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구벌아침] 좋은 시선
[달구벌아침] 좋은 시선
  • 승인 2022.12.14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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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호 BDC심리연구소 소장
좋은 눈으로 보려면 한없이 좋게 보이고, 안 좋은 눈으로 보려면 한없이 안 좋게 보이는 것이 사람인 것 같다.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이 닫히게 되면 바늘 하나 들어갈 수 없을 만큼 좁아지고, 열리게 되면 태평양 바다보다, 아니 광활한 우주보다 더 넓어지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좋은 시선을 가지려 노력해야 한다.

필자의 딸은 사회복지를 공부하면서 ‘장애인 활동 보조인’ 일을 하고 있다. 원래 남을 돕는 일을 좋아하기도 하는 성격으로, 자신의 적성에 맞는 일을 잘 선택한 것 같아서 옆에서 지켜보는 아비는 흡족한 마음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이 노동해서 돈을 벌고 있다는 사실에 딸은 스스로가 아주 만족하며 일을 하고 있다. 얼마 전에 딸이 첫 월급을 받았다. 일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월급이라고 하기에는 적은 액수의 월급을 받았다. 정확히 말하면 8일 일한 만큼의 월급을 받아 왔다. 한 달을 다 채우지 못해서 액수는 적지만 첫 월급이라는 것에 딸은 아주 기뻐하고 있었다. 오늘 아침에 딸이 이런 말을 했다. “아빠 나는 진짜 운이 좋은 거 같아.” “왜?” “그분(장애인)한테 나 말고 2명이 더 활동 보조를 하시거든. 나는 아침부터 오후 2시까지 일하고, 그 뒤에 3시간씩 두 명이 더, 일을 하신단 말이야. 근데 그중 한 분이 3시간 일하는 것이 시간이 적다고 보호자분께 시간을 좀 더 늘려 달라고 했데. 그런데 보호자분께서. 그 사람을 욕하면서 사명감은 없고, 돈만 바란다고 욕을 하는 거 있지. 나는 처음 두 시간 일하다가 지금 여섯 시간이나 그분들이 늘려 주셔서 일을 하고 있고, 앞으로 더 필요하면 시간을 얼마든지 더 늘려 달라고 해도 된다는데, 하지만 나는 지금 시간이 딱 좋거든, 오전에 일찍 가서 일하고 오후에 내 시간 활용하기 딱 좋아서 더 늘릴 필요는 없어” 그 말을 듣고 있자니 ‘딸이 그곳에서 인정받고 있으며, 또한 일도 잘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에 아버지는 흐뭇했다. 딸의 이야기를 듣고 난 뒤에 딸에게 얘기해줬다. “맞아. 사람은 좋게 보려면 한없이 좋게 보이고, 안 좋게 보려면 한없이 안 좋게 보이는 거란다.”

예전에 요양보호사 교육원을 운영할 때 학원에서 가르쳐 요양보호사 일을 하고 계신 분께서 음료수를 사 들고 방문하신 적이 있다. 그분도 딸의 사례와 비슷했다. “원장님. 요양보호사 일 정말 재미있네요. 내가 왜 진작 이 일을 하지 않았는지 후회될 정도로요”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랬다. 그분은 영업을 오래 하고 봉사도 오래 해서 사람을 대하는 일이 참 쉽다고 하셨다. 그리고 사람을 기분 좋게 해주는 일을 잘하신다고 말씀하셨다. 나이 들어 은퇴도 하고, 놀자니 그렇고, 그래서 그냥 봉사 차원에서 요양보호사 일을 시작했는데 직접 집으로 방문해서 노인분들 찾아뵙고 이야기를 나누면 노인분들께서 그렇게 좋아하신다고 하셨다. 말씀도 재미있게 하시는 것도 있고, 사람과의 소통도 잘하시니 늘 그분의 곁에는 사람이 끊이지 않았다. 그래서 그분이 찾아가면 이미 마을의 어른분들이 그 집에 모여 있다고 하셨다. 그리고 요양보호사가 해야 할 설거지, 청소 등도 다 해놓으시고, 그분을 반기신다고 하셨다. 이러지 말라고 자신이 하겠다고 해도 “선생님(요양보호사)은 그냥 오셔서 내하고 놀아주고 그러다가 가시면 됩니다. 나는 딴 거 안 바랍니다. 그걸로 충분합니다.”라고 말씀하셨다고 한다. 그렇게 요양보호사분이 요양보호 나가서 하시는 일은 할머니들과 수다 떨고, 윷놀이, 고스톱 몇 판 치다가 오면 일이 끝난다고 했다. 그러면서 뭐 이런 쉽고 재미있는 일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씀하셨다. 맞다. 그렇게 만드는 것도 그분의 능력이 틀림없다.

좋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세상은 참으로 아름답다. 그래서 우리는 모두 좋은 시선을 가질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좋은 시선을 가지는 비결은 무얼까? 그것은 내 마음의 창을 깨끗이 매일 닦는 것이다. 아무리 깨끗한 창문도 먼지가 쌓이고 오물이 묻기 마련이다. 수시로 살피고 닦아 주어야 창문이 깨끗해지고 그 창을 통해 바라보는 세상 풍경은 깨끗하고 아름다울 것이다.

좋은 눈으로 세상을 보려 하자. 그러면 안 좋은 상황도 좋게 보이고, 안 좋은 일도 좋아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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