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핀다고 남녘에서 소식이 왔다
더디게 갈 거 같은 시간은
숨 고를 틈 없이 지나가고
계절 틈새로
뱉어내는 긴 한숨
꽃 진다고 기별이 왔다
뭉텅뭉텅 내려앉는
저 꽃들의 죽음에
온통 내 봄날 아득해졌다
진저리나는 빗길 걷는데
네가 지나갔을, 지나고 있을 발자국 사이로
휘날리던 분홍들
나붓나붓 세 번째 봄이 가고 있다
… 잘 계시겠지?
◇송화= 경북 칠곡 출생. ‘시로 여는 세상’ 등단 . 대구시인협회 회원 . 서설시 동인. 시집: ‘바람의 열반’이 있음
<해설> 꽃으로 눈물을 닦는가? 생은 가끔 희소식 뒤에 슬픔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는 것을 시인은 안다. 봄을 맞는 시인은 환하게 웃지만 사실은 울고 있다. 더디게 가야 오히려 그대가 빨리 지워지지 않을 덴데, 세월은 너무도 빨리 새봄의 꽃을 불러온다. 꽃이 지면 또 아득해질 걸 알기에 시인은 진저리나는 빗길을 걷고 있다. 사랑을 떠나보낸 후 그 체념의 시간이 내 뱉는 영탄조의 한 문장 “잘 계시겠지? 는, 눈물로 닦은 꽃의 인사다.
-박윤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