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거수기 노릇, 이제 그만! (9대 대구시의회 출범에 부쳐)
[데스크칼럼] 거수기 노릇, 이제 그만! (9대 대구시의회 출범에 부쳐)
  • 승인 2022.07.12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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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청 부국장
“높아진 시민 의식을 생각하면, 절로 옷깃이 여며집니다. 과거처럼 무슨 일에든 ‘그렇겠거니’라며 넘어가진 않아요. 요즘엔” 지난 지방선거에서 당선돼 다시 대구시의회에 입성한 3선 시의원의 소감을 들으며, ‘그걸 진작부터 알던 것 아니었나요’ 속으로 중얼거린다.

32명의 시의원으로 구성된 제9대 대구시의회가 막 출범했다. 기대도 크고, 걱정도 많다. 이들이 대구의 현안에 오롯이 시민들의 의지를 반영해 준다면 대구는 도시의 위상에 맞는 변화를 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늘 그래왔듯 집행부의 거수기 노릇이나 하고 ‘보여주기식 의정활동’으로 생색내기에 그치고만 만다면 또 그저 그런 의회로 굴러갈 것이다. 그래서 기대도 크고, 걱정도 많다. 바뀐 시민 의식을 선도할 수 있을까.

다행스러운 것은 이번 시의회 의장단 면면이 그런 걱정을 다소 떨칠 수 있게 관록이 붙은 이가 많고, 시작의 첫 단추를 꿰멜 때부터 ‘결코 좌고우면 하지 않고 시민들만 보고 달리겠다’는 다짐을 쾅쾅 했다는 점이다.

개원 이래 30년이 넘도록 고수해 온 교황 선출식 의장 선거 방식에서 탈피한 것만 하더라도 괄목할 만한 변화다. 책임 있게 의장의 역할을 수행 해 보겠다는 이가 개인의 정견을 모두의 앞에서 발표하고 직에 도전하는 ‘후보 등록제’로 선거를 치뤘다는 것, 그 자체가 변화다. 이번에 의장에 선출된 이만규 신임 의장은 대의정치 실현을 일단 앞세웠다. 완성된 지방자치를 이끌어야 할 책무에 맞게 지방의회의 역할을 다하겠다는 그의 다짐이 몇 달 지나지 않아 집행부와의 밀실 야합으로 허공에 산산이 흩어지지 않길 진심으로 바란다. 표를 위해 ‘대구 전체의 발전’보다 제 지역구 예산 챙기기에만 몰두하는 시의원들의 못난 행각으로 9대 시의회가 점철되지 않기를 바란다.

눈높이가 높아진 ‘시민들의 요구’란 집행부의 정책과 대척점에 서 있는 경우가 왕왕 있다. 여기에 ‘시의회가 집행부의 거수기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중요한 이유가 존재해 있다. 아무리 좋은 시책이라도 시민들의 의견보다 우선할 수는 없다. 대의기관인 시의회는 시 집행부의 정책설명 보다는 시민들의 의견부터 더 귀 기울여야만 한다. 특히 시민 대부분의 삶이 걸린 첨예한 미래 정책에 있어서는 더욱 그러하다.

그런데 지금까지 대구시의회는 늘 대구시의 거수기가 되길 마다하지 않아왔다. 군공항이전 특별위원회의 활동이 그랬고, 물 문제도, 또 시·도행정통합 문제 역시 그런 식으로 움직여 왔다. 시민들의 열망이나 의견은 젖혀두고 묻지도 않은 채 몇몇 언론 등과 담합이라도 한 듯한 집행부의 계획에 맞춰 특위를 운영하고 조례를 발의하고, 상임위를 운용해 왔다. 이게 거수기다.

시민들의 요구를 묻지도 않고 집행부의 시책에만 맞춰 의정활동을 내달리는 이런 관행들이 또 이어진다면 이것은 풀뿌리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일이다.

지난 11일 대구시의회는 예정에 없던 긴급 확대의장단 회의를 열어 집행부인 대구시의 행정부시장과 실·국장들을 불렀다. 시의회는 이 회의에서 공공기관 구조혁신, 시 슬로건 변경 등 예민한 문제들에 대해 묻고, 답을 들었다. “대구시 공공부문의 쇄신과 혁신을 위한 대구시장의 노력은 잘 알지만 급하게 추진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장기적인 안목 아래 더 꼼꼼하게 추진해 달라“는 게 확대의장단의 당부였다.

여당 출신의 노회한 정치인인 홍준표 시장이 대구시장의 바통을 들었다. 역시 여당 출신의 의장과 부의장, 상임위원장단, 여당 일색의 시의원들로 구성된 시의회가 8대에 이어 바통을 이어받았다. 그래서 걱정이 앞선다. 시민들의 의견은 차순위로 미뤄놓고 당리와 당략에 따라 당론으로만 대구시의 정책이 결정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그게 거수기다. 심지어 정치공학적 구조 아래 하향식 공천권 등을 무기로 시의원들 위에 실질적으로 군림하는 지역 국회의원들 역시 모두 여당이다.

시민들은 바란다. 대구 발전의 전환점이 될 정책 과정의 가장 중요한 마디 마다에 대의정치 실현을 위해 시민의 요구를 우선하는 제9대 시의회의 입김이 원칙대로 오롯이 작용하기를.

마침 제9대 시의회는 인사권부터 집행부로부터 독립했다. 초선 의원들의 창의와, 재선·3선 의원들의 경륜과 균형감이 시너지 효과를 내 ‘집행부의 감시와 견제’라는 역할에 성공하기를 빈다. 시민들을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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