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새 학기의 설렘과 두려움
[대구논단] 새 학기의 설렘과 두려움
  • 승인 2023.02.16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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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원 달서구청소년문화의집 관장
요즘 각급 학교마다 졸업식을 마치고 신학기 준비에 한창이다. 무엇보다도 올해 학교에 처음 들어가거나 상급학교로 진학하는 학생들의 신학기를 준비하는 부모님의 마음은 분주하기만 하다. 코로나 상황에서 학생들의 학습격차 문제로 많은 어려움이 있었기에 이번 신학기 자녀의 학업 계획을 위한 학원 및 교육 정보와 함께 신경 써야 할 것들이 여간 많은 것이 아니다.

자녀들은 나름대로 새로운 친구에 대한 설렘과 긴장이 공존하며 묘한 기분이 들 것이다. 코로나로 인해 일상적인 학교생활이 제한되어 친구를 사귀기 힘들거나 친구 관계가 소원했던 청소년들이 많았기 때문에 신학기에는 새로운 친구와의 만남에 설렐 것이다. 그래서 이번 새 학기는 코로나 상황에서 벗어나 예전처럼 정상적인 학교생활을 바라며 친한 친구들이 많아지기를 기대하는 마음 또한 클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친구들과의 만남은 늘 좋은 결과만 있는 것은 아니다.

유독 신학기가 되면 학교 가는 것을 힘들어하거나 거부하는 청소년들이 있는데 이런 현상을 일컬어 '신학기 증후군'이라고 한다. 유난히 아침에 일어나지 못하거나 심하면 두통이나 복통을 호소하기도 하고 짜증을 많이 내기도 하며, 주의력이 저하되고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신학기 증후군은 어린 자녀가 학교에 입학하며 단체생활을 시작하는 초기에 부모와 분리되는 과정에서 불안을 경험하며 나타나기도 한다. 기존의 재학생들 또한 신학기 학년이 올라가면서 학교 적응과정에서 부적응의 사례로 나타난다. 이런 신학기 증후군은 청소년은 물론 대학생도 해당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갖는 데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데, 심하면 공황장애 상황이 발생하게 될 수도 있다. 특별히 신학기 증후군이라고 말하지 않더라도 신학기에는 청소년들이 가진 심리적 불안이 다양한 형태로 표출되기도 하는데 이에 따라 아직 관계에 미숙한 청소년들은 상처받거나 심리적으로 더 힘들어질 수도 있다.

청소년기는 대체로 아동기와 성인기 사이로 의존적인 상태에서 독립적인 상태로 이행하는 과정에 있는 시기이다. 이때는 급격한 신체 변화는 물론 심리적인 혼란을 수반하며, 미래에 대한 높은 불안을 표출하는 단계로 인식되기도 한다. 어찌 됐든 청소년기는 심리적인 면에서 취약하고 민감한 단계라 여겨지며 여러 학자로부터 정의되어 왔다. 특히, 에릭슨은 청소년의 자아 정체감은 청소년기 동안 획득해야 할 가장 중요한 발달과업이라 하였다. 에릭슨은 인간 발달을 8단계로 설명하고 자신에 대한 정체감을 획득하지 못한 정체감 혼란은 개인이 정상적인 발달단계에서 맞닥뜨리는 다섯 번째 발달적 위기라고 설명하며 정체감 위기는 반드시 사춘기에 시작되거나 끝나지 않는다고 하였다.

에릭슨의 정체감 이론에 의하면 확고부동한 정체감은 긍정적인 정신건강과 최상의 심리적 기능으로 이어진다고 했다. 특히 에릭슨은 정체감을 한 사람의 가치와 신념, 그리고 목표와 긍정적인 심리적 성장을 촉진하는 자아 연속성과 동일성을 강조했다. 자아 정체감은 명백한 자신의 목표와 가치 그리고 믿음으로 구성된 자기규정으로 설명되는데, 이것들은 시간을 거치면서 발전되며 삶의 방향, 목적과 의미를 갖는데 가치판단의 기준이 된다.

개인의 발달 정체성은 개인의 고유한 특징이며 과거로부터의 결과와 미래에 대한 기대로서 개인 간 관계에 영향을 준다. 즉, 청소년의 자아정체성은 자신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기에 자기조절의 근간인 셈이다. 학교생활 중 친구 관계에서 고민하는 청소년이라면 자신의 정체성을 더욱 견고히 해야 스스로를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길 것이고 자신의 심리적, 사회적 삶에서 더 주관적인 행복을 경험할 수 있다. 이런 경험들이 성장이라고 한다면 회피하지 말고 여러 상황 속에서도 자신을 잃지 않고 성장의 밑거름으로 삼아야 한다.

부모님들은 신학기 준비에 바쁘더라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자녀의 심리도 한번 챙겨볼 일이다. 특히 신학기에 자녀들과 대화의 시간을 늘려 많은 대화를 나누어 보자. 학교에서 있었던 많은 일들을 편안하게 얘기할 수 있도록 충분히 기다려 주고 많은 칭찬과 격려를 보내보자. 학기 초부터 학습을 지나치게 강요하지 말고 자녀의 신체 변화와 감정변화를 그냥 지나쳐선 안 되겠다. 특히, 심리적으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불안한 마음이 내재하여 있으니 세심하게 배려하여 편안한 분위기를 조성해 주어야 한다.

청소년은 또래 친구에게 많은 영향을 받는다. 특히 친구 관계는 학교생활을 즐겁게도 하고 싫어지게도 하는 요인이다. 누구나 새로운 환경에 노출되면 두려움이 앞설 것이다. 청소년들 또한 그럴 것이며,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걸 잘 알고 있지만 어떻게 대화를 시작하는지 방법을 잘 모를 수도 있다.

새로운 친구를 만난다는 것은 에너지가 많이 든다. 그래서 새로운 만남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지 말고 여러 친구에게 관심을 보이며 말을 걸어보자. 의식적으로 먼저 다른 친구들에게 한마디씩 말을 걸어본다든가 하며 여러 가지 방법을 찾아봐야 할 것이다. 또한 내가 좋아하고 흥미 있는 일이나 관심 있는 분야와 학습에 집중할 때 관계는 더 좋아질 수도 있다. 결국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가정과 학교에서 지지해 주고 함께 고민해 주는 방법밖에는 없다.

올해에는 긴 코로나 상황에서 벗어나 정상적인 학교생활을 모두 기대하고 있다. 또래와 친밀한 관계를 맺으며 왕따나 학교폭력에서 자유로운 우정이 넘치는 학교생활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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