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를 찾아서] 벼들의 합창
[좋은 시를 찾아서] 벼들의 합창
  • 승인 2023.11.13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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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황흠 시인

바람결에 꺼칠한 것들

쉬익 쉬이익, 아우성이다

어루만진 게 엊그제인데

이젠 찰랑찰랑 거리는 야윈 허리를 만진다

고슬고슬한 이삭은

너와 내가 쌓아온

한 해 노고

서러움도 곰삭은 머리로

고개 푹 숙이고 쓰는 흙의 문장

아직 들어야 할 노래

◇김황흠= 2008년 ‘작가’, 시집 ‘숫눈’, ‘건너가는 시간’, ‘책장 사이에 귀뚜라미가 산다’. 시화집 ‘드들강 편지’.

<해설> 시인이 아직 들어야 할, 불어야 할 노래의 중심에는 농경의 풍경이 있다. 농사 중의 농사인 벼농사의 역사는 오래되었다. 우리의 주식이 아직도 변하지 않는 쌀이고 보면, 아직도 사람들 기억 속엔 쌀의 기억이 남아 있다. 쉬익 쉬이익 익은 벼들이 들려주는 소리를 합창으로 알아듣는 시인의 귀는 청각에서 촉각으로 이동된다. 이번에는 벼가 고된 자신에 허리를 만지는 행위를 느끼면서 자신의 노고를 벼로부터 위로받는다. 벼가 쓰는 문장은 서러움도 곰삭아 나오는 그런 문장이고 결국 고개를 푹 쓰고 쓰는 문자이니, 우리는 쌀밥을 마주할 때, 한 번쯤 고개를 숙여야겠다. -박윤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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