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정우의 줌인아웃]부산을 경유하여 대구를 보다
[백정우의 줌인아웃]부산을 경유하여 대구를 보다
  • 백정우
  • 승인 2022.10.13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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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정우의줌인아웃
대구과학관에서 오프닝 시퀀스를 촬영한 영화 '강철비'

견줄 바 없이, 의심할 바 없이 부산은 영화의 도시다. 코로나 감염병 이전까지 매년 100편 이상의 한국영화가 부산을 로케이션지로 택했다. 최소한 몇 테이크라도 부산에서 촬영해야 흥행한다는 불문율이 생겼으니 많은 감독들이 부산을 촬영지로 삼아 멋진 미장센을 남긴 건 우연이 아니다.

최동훈 감독은 해운대 씨클라우드 호텔에 묵으며 ‘도둑들’ 시나리오를 썼고, 부산에서 일부 장면을 촬영했으며 개봉 후 천만 관객을 돌파했다. 이 사실에 고무된 부산시와 부산영상위원회는 ‘시나리오 창작 공간 지원사업’을 시행한다. 사업에 선정된 감독은 씨클라우드 호텔에 10박을 무료로 머물면서 영화 각본작업을 할 수 있다. 단 부산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에, 부산에서 다섯 테이크를 찍어야 한다는 조건만 충족시키면 된다. 부산을 영화도시로 만든 가장 큰 동력은 1996년 시작된 부산국제영화제이다. 남포동 영화의 거리에서 시작해 해운대와 수영만 요트경기장을 거쳐 지금은 영화의 전당에 지휘소를 차렸다.

올해 칸 영화제에서 부산은 다시 한 번 빛을 발한다.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브로커’가 부산 13개 군구에서 촬영했고, 이정재의 ‘헌트’는 올 로케이션으로 부산 구석구석을 누볐다. 박찬욱의 ‘헤어질 결심’에서 탕웨이의 남편이 추락사한 바위 장면도 기장의 도예촌 세트장에서 촬영되었다. 칸이 부산을 주목했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양우석 감독 ‘강철비’의 오프닝 시퀀스(개성공단의 쿠데타 발발장면)를 촬영한 곳은 달성군 대구과학관이다. 2017년 3월, 정우성과 곽도원을 비롯한 배우·스태프가 달성군과 대구 일원에 머물며 달성군에서만 5억 원 이상을 지출할 걸로 알려진다. 이에 자극 받아서인지 달성군은 군내에서 촬영하는 영화팀에 제작비를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규모가 큰 상업영화를 기준으로 70명에서 최대 150명의 인원이 이동하고 머물며 촬영한다. 자고 먹고 마시는 모든 돈을 로케이션 지역에서 쓰고 간다는 얘기다(개봉 후 촬영지를 찾는 관광객으로 인한 경제유발 효과는 별개로). 전국의 지자체가 영화와 드라마 로케이션 유치를 위해 끊임없이 러브콜을 보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구도 국제영화제를 준비한 적이 있다. 개최 타당성 평가를 외부기관에 의뢰했으며 포럼도 열렸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2017년 프레영화제를 치르고 이듬해 영화제를 개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기획은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고 약식 행사로 대체되었다. 2018년엔 영화제작자들을 초청해 팸 투어를 진행한 일도 있다. 덕분인지 잠깐 동안 대구에서 영화촬영이 활기를 띄기도 하였다. 예컨대 ‘인랑’과 ‘바람 바람 바람’의 몇몇 장면이 대구를 선택했다. ‘힘을 내요 미스터 리’와 ‘애비규환’은 상당 분량을 대구 로케이션으로 채웠다. 그러나 영화를 본 사람도 드물고, 대구에서 찍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더욱 희귀하다. 이것이 영화제작과 관련한 대구의 현실이다. 지역 언론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빈약한 제작 환경을 핑계대서는 안 된다. 불과 인구 13만의 제천시가 청풍영상위원회를 만들고 2005년 8월 제천국제음악영화제를 개최했다는 사실을 기억한다면 말이다. 대구에서 국제영화제를 개최하는 날이 올까. 대구시와 관련업계 종사자들의 의지와 노력과 결심에 달렸다.

백정우ㆍ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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