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은 진다 해도 꽃인데
흰목련 지고 며칠이면
우윳빛 고운 꽃잎
녹물 닦아버린 헝겊 같다
헤어짐이 추레한 건
사랑했던 날이 눈부셨기 때문
어떤 연유이든
사랑했던 시간이 미움으로 변하는 건
이별보다 두려운 서러움이다
◇이해리= 1954년 경북 칠곡에서 남. <평사리문학대상> 시 당선.
<해설> 똑같은 눈으로 바라보는데도 각각의 시각이 다른 것은 그 각각의 심상이 다른 때문이다. 자신이 처한 상황에 따라 생각이 달라지는 카멜레온 닮은 것이 시인의 시각(視角)이다. 어쨌거나 목련 꽃에서 읽어내는 노래는 녹슨 사랑이라는 것과 이별보다 두려운 서러움이라는 것이다.
-정광일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