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성예 작가 개인전…대백갤러리 내달 5일까지
배성예 작가 개인전…대백갤러리 내달 5일까지
  • 황인옥
  • 승인 2023.02.20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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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 속 ‘행복의 기운’ 감상자에 전해지길…”
화가·사회활동가·주부 ‘1인 3역’
봉사 하다 ‘치유 상징’ 장미 발견
고통 터널 벗어나니 ‘구름 위 장미’
배성예작-희망
배성예 작 ‘희망’
배성예작-열정
배성예 작 ‘열정’

활짝 핀 장미꽃송이들이 허공에 구름처럼 두둥실 떠 있다. 붓 대신 나이프와 아크릴 물감으로 표현한 장미꽃송이들이다. 장미꽃이지만 물감의 두께가 선사한 입체감과 나이프의 무심한 터치가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 대백프라자갤러리 개인전에 걸린 배성예 작가의 작품이다.

전시 제목은 ‘삶의 편린(片鱗)’. 그의 인생 여정에서 짙은 향기로 남은 삶의 조각들을 그림의 형식을 빌려 보여준다는 의미로 지었다. 누구나 자신의 삶을 평탄치 않다고 여기지만 배성예의 삶이야말로 범부의 그것과 달랐다. 그는 화가, 사회활동가, 주부 등 1인 3역을 수행하며 누구보다 성실한 삶을 살았다. 세 사람 몫의 삶을 살았던 만큼 그 속에 내재된 삶의 조각들은 그야말로 드라마틱했다.

그림에는 일찍 재능을 보였다. 초등학교 때부터 그림으로 큰 상을 수상하며 재능을 발휘했고, 중고등학교를 거쳐 대학까지 미술에 빠져 살았다. 이후 영남대 교육대학원에서 미술교육학을 전공하고, 홍익대 산업대학원에서 광고디자인학을 졸업했다. 졸업 후 대구예술대에서 후학 양성을 시작하고, 프리랜서 미술 지도와 미술학원 경영도 병행했다. 광고디자인학 공부 후에는 그래픽 디자이너의 꿈도 키웠다. 하지만 결국 순수회화의 본질적인 욕구에 이끌려 전업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순수 회화의 매력을 떨쳐버릴 수 없어서 전업 작가를 선언하고 작업에 매진해 왔어요.”

그림만 그리기엔 그의 심성은 너무 따뜻했다. 2005년부터 재능기부 봉사활동을 본격화했다. 대구 서구에서 운영하던 국공립 어린이집과 달서구 성서공단, 미얀마 국제학교 등의 벽화 제작 참여를 시작으로 사회 곳곳의 소외된 곳에 눈길을 돌렸다. 그의 봉사는 진화를 거듭하다 마침내 대구제일지역아동센터에서 센터장에 취임했다. 아동센터 운영자로서의 책임감을 통감하며 소외된 아동들을 사랑으로 감싸 안으려 고군분투했다.

모든 예술은 예술가 자신의 이야기로부터 출발한다. 그의 미술도 그 공식을 따랐다. 삶의 형태에 따라 화풍도 달라졌다. 2000년대 초반에는 섬세하고 촘촘한 극사실적인 그림을 그렸다. 마치 컴퓨터 그래픽 기법을 활용해 실재적 환영을 보여주려는 듯 사실성에 천착했다. 2010년대에는 형상을 파괴하고 대상의 내재적 본질에 대한 새로운 조형탐구에 나섰다. 독일 표현주의에 매료되어 내면에 잠재되어 있는 강렬한 표현 욕구에 응답했고, 그런 태도는 반추상적 표현양식의 표출로 이어졌다. 사실성으로부터 탈피였다.

“비정형과 거친 붓 터치, 투박한 색채를 통해 직관적 감성을 투영한 서정적인 표현으로 연결해 나갔어요.”

장미는 봉사활동이 연결한 인연이었다. 소외된 계층과 결손 가정 아이들을 돌보며 “그들의 상처입은 마음까지 안아줄 수 없을까?” 고민하다 치유의 상징으로 장미를 떠올렸다. “보는 이로 하여금 누구나 아름다운 마음을 선사하는 대상이 장미였어요.” ‘애정’, ‘사랑의 사자’, ‘행복한 사랑’이라는 꽃말이 증거 하듯, 장미는 당시 그가 간절히 염원했던 희망의 전령이었다. “장미꽃에 ‘사랑’과 ‘행복’이라는 희망의 기운을 녹여내려 했어요.”

화사한 장미가 전하는 ‘희망의 기운’은 화면 곳곳에서 묻어난다. 흐드러지게 무리지어 피어있는 장미꽃을 밝고 따뜻한 파스텔톤의 허공에 구름처럼 표현하거나, 부피감있는 꽃잎들이 바람에 흩어지거나 물감이 표면에 흘러내리게 표현하는 등의 기법들이 대표적이다. 예리한 나이프로 그린 부드러운 꽃잎은 아픔을 희망으로 승화했던 당시 그의 상황과도 일치한다. 그에게 장미는 세상의 어두운 곳은 밝은 빛으로 치환하는 희망의 증거다.

그가 “활짝 핀 장미를 희망에 대한 상징이지만 바람에 흩날리는 꽃잎이나 빗물처럼 흘러내리는 물감자욱들은 인생의 희노애락에 대한 은유”라며 “장미꽃이라는 소재는 같지만 화면마다 각기 다른 다양한 이야기들이 숨어있다”고 했다. “제가 장미꽃을 그리며 염원했던 행복의 기운들이 감상자에게도 전해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그렸어요.”

손에 잡힐 듯 아련한 희망은 구상과 비구상의 경계를 허물며 기운을 갖춰간다. 허공에 떠 있는 장미꽃, 꿈결인 듯 비현실적으로 화사한 파스텔톤의 색채, 흘러내리는 꽃잎과 물감 자욱 등에서 현실과 비현실, 구상과 비구상이 공존한다. 땅이 아닌 허공에 구름처럼 장미를 그린 역발상 또한 자유로움의 상징이다. “고통의 터널로부터 자유로워지면서 그림에도 자유가 찾아왔어요. 생각이 자유로워지니 그림도 생각을 따라가고 있죠.” 배성예 개인전은 대백프라자 갤러리 A관에서 3월 5일까지.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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