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를 찾아서] 부의
[좋은 시를 찾아서] 부의
  • 승인 2023.11.15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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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국 시인

지나가는 말투로

언제 밥 한번 같이 먹자더니

진짜로 나를

불러들여 약속을 지켰다

흰 비닐 상보 깔고

일회용 접시에다 마른안주와

돼지고기 수육과 새우젓과 코다리찜과 홍어와

게맛살 낀 산적과 새 김치 도라지무침을 내오고

막 덥힌 육개장에 공깃밥 말아 먹이며

반주 한 잔도 곁들어주었다

약소하게나마 밥값은 내가 냈다

◇조성국= 전라도 광주 염주마을에서 태어났다. 1990년 ‘창작과 비평’ 봄호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지은 책으로 시집 ‘슬그머니’, ‘둥근 진동’, ‘나만 멀쩡해서 미안해’, ‘귀 기울여 들어 줘서 고맙다’ 등과 동시집 ‘구멍 집’이 있고, 평전 ‘돌아오지 않는 열사, 청년 이철규’ 등이 있다.

<해설> “언제 밥 한번 같이 먹자”는 지나가는 말인지, 진지한 약속인지, 이 모호한 말을 많은 시인들이 시로 인용해 쓰고 있는 걸 보면, 이 말이 주는 뉘앙스는 다양한 해석이 필요하겠다. 하긴 싫은 사람하고 밥을 같이 먹는 일은 엄청난 고역일 수도 있을 테니, 이 말은 친근함에서 나온 말이긴 한데, 조성국 시인에게 이 친근한 말을 한 자가 상가의 영정에 들어서 약속을 지키는 어떤 경험을 통해 약속의 진지함을, 콩트 형식을 빌려 이야기하고 있다. 말로 진 빚은 이생이 아니면 다음 생에서는 열 배로 갚아 할 듯.

-박윤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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