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칼럼] 통계가 조작되면 안 되는 이유
[수요칼럼] 통계가 조작되면 안 되는 이유
  • 승인 2022.12.27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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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원 ㈜데씨제 대표, 인간공학박사
최근 문재인 전 정부의 통계조작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통계조작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나중에 밝혀질 일이지만, 어찌되었든 국가의 통계가 조작되었다는 의혹이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심각한 문제라 생각한다. 통계는 어떤 것을 객관적으로 판단하고 예측하기 위한 수치인데, 이 수치가 더는 객관적이 아니고 오염되어 버린다면 어떠한 국가적 판단과 예측도 신뢰를 잃어버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통계조작으로 인해 문제가 된 사례가 몇 가지 있다.

먼저 2000년 그리스 정부가 재정적자 규모에 대한 통계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6%라고 속여서 발표한 것(실제는 13.6%)이 거짓임이 밝혀지면서 그리스의 대외 신뢰도는 바닥으로 떨어졌고, 결국 그리스가 국가 부도 위기를 맞이하게 되는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그리고 2016년 인도는 화폐 개혁을 단행하였는데, 외신들은 이로 인한 여파로 인도의 성장률이 5%이하에 머물 것으로 예측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예측과는 달리 인도는 화폐 개혁 이후 2016년 4분기의 GDP성장률이 전년 동기 대비 7% 증가했다고 발표하였다. 이러한 통계치에 대해 외신들은 많은 의구심을 나타내었고, 실제로 인도의 많은 기업들은 매출하락을 면하지 못한 점은 통계가 조작 또는 왜곡되었을 수 있음을 강하게 보여주는 증거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사례들은 통계 조작이 매우 위험하고 부도덕한 것임을 단편적으로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더욱이 국가의 한번 무너진 신뢰를 다시 회복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는 점에서 국가 통계의 중립과 객관성을 유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라 할 수 있다. 특히 통계를 왜곡하거나 조작하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라는 점에서 통계의 중립성 보장은 더욱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통계는 하나의 수치이다. 그리고 그 수치를 산출하기 위한 방법이 한 가지만 있는 것도 아니다. 또한 대부분의 통계치는 전수 조사를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어떠한 표본(sample)에서 수집된 자료인가도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친다. 가령 정당 지지율을 조사한다고 하였을 때, 야당 지지자들이 표본 속에 많이 있다면 야당의 지지율이 높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물론 대부분의 통계나 여론 조사 기관들은 이러한 문제점을 막기 위해 표본이 모집단을 대표할 수 있도록 다양한 통계적 방법들을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어떠한 의도를 가지고 표본을 왜곡해서 수집한다고 하더라도 그 잘못을 명확하게 규명하기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게다가 통계는 표본을 통해 수집된 자료를 통해 추론하는 것이기 때문에 추론에 따른 오차가 반드시 존재한다.

즉 통계는 조작하려고 마음먹으면 쉽게 조작할 수 있지만 그것의 진실을 밝혀내는 것은 어렵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통계에 민감한 사람들이 조작이나 왜곡의 유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며, 통계를 주관하는 부서가 항상 중립성을 유지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측면에서 통계기관의 수장에 대한 인사가 정권의 영향을 받아서는 절대 안 된다고 생각한다.

현대 사회에서 복잡하고 다양한 현상과 분야를 객관적으로 들여다보고, 판단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나마 접근 가능한 방식이 통계이다. 국가 통계가 조작되고 왜곡되면 될수록 국민들이 체감하는 삶과 국가가 주장하는 삶의 괴리가 커질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국민들은 경제적으로 어려워하는데, 통계치는 경제 호황이라고 발표된다면, 이 수치를 신뢰하는 사람들도 점점 줄어들 것이며, 결국 국가가 말하는 어떠한 것도 국민들의 신뢰를 얻기는 어려울 것이다.

통계는 하나의 수치이지만, 단순한 수치가 아닌 신뢰와 공정성이 반영된 수치이다. 누가 통계를 조작하고 왜곡한다면 이는 신뢰와 공정성을 상실하는 행위이다. 따라서 통계가 조작되고 왜곡되는 나라는 신뢰와 공정성이 무너진 나라이다. 이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국민의 정부를 표방하던 정권에서 통계 조작 의혹이 발생한 것 자체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 생각한다. 만일 이 일이 사실이라면 정부를 이끌었던 그 모든 사람들은 민주주의를 운운할 자격조차 없다고 생각한다.

통계조작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조사 결과를 기다려봐야겠지만, 이번을 계기로 통계가 얼마나 중요하고 통계가 가진 그 수치 하나가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 것인지에 대해서는 다시 한 번 새기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아울러 앞으로 국가 통계를 신뢰할 수 있는 확실한 기반을 새우는 기회로 삼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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