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청년입니다] 이관혁 농업기술진흥원 연구원 “농가와 소통하며 약용작물의 고부가가치 산업 전환 돕고파”
[나는 청년입니다] 이관혁 농업기술진흥원 연구원 “농가와 소통하며 약용작물의 고부가가치 산업 전환 돕고파”
  • 윤덕우
  • 승인 2023.01.10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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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프 메디케이션 트렌드 부상
건강기능식품 시장 6조 돌파
정보 프로그램·홈쇼핑 ‘단골’
약료 생산 위해 키우는 약용작물
자원식물 종자, 반도체만큼 중요
생물유전자원 주권 중요성 커져
 
이관혁연구원2
이관혁 연구원이 약용작물 재배 농가에서 생산되고 있는 지황의 생육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 건강기능식품 시장의 성장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에 따르면 2022년 한 해 동안 국내 건강기능식품 시장은 6조 원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최근 5년 사이 2배 이상 커진 규모이다. 건강기능식품은 코로나 장기 유행과 모든 연령에 걸친 ‘셀프 메디케이션(Self-Medication)’ 트렌드에 힘입어 경기 침체 속에서도 지속적 성장세를 보여왔다. 건강기능식품이 과거에는 제약업체를 중심으로 성장해 왔다면 최근에는 식품기업, 화장품 기업, 심지어는 어린이 학습지 회사로 유명한 교육기업까지도 가세하는 분위기다. 많은 기업이 시장성을 보고 너나 할 것 없이 새로운 브랜드를 출범시키며 다양한 제품을 시장에 내놓고 있는 것이다. 기업간 경쟁은 치열할 수밖에 없다. 인기 원료를 핵심성분으로 하면서 기타 성분을 배합 후 섭취방법을 다양화한 제품들은 물론이거니와 소비자에게는 다소 생소한 新원료를 앞세운 제품들까지 다양하게 출시하고 있는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각 방송사에서는 일반인들이 다소 생소 할 수 있는 新원료의 효능을 소개하고, 섭취 후 실제로 효과를 본 사례자들의 인터뷰 영상을 보여주는 형태의 건강정보 방송프로그램을 많이 제작하고 있다. 방송프로그램이 송출될 때 채널을 돌리면 홈쇼핑 채널에서는 가공된 제품의 판매가 동시에 이루어지고 있는 경우도 다반사로 말이다. 소비자 입장에서 新원료가 어떻게 검증되고 어떻게 제품화로 이어지는지 궁금해하지 않을 수가 없다.

◇ 제2의 반도체라 불리는 ‘자원식물 종자’ 산업에 대한 세계적 관심이 커지고 있다

新원료는 대부분 지구상에 이미 존재해온 생물자원의 ‘발견’으로부터 시작된다. 발견은 과거에 이미 이루어졌을 수도 있고 현재에 이르러 이루어졌을 수도 있다. 발견을 위한 비교적 쉬운 접근은 예로부터 내려온 민간요법에 대한 연구이다. 민간요법으로 활용되는 생물자원 중 대다수는 약용작물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약용작물이란, 우리가 음식물로서 즐겨 먹는 식물(풀, 채소 등)중에서 약으로 사용할 목적으로 재배가능 한 식물을 의미한다. 더 나아가 재배 후 가공을 통해 약이나 식품으로 이용할 수 있는 식물을 뜻 한다.

2009년 당시, 신종플루 팬데믹은 중국이 원산지인 팔각회향의 성분이 치료제로 확인되면서 종식될 수 있었다. 팔각회향은 붓순나무과에 속하는 식물로서 예로부터 면역력을 높여주고 혈액순환을 촉진해주는 한약재로 쓰여왔는데, 팬데믹 사태를 해결해줄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것이라는 사실은 그 누구도 미처 알지 못했다. 전 세계적으로 많은 환자와 사망자가 발생한 이후에야 알게 된 것이다. 불행 중 다행히도 당시 신종플루 치료제 타미플루는 1996년 미국 제약사 길리어드에서 항바이러스 치료제로 개발 후, 스위스 로슈홀딩이 특허를 구매해 독점 생산 구조이긴 했지만 이미 생산하고 있던 제품이었기 때문에 비교적 안정적으로 보급될 수 있었다.

흥미로운 점은 타미플루의 주원료인 팔각회향의 원산지였던 중국은 치료제 보급과정에서 로열티를 전혀 지불받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유는 생물자원을 관리하는 당시의 구조적 모순 때문이었다. 이후 이러한 문제는 전 세계적 공론화 속에서 ‘나고야 의정서’ 발효로 이어졌고, 현재는 생물유전자원 주권확보에 대한 중요성을 전 세계가 명확히 인식할 수 있게 되었다. 최근 우리나라도 ‘자원식물 종자’가 농업과 임업을 이끄는 ‘생물 반도체 산업’이라는 중요성을 인식하고 경제 산업분야의 관심을 고조시키고 시켜나가고 있다.

◇ 약용 식물의 활용은 사람들의 관심으로 성장할 수 있다

우리나라 산지 면적은 국토의 64%에 달한다. 여기에는 풍부한 자생식물이 분포하고 있다. 우리 선조들은 오랜 세월 동안 의약품과 식량, 기호품 등 일상생활의 대부분을 자연에 의존해 왔다. 아직까지 新원료가 ‘발견’되어 ‘연구’로 이어지지 않은 잠재적인 자원이 풍부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전통지식 대부분이 구전을 통해 전달되어 오면서 현재 남아 있는 기록은 많지 않은 실정이다. 게다가 예로부터 구전으로 내려오던 관련 지식 보유자들마저도 고령화로 인해 기록을 남기기 점차 어려워지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 보니 수많은 약용식물 중 어떤 식물이 고부가가치로 이어질 수 있을지에 대한 연구 속도 또한 더딜 수밖에 없다.

