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구벌아침] 동백꽃처럼
[달구벌아침] 동백꽃처럼
  • 승인 2023.01.11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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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호 BDC심리연구소 소장

차가운 겨울이 가고 봄이 돌아오면 산과 들에 꽃들이 가득하다. 꽃은 봄을 알리는 봄의 전령사다. 본인은 여태껏 봄을 가장 먼저 알리는 꽃을 목련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산에 핀 산수유 꽃쯤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그보다 더 빨리 피는 꽃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동백꽃이었다.

보통 동백꽃이 피는 시기는 지역마다 차이가 있다. 외래종인 동백(애기동백)은 11월, 12월에 꽃을 피우지만, 토종 동백은 따뜻한 남쪽 섬에서는 2월부터 피기 시작하여 북쪽으로 가면서 4월까지 피기 시작한다. 동백꽃의 꽃말은 '기다림' '애타는 사랑'이라고 한다. 가수 이미자 님의 '동백 아가씨'의 노래 가사(헤일수 없이 수많은 밤을 / 내 가슴 도려내는 아픔에 겨워 / 얼마나 울었던가 동백 아가씨 / 그리움에 지쳐서 울다 지쳐서 / 꽃잎은 빨갛게 멍이 들었소)에도 그리운 님을 기다리는 애타는 사랑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차가운 바람맞고, 하얀 눈을 맞으면서 빨갛게 피어난 동백꽃의 모습이 그리운 님을 기다리는 모습과 많이 닮았다.

어느 시인은 동백꽃을 세 번 피는 꽃이라 소개했다.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는 단순히 일 년에 피고 지고를 세 번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렇게 세 번을 피는 것이 아니라 시인은 한 번은 나무에, 또 한 번은 땅 위에, 그리고 마지막 한 번은 마음에 핀다고 동백꽃을 표현했다. 역시 시인다운 표현이다. 어쩌면 이렇게 서정적이고 아름답게 표현할 수 있는지 감탄이 절로 나왔다. 그 시를 읽으며 동백꽃처럼 우리도 살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오늘의 칼럼을 써본다.

먼저 동백꽃은 여느 꽃과 마찬가지로 나무에서 꽃을 피운다. 겨울의 한가운데, 하얀 눈이 내리는 날, 녹색의 푸른 잎사귀와 새빨간 꽃의 조화는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내게 만든다. 나무에서 먼저 피우고 난 뒤, 다음으로 땅 위에 한 번 더 꽃이 핀다고 한다. 그 말의 뜻은, 동백꽃은 다른 꽃과는 달리 꽃잎이 하나둘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한 송이 전체가 떨어진다고 한다. 그리고 떨어진 꽃은 바닥에서 이내 시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꽃 모양 형태를 유지하면서 길게는 몇 주까지 꽃의 형태를 유지한다고 한다. 마치 그 모습이 땅에서 꽃을 피우는 것처럼 보여서 땅 위에서 한 번 더 꽃을 피운다고 시인이 표현한 것이다. 마지막 세 번째 마음에 꽃을 피운다고 했다. 이 뜻은 아름다운 동백꽃을 보고 난 후 사람들의 마음에 남아서 아름다운 꽃으로 다시 피어난다는 뜻이다. 이렇게 동백꽃은 나무에서 한번 피고, 땅 위에 떨어져 땅 위에서 한 번 더 피고, 사람들의 마음속에 한 번 더 피어서 세 번 꽃을 피우는 꽃이 되었다. 시인의 시를 읽고 나도 생각에 잠겼다. 세상 모든 진리가 이미 자연에 숨겨져 있어서 그것을 발견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번에는 동백꽃을 통해서 세상의 이치를 깨닫는다.

나무 위에서, 땅에서, 마음속에서 세 번 피는 동백꽃처럼 우리 인생을 초반, 중반, 후반으로 나눠서 생각해 보았다. 먼저 동백꽃은 나무에서 꽃을 피운다고 했다. 나무에서 꽃이 핀다는 말은 위를 향한다는 말이다. 위는 하늘이고 자신보다 높음을 뜻한다. 이것을 나에게 적용해 보면 이 시기는 나의 인생 초반에 해당한다. 즉 나의 어린 시절, 청년의 삶에 비유할 수 있다. 대다수 사람이라면 어린 시절에는 위를 보고 자란다. 아래보다는 위쪽을 통한 기쁨을 찾으려 노력한다. 경쟁하고, 이전보다 더 나은 삶을 살려고 노력하는 삶이 인간의 삶이다. 그래서 나보다 먼저 살아오신 부모님과 스승 등의 어른을 통해서 삶을 배우고, 행복과 성공을 배운다. 위를 향한 사랑이 우리 인간의 초반의 삶이다.

시간이 지나 이제 중반에 들어서면 동백꽃이 땅에서 꽃을 피우듯이 우리 인간도 아래를 보고 살아야 함을 얘기하고 있다. 이전에는 위쪽을 향한 행복을 추구했다면 이제는 아래를 향한 기쁨을 누려야 하는 시기가 온 것이다. 이때가 인생의 중반이다. 이 시기는 어린 자녀나, 제자, 어려운 이웃들에 눈을 돌려 나눔의 삶을 살아야 한다. 또 한 번 아래를 향한 삶으로 꽃을 활짝 피워내야 한다. 동백꽃처럼 말이다.

마지막에는 동백꽃이 마음에서 꽃을 피우듯, 나의 시선은 내 마음을 향해야 한다. 그동안, 위를 향한, 아래를 향한 기쁨을 찾았다면 이제는 내 안에서 기쁨을 찾아야 한다. 나로 살고 나를 살피고, 나를 즐겁게 해줘야 한다. 그러면서 나를 완성하는 삶을 살아냄으로 생을 마무리 지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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