諸葛亮)은 ‘학우선(鶴羽扇)’이라는 부채로 늘 얼굴을 가렸다고 전해집니다. 자신의 감정을 쉽게 드러내지 않으려는 의도였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 학우선도 처음에는 누군가의 권유에 의해 들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즉 이것도 결국은 길들여진 결과라는 것입니다.

이 밖에도 우리 둘레에는 수많은 가리개가 존재하고 있습니다. 프로레슬링 선수가 흥행을 위해 썼던 마스크, 옛 병사들이 얼굴을 보호하기 위해 썼던 얼굴투구, 사막에서 살아가는 베두인 족들의 모래바람을 막기 위한 코마개, 외모를 함부로 드러내지 못하게 했던 중동(中東) 여인들의 히잡(hijab)과 부르카(burqah)를 비롯, 우리 옛 여인들의 쓰개치마 또한 넓은 의미에서는 모두 이 가리개의 범주에 넣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아, 그러고 보니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더 어이언 마스크(The Man in the Iron Mask)’도 떠오릅니다. 강제로 철가면이 씌워진 채 감옥에 갇혀 죽음을 기다리고 있어야 했던 왕위 계승자의 절규가 들려옵니다.

자, 그렇다면 지금 우리 앞을 옥죄고 있는 수많은 입마개, 아니 그 마개보다 더 무섭게 우리의 마음을 막고 있는 무시무시한 편견이라는 마개가 우리의 가슴에 스며있지는 않은지 살펴보아야 하겠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2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