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칼럼] 언제까지 안전사고와 반성을 되풀이 할 것인가
[수요칼럼] 언제까지 안전사고와 반성을 되풀이 할 것인가
  • 승인 2022.11.01 21:3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충원 ㈜데씨제 대표 인간공학박사
150명 이상을 사망으로 몰고 간 이태원 참사는 대한민국을 패닉과 비통함으로 몰아넣고 있다. 게다가 사망자 대부분이 미래가 창창한 청년들인 것을 감안한다면 충격과 애통함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이다. 먼저 이태원 참사 사망자들의 유가족에게 심심(甚深)한 애도를 표하는 바이다.

과거 대한민국은 크고 작은 안전사고들을 수도 없이 겪어 왔다.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성수대교 붕괴 사고를 비롯해 세월호 참사, 대구 지하철 방화 사건 그리고 이번에 이태원 참사까지... 뿐만 아니라 얼마 전 발생한 대구 매천시장 화재까지도...

항상 사고가 발생하면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노력하고, 유가족에게 애도를 표하고, 책임자를 처벌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대책을 마련하는 일련의 행태는 시간이 지나도 변함없는 하나의 공식처럼 느껴진다. 문득 드는 의문은 항상 사고 뒤에 그렇게 대책을 마련함에도 불구하고 왜 대한민국에서는 끊임없이 안전사고의 막대한 피해가 발생하는 것일까?

여기에는 대한민국이 가지고 있는 안전에 대한 소극성과 경직성이 주된 원인이라 생각한다. 지난 역사를 돌이켜 보면 우리 사회는 안전에 대해 선제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경우가 너무나도 많았다. 이번 이태원 참사도 마찬가지이다. 사람들이 많이 밀집하면 사고 위험도 높아지는 것이 당연함에도 불구하고, 주최자가 없다는 이유로 저극적인 예방 행동을 펼치지 못했다. 2만 5천명이 모인 집회에는 경찰이 대거 배치된 것과 달리 13만 명이 모인 이태원에는 경찰 한부대도 배치되지 않았다. 안전사고라는 것이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일인 것처럼, 사고 예방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도 실시간으로 유연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는 안전사고 예방에 있어 그러한 적극성과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있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아쉬움이 크다. 이태원에 사람들이 갑자기 많이 몰리면 안전사고에 대비한 적정 인력을 즉각적으로 투입했어야 하였다. 대한민국에 넘쳐나는 CCTV는 도대체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 건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안전사고는 위험성에 대해 대비할 수 있는 것이지, 예측 가능한 것이 아니다. 세상에 예측 가능한 사고는 없다. 예측이 가능한데 어떻게 사고가 발생하겠는가!
이태원 참사에 대한 용산 구청장의 인터뷰는 정부가 안전에 대해 얼마나 잘못된 인식을 가지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용산 구청장은 인터뷰에서 "전략적인 준비를 다 해왔고, 구청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은 다 했는데, 인파가 이 정도 일지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하였다. 개인적으로 이러한 안전에 대한 의식이 이태원 참사를 만드는데 한몫 했다고 생각한다. 앞서 언급하였듯이 안전은 예측이 아니다. 가능한 위험에 대한 대비이다. 실제로 발생한 위험에 대해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했는데, 도대체 무엇을 준비하고 무슨 역할을 다 했다는 건지 도무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

사고가 나자 정부는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을 수립하고 있다. 주최자가 없는 행사에 대해서도 법규를 제정하고, 매뉴얼을 만들겠다고 한다. 그러나 없는 것보다 낫겠지만 법규와 매뉴얼만으로는 안전사고를 예방하고 대응하는데 분명한 한계가 있다. 법규나 매뉴얼은 어떠한 틀을 만들어 두고, 그 틀 속에서 예방하고 대응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만일 새롭게 제정한 법규와 매뉴얼이 우리 사회에 발생할 수 있는 또 다른 위험을 담고 있지 않다면, 그때도 이태원 참사와 같이 손 놓고 방관만 할 것인가!
따라서 우리 사회가 각종 안전사고에서 벗어나고, 그리고 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관련 법규와 매뉴얼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안전에 대한 의식이 반드시 뒷받침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안전 의식과 행동을 강화하기 위한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신호등을 많이 설치한다고 해서 교통사고가 급격하게 줄어드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문제는 교통법규를 지키려는 시민들의 의식과 행동이다.

언제쯤이면 대한민국은 이태원 참사와 같은 이런 어처구니없는 사고들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일까? 사고가 난 후 항상 파고드는 후회와 반성을 도대체 언제까지 반복해야만 하는가?

이태원 참사로 인해 목숨을 잃은 사망자들 대부분이 꽃다운 나이인 걸 감안하면 그 아픔과 슬픔은 더욱 가슴을 치는 듯하다. 우리 모두 이런 아픔과 슬픔을 가슴 깊이 간직하며, 이번 참사를 계기로 앞으로는 대한민국이 이 세상 어디보다도 안전한 곳이 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다시 한 번 이태원 참사의 희생자와 유족들에게 깊은 애도를 표한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