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뉴 사우스 웨일스 주 브리즈번에 있습니다
숀클리프역에서 온통 내게로 쏟아지는 햇빛을 안고
엄청나게 긴 잔교棧橋에 기대어 붙박인 세월이
애잔해지는 날
뽕밭이 변하여 푸른 바다가 된 듯
갈매기도 천지간 머뭇거림 없이
또, 이런 세상 보여주려고 호탕하게 노는 시간
백화점 진열대에 비싸게 앉아 있던
푸른 우주에 배꼽을 달았던 슈퍼우먼!
짝사랑만 하다가 꼴깍 삼키는 침
이 먼 곳까지 와서 우리가 만났습니다
사랑은 새콤하게 영롱한 바다 한 알
터질 듯 말 듯
입술을 여닫고 있습니다
◇강인수= 2022년 계간 ‘문장’ 신인상 수상. 한국문협 인도네시아지부 재무국장.
<해설> 백화점 진열대에 비싸게 앉아 있던 블루베리, 푸른 우주에 배꼽을 달았던 슈퍼우먼! 블루베리, 짝사랑만 하다가 꼴깍 침 삼키게 하던 블루베리. 그런 블루베리를 시인은 뉴 사우스 웨일스 주 브리즈번에서 만난 것이다. 블루베리는 어쩌면 다름 아닌 자기 자신이다. 자기 자신이 바라던 어떤 열망이며 사랑의 실체다. 새콤하게 영롱한 바다 한 알 터질 듯 말 듯 입술을 여닫고 있으니, 뽕밭이든 바다든 호탕하게 놀아도 된다. 블루베리를 데리고 어디로든 어떤 상상으로든 마음껏 자유롭게 활보하는 시를 빚어내시라.
-박윤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