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치듯 튀어나온 생각이 지천이다
잠 깨우는 까치 울음에
긍정의 회로가 부푼 아침
갑작스러운 까마귀 울음에
소스라치게 놀라 근심을 부른다
안 좋은 예감에 휘감겨
상상력은 무한대로 꿈틀거리며
혼자서 은밀한 거래를 반복한다
길조와 흉조가 소용돌이친 한바탕
아날로그 시대에 갇혀 있는
딱딱한 습성으로 변덕쟁이 된 부끄러운 당신
좋은 예감과 나쁜 예감이 주는
강한 중독성에 취해
종잡을 수 없이 마감하는 하루
휘청거렸으나 무너지지 않았다
◇이둘임= 모던포엠 작가회, 한국시인협회, 서초문협, 현대시학 정회원. 황토현시문학상,솜다리문학상, 석정이정직문학상, 제28회 모던포엠 추천작품상. 2022 시사불교매너리즘 신춘문예 우수상. 시집 ‘우리 손 흔들어 볼까요’, ‘광화문아리아’ 외 동인지 다수.
<해설> 눈 깜박할 사이에도 우리의 뇌 속 안테나에는 3천 개 이상의 상상이 스쳐 지나간다고 한다. 그런 상상 하나를 잘 붙잡는 일이 결국 시를 쓰는 일인데, 스치듯 튀어나온 생각이 지천인 시인은 오늘 까치가 울고 까마귀가 이어서 우는 경험을 통해 자신도 모르게 혼자만의 예감을 붙들고 씨름한다. 그러다가 아날로그적인 딱딱한 습성을 본 것이다. 지금 앞에 있는 아마도 당신이라는 사람이 또한 그러해서 하루는 유쾌하지 않았다는 어떤 고백으로 읽힌다. 휘청거렸으나 무너지지 않은 것도, 까마귀가 미리 울어준 결과일 수도 있겠다.
-박윤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