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칼럼] 갈 길 먼 중증의료
[의료칼럼] 갈 길 먼 중증의료
  • 승인 2022.08.21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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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이도 비해 급여 적어 기피
박봉 시달리며 사명감에 버텨
공공의대 신설 해결책 아냐
적절한 보상·국가 투자 필요
이준엽 이비인후과 원장 대구시의사회 공보이사
얼마전 뇌출혈로 사망한 아산병원 간호사 사건으로 중증 의료 인력 부족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이는 한국 의료계의 고질적인 문제로 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정치권의 단골 보건의료 공약이나 정권이 여러 번 교체된 지금에도 과거와 별반 차이는 없다.

보건의료노조와 간호협회에서는 중증 의료를 담당할 의사가 부족하니 공공의대를 신설하여 의사를 증원해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의사를 더 뽑는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과거 정부는 지역간 간호사 수급 불균형을 해소한다며 의료취약 지역에 간호대를 대거 증설하였다. 그러나 수년이 지난 지금도 간호사들의 대도시 쏠림 현상은 여전하여 지방은 간호사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다. 간호대의 전례에서 알 수 있듯이 공공의대로 아무리 의사를 더 배출한 들 중증 의료 인력 부족은 해결되지 않는다.

특히나 신경외과의 경우 한국 인구 10만명당 전문의 수는 4.7명으로 OECD 평균인 1.3명에 비해 3배 이상 많은 것으로 집계되었다. 즉 한국에 신경외과 전문의는 지금도 충분히 많으나 개두술 같은 뇌분야는 위험성과 난이도에 비해 급여는 적으니 기피하는 실정이다. 실제로 신경외과 전문의가 뇌출혈, 외상 같은 사람의 생명이 달린 일을 다루다 보면 한순간도 편히 쉬기가 쉽지 않다. 응급 콜 대기시의 긴장감과 분초를 다투는 응급상황의 중압감은 이루 말할 수 없으며 중증 의료 특성상 불가항력적으로 사망율도 높다 보니 의료 소송 가능성도 있다.

중증 의료 개선을 위한 가장 큰 난관은 우리 나라 의료 수가가 국가기관에서도 원가의 70% 수준에 불과하다고 인정한 저수가이고 특히나 중증 의료의 경우는 심각할 정도로 낮다는 것이다. 예로 뇌출혈 환자에게 시행하는 뇌동맥류 결찰술의 수가는 일본은 1280만원인데 한국은 280만원에 불가하다. 개두술 같은 생명과 직결된 수술의 경우 그 난이도와 위험성에 비해 책정된 수가가 터무니 없이 낮으니 병원 입장에서는 수익이 안 나 개두술을 할 의사를 최소 인원 외에는 채용하기도 꺼려 하고 또 실제 지원자도 잘 없다.

중증 의료 전문의에게 최고 대우를 해주어도 모자랄 판에 현실은 정반대로 이들은 박봉에 시달리며 사명감 하나로 버티고 있는 현실에서 공공 의대 만들어 봤자 중증 의료 기피 현상은 해결되지 않는다.

중증 의료를 살리는 방법은 간단하다. 생명을 다루는 고난이도 수술에 걸맞는 적절한 보상을 해주면 된다.

의사들은 저수가로 인한 중증 의료 붕괴 위험성을 여러 차례 경고하였으나 아무도 듣지 않았고 오히려 일부 정권은 반지성주의를 이용해 의사들을 파렴치한 집단으로 매도하기도 하였다.

산업, 교통 등 사회 분야에서 안전 사고를 예방하려면 이용객들이 적정 비용을 지불하고 국가가 충분한 재정을 투입해야 하듯이 의료 또한 마찬가지이다. 충분한 재원확보와 지원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중증 의료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중증 의료 살리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매번 그래왔듯이 시간이 흐름에 따라 아산병원 간호사 사망사건은 점점 잊혀지고 중증의료 지원 또한 흐지부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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