최근 자연치유와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커진 덕분에 매스컴에서는 약용식물을 이용하여 몸을 건강히 하는 법을 자주 소개하고 있다. 이러한 관심은 지자체나 대학 평생교육원에서 운영하는 교육프로그램으로까지 이어지고 있으며, 구전(口傳)되고 있는 정보에 관심을 갖는 일반인과 연구의 증가로도 이어졌다. 이러한 연구경향성은 자연과학분야, 의학 분야의 연구자들뿐만 아니라 인문사회과학 분야 연구자들의 관심도가 고조되고 있는 최근 국내연구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약용작물인 인삼의 본고장 영주 풍기에서 만난 이관혁 연구원(한국농업기술진흥원)은 지역의 농업인을 대상으로 약용작물 재배의 필요성에 대해 설명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약용 식물에 관심을 가지시는 분들이 많아진다면, 이 관심들이 모여 언젠가는 우리나라 경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해외 원료 의존하면 산업 한계
생산·유통·산업화 이르기까지
환류구조 구축, 경쟁력 확보를”

 

농업인에 재배 기술 전수하고
생산체계·정책 등 걸림돌 해결
약용작물 공모 ‘최우수상’ 수상


◇ 해외생산 의존은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 생산단계부터 산업화에 이르기까지 환류구조를 가져야

식물의 치료를 연구하는 학문인 ‘식물의학’을 전공한 이관혁 연구원은 대학 졸업 후 아프리카에서 우리나라의 농업기술을 전수하고 보급하는 일을 했다. 아프리카에서 선진화된 우리나라 농업의 우수성을 몸소 체감한 이연구원은 농업경제를 이끄는 산업 구조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고 한다. 귀국 후 한국농업기술진흥원에 입사한 이 연구원은 20년 이상 농사를 지어오신 농업인들과 농업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많아졌는데, 농업인들과 대화를 나눌수록 자신이 해야 할 역할이 무엇인지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고 말했다.

“무궁무진한 농업의 가능성 속에서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성공과 실패가 나뉘더라고요. 그런데 이런 위험을 오롯이 농업인이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 문제라고 생각했어요. 이 문제를 해결해야 농업의 미래와 농촌의 미래가 더 밝아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적어도 약용작물만큼은 생산과 유통, 산업화가 환류 구조를 가져야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기업이 제품을 만들어 낼 때 원료를 해외생산분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데 이 경우 산업의 확장성은 줄어들게 될 수밖에 없죠. 저는 농업의 근본적인 문제가 이러한 환류 구조의 미흡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농업의 산업화를 깊이 있게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커진 이연구원은 대학원에 진학해 경영학을 공부하게 되었는데, 약용작물의 재배가 실제 농가소득으로 이어진 사례 발굴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고 했다. 이후 경북지역 청년 농업인들을 찾아다니며 약용작물의 고부가가치 가능성에 대해 설명하고, 재배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황과 단삼 재배 기술도 전수하게 되었다고 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약용작물이 산업화되는데 걸림돌이 되는 현실적 애로사항은 무엇인지 연구했고, 해결방안은 무엇인지 결과를 도출해 낼 수 있었다고 했다. 이 연구원이 도출한 연구결과는 ‘생산체계 개선방안, 이해관계자들 간의 역할 배분 방안, 정책 방향성 개선방안 등’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개선방안들이 시스템적으로 환류구조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었다.

“연구를 연구에서 마무리하기에는 아쉬움이 컸습니다. 제 연구결과에 대해 전문가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했고, 기왕이면 실현시켜 보고 싶다는 욕심도 생기더라고요.”
 

이관혁연구원
지난해 9월 농림축산식품부가 후원한 ‘K-STAR약용작물 대상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이관혁 연구원.

이연구원은 자신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노력은 무엇인지 고민하게 되었다고 했다. 그래서 그 첫 번째 작업으로 한국생약협회가 주최하고 농림축산식품부가 주관한 약용작물산업 최초 공모전인 ‘2022 K-STAR 약용작물 대상 공모전’에 연구물을 출품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리고 공모전에서는 산업화분야 최우수상을 받게 됐다.

◇ 농가에서 재배한 약용작물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연결되는데 도움이 되고파

“셀프 메디케이션은 일시적인 트렌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인류가 존재하는 한 앞으로 계속 이어지게 될 이슈라고 생각해요. 시간이 흐를수록 건강한 사람이든 그렇지 않은 사람이든 약의 중요성을 더 크게 인식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입니다. 소비자들이 원하는데 시장은 당연히 더 성장하겠죠”

“저는 농가에서 재배한 약용작물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연결되는데 도움이 되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서 농업인 분들과 더 많이 소통하고, 더 많이 연구해 나갈 거예요”

우리나라에 자생하고 있는 약용식물을 작물로 재배하여 실용화를 기대하는 스물아홉 살 청년의 설명에는 힘 있는 설득력이 있었고, 동시에 우리 농촌의 미래에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설렘까지 안겨 주었다.
 

 
이미나 (청년활동연구가/ 교육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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