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히 기억될 큰 바위 얼굴
영원히 기억될 큰 바위 얼굴
  • 여인호
  • 승인 2023.10.30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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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존경하는 교장선생님께서 퇴직을 하셨다. 교장선생님을 떠올리면 큰 바위 얼굴이 떠오른다. 키가 180센티미터가 넘을 정도로 크기도 하셨지만, 몸소 보여주신 성실함과 강직함으로 평생 가슴 속에 품고 살아갈 만한 가치관을 심어주셨기 때문이다.

‘큰 바위 얼굴’은 미국의 소설가 너대니얼 호손이 쓴 작품이다. 남북 전쟁이 끝난 직후, 어니스트는 어머니에게서 바위 언덕에 새겨진 큰 바위 얼굴을 닮은 아이가 태어나 훌륭한 사람이 될 거라는 전설을 전해 듣는다. 어니스트는 어머니가 말한 훌륭한 사람을 만날 수 있길 기대하며 자신도 큰 바위 얼굴을 닮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 노력한다.

세월이 흘러 어니스트는 수많은 사람을 만나게 된다. 만난 사람들 중에서 큰 바위 얼굴을 찾으려고 하지만 도저히 찾을 수가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니스트의 설교를 듣던 시인이 어니스트가 큰 바위 얼굴이라고 소리친다. 찾고 싶었던 큰 바위 얼굴이 바로 자신이라는 말을 들은 어니스트는 언젠가 자신보다 더 현명하고 훌륭한 진짜 큰 바위 얼굴이 나타나기를 소망한다.

이 작품을 통해서 작가는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중요한 가치는 돈과 명예, 권력 등의 세속적인 것이 아니라, 끊임없는 고민과 노력을 통해 만들어진 일상 속 언행일치에 있다는 것을 말한다.

오랜 세월 동안 교직에 몸담으시면서 교사, 장학관을 거쳐 자칭 대구교육대학교 교육부설초등학교 머슴으로 언행일치를 보여주시다가 퇴직하신 김영호 교장선생님은 나뿐만 아니라 무수히 많은 학생과 학부모, 교사들에게 큰 바위 얼굴이 되어 주셨다.

최근 악성 민원으로 고통받고 있는 교사들의 상황이 뉴스를 통해 전해지면서 존경의 대상으로 여겨지는 선생님이 안쓰럽고 위로해야 할 대상으로 시선이 바뀌고 있다. 학교뿐만 아니라 갈수록 각박해지고 삭막해지는 시대적 흐름 속에서 모두에게 필요한 건 바로 큰바위얼굴과 같이 뿌리와 같은 존재이다.

큰 바위 얼굴이 뿌리가 되어 올바른 가치관을 심어주고 마음의 위로를 건넨다면 삭막한 교육 여건 속에서도 희망 교육이라는 꽃을 피워낼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나는 운이 좋게도 큰 바위 얼굴을 찾았다. 하지만 어니스트처럼 끝없이 찾아 헤매도 큰 바위 얼굴을 찾지 못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렇다면 반면교사 삼기를 제안한다.

반면교사는 안 좋은 행동을 보고 반대로 하려는 마음을 먹는 것이다. 또한 과거의 실패를 거울삼아 이를 반복하지 않도록 노력한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 살면서 반복되는 시행착오 속에서 우리가 잘못한 실수나 절대 닮고 싶지 않은 누군가의 행동을 반복하거나 따라 하지 않는 것이다.

‘모범’의 뜻을 살펴보면 본받아 배울 만한 대상을 뜻한다. 꼭 모범의 대상이 부모님이나 교사 등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일 필요는 없다. 누군가 잃어버린 지우개를 주워 와서 주인을 찾아주라고 선생님께 건네는 어린아이도 모범이 될 수 있다. 고3 수험생 때 암 4기 진단을 받은 남학생이 힘든 방사선 치료를 받으면서도 온라인 수업으로 공부를 지속해서 서울대학교 역사학부에 입학한 경우도 귀감이 된다.

이처럼 우리 주변에서는 완벽하지는 않지만 큰 바위 얼굴의 형태를 지니고 있는 멋진 존재들이 숨어 있다. 보석처럼 반짝이는 존재를 찾아내는 것은 각자의 몫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처럼 큰 바위 얼굴을 찾고자 하는 마음을 지닌 사람들에게만 보석들이 보일 테니까. 어렵게 찾은 큰 바위 얼굴은 가슴 속 별이 되어 영원히 사라지지 않고 반짝일 것이다.

대구교육대학교대구부설초등학교교사이수진


이수진<대구교대 대구부설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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