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를 찾아서] 거암 야유회 경주 2박3일
[좋은 시를 찾아서] 거암 야유회 경주 2박3일
  • 승인 2023.05.23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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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진 시인

만나서 반갑다는 인사가 요리조리 탁 탁 쪼아

콩깍지 털어내기도 하고 다시 입히기도 한다

떨어져 나간 조각들이 남긴 것은 음각일까 양각일까

반월성 아래 김알지 계림숲 박혁거세 성덕여왕 에밀레종 선덕여왕 첨성대

인면문수막새 웃는 얼굴 K2 콘서트 생각하며 달밤을 걷는다

돌담으로 촘촘 둘러쌓은 우물엔 연꽃 활짝 피고 황코스모스

만발한 달밤에 쏙 뽑아내어 불빛세례 받고 있는 첨성대에 요리조리 비춰 본다

콩깍지 덥힌 두 눈에 선덕여왕의 잔잔한 미소가

달무리 에워싼 구름 별밭에 자주 보라 꽃분홍 꽃밭 피웠다

◇정경진= 2001년 도서출판 예맥의 계간 ‘詩現實’ 봄호 등단. 2005년 중앙일보 주관 제1회 ‘미당문학제’ 시부문 대상 수상. 대구문인협회, 대구시인협회 회원.

<해설> 시인은 경주를 2박 3일간 찬찬히도 살피고 다녔다. 그냥 다닌 것이 아니라 마음속에 새기고 다닌 것이다. 대구에서 경주는 가깝다. 가깝기도 하거니와 이러저러한 일로 자주 가는 편인데, 실제로 경주는 다 아는 양 제대로 살펴본 적이 별로 없다. 그런 반면 정경진 시인은 제대로 2박 3일 눌러 앉아 경주를 살핀 것이다. 주변의 탁원한 시인들의 특성을 분석해 보면 그렇다. 황동규 시인이 그렇고 이성복 시인이 그렇다. 호기심이 발동하면 못 참는 편이고, 남이 알고 있는 것을 내가 모르면 어느새 안다고 깝죽대는 그를 넘어 더 많이, 제대로 알아가는 놀라운 성향을 지녔다. 아마도 정경진 시인도 그런 분들의 영향을 받아서 일까. 야유회가 시인 자신에게는 그런 야유회였음에 박수를 보낸다. 안면문수막새 그 웃는 신라의 얼굴이 어두운 세상을 밝히는 것처럼.

-박윤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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