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대책에도 숙지지 않는 ‘아동학대’
잇단 대책에도 숙지지 않는 ‘아동학대’
  • 이지연
  • 승인 2023.05.08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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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대구 아동학대 신고 1242건
학대 행위자 친부모 비율 78%
신체·정서 동시 학대 31% 차지
14.3%는 재학대 사례로 분류
전문가 “공권력 개입 한계” 호소
양육자·기관 종사자 인식 개선
관리 시스템 제도적 보완 강조
사회적 공분을 일으킨 일명 ‘정인이 사건’에서 양부모에게 각각 징역 5년과 35년을 확정한 대법원 판결 이후 1년이 지났다.

관련법 개정 등 여러 후속 대책에도 아동학대는 여전히 되풀이되고 있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재학대 사례도 상당수여서 전문가들은 사회 시스템 마련과 함께 부모 인식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8일 대구경찰청 등에 따르면 지난해 대구는 아동학대 신고로 총 1242건이 112에 접수됐다.

이 중 47%에 해당하는 586건이 검거(송치 기준)됐다. 코로나19가 발발한 2020년 982건에서 2021년 1347건으로 대폭 늘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여파로 가정 내 갈등이 증폭된 결과라는 분석도 나왔다.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며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된 올해 들어서도 1월부터 3개월 간 312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전년 동기 대비 48건(18.2%)이 증가한 것으로, 분기별로 따져 봐도 올해 1분기 아동학대 신고 건은 적지 않은 수치다.

신고 자체가 증가한 데에는 ‘아동학대=범죄’라는 사회적 인식 변화 영향도 있지만 실제 사회 곳곳에서 여전히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보육기관 종사자 등을 제외한 가족구성원으로부터의 학대 피해 경험이 훨씬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체뿐만 아니라 정서적인 학대로 확대돼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대구시가 최근 경북대학교 산학협력단과 진행한 ‘지역 빈곤아동 및 아동학대 실태조사 용역보고서’에 따르면, 아동학대 행위자로는 2021년 기준 친모와 친부가 차지하는 비율이 전체 78.2%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학대행위를 한 친모는 36.8%, 친부가 45.5%였다. 부모가 40~49세인 경우가 49.8%로 가장 많았으며 피해아동 연령은 10세~15세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사례 유형으로는 전체 학대피해 294건 중 92건(31.3%)이 신체와 정서적 학대를 동시에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두 가지 유형 이상의 학대가 복합적으로 발생하거나 정서적 학대가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학령기와 청소년기의 자녀를 둔 학부모와의 갈등이 크게 한 몫을 차지한 것으로 풀이된다.

재학대 사례 역시 상당수로, 아동학대에 대한 인식 개선 등 부모 교육 강화방안이 크게 요구되고 있다.

대구시 조사결과 학대피해아동 1천494명 중 14.3%에 해당하는 210명이 재학대 사례로 분류됐다. 또 학대피해아동과 행위자가 모두 동일한 경우는 212명(14.4%)이었으며, 학대피해아동은 같지만 행위자가 다른 경우 298명(20.3%), 학대피해아동은 다르지만 행위자가 동일한 경우는 246명(16.7%)으로 집계됐다.

가정 내에서 이뤄지는 아동학대 유형 특성상 가족이 해체되지 않는 한 행위자와 피해 아동이 함께 지내기에 가해자의 인식 변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훈육으로 보는 개인의 관점 전환과 함께 사회적인 인식 변화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대구의 한 아동보육전문가 A씨는 “재학대 비율 자체만 놓고 판단하기보다 한 아이를 대하는 서로 다른 행위자의 학대 비율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전 정인이 사건에서 보듯 방임은 학대의 또 다른 이름일 뿐이다. 주양육자의 훈육방법에 대해 가정 내 제동장치 작용이 필요한 이유다”고 말했다.

학대피해아동 보호를 위한 특례법이 제정되는 등 사회적 제도와 시스템이 정비되고 있지만 사각지대는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현장 전문가들은 현실적인 어려움과 한계를 호소한다. 공권력 개입에 대한 한계가 뚜렷하고 개입하더라도 부모의 정신건강이 좋지 않을 경우 사각지대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 A씨는 “피해 아동이 가정 구성원이기에 분명히 한계가 있다. 학대에 대한 판단이 사례별로 다른 경우도 많다. 분리 조치가 원칙이지만 부모 사정에 따라 어려운 경우도 흔히 있다”고 했다.

실제 3년 전 서울 양천구에서 입양아를 학대해 숨지게 한 ‘정인이 사건’에서 어린이집 교사와 의료진 등이 학대가 의심된다고 신고했지만 경찰은 학대 사실을 밝히지 못하고 정인이를 집으로 돌려보낸 사실이 드러나 징계를 받았다.

정부는 이 같은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아동학대 신고 의무자가 접수할 경우 수사기관이 의무적으로 수사에 착수하는 등 관련법령을 개정했다. 경찰청 전담 부서를 신설하고 입양제도를 보다 강화했다.

전문가들은 되풀이되는 아동학대를 두고 양육자와 기관 종사자 등에 대한 인식 개선과 교육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아동보육기관 관계자는 “사회 양극화 현상에 따른 아동학대 사례도 늘고 있어 촘촘하게 관리할 수 있는 제도적인 보완이 절실하다. 특히 부모나 양육자에 대한 교육과 사회적 인식 개선은 무엇보다 중요하며 이를 함께 지켜볼 수 있는 사회적인 관심도 당연히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구시는 8개구군 내 아동학대 전담조직이 설치돼 있으며 이를 전담하는 공무원 35명이 현장 조사업무를 맡고 있다.

아동보호전문기관 거점 심리치료센터도 운영 중이며 상급병원 3곳, 종합병원 4곳, 병원급 8곳, 의원급 3곳 등 총 18개 기관을 아동학대 전담의료기관으로 지정해 지원하고 있다.

이지연기자 ljy@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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