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호 경영칼럼] 올해 코세페는 성공한 축제가 될까
[박명호 경영칼럼] 올해 코세페는 성공한 축제가 될까
  • 승인 2023.11.19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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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호 계명대학교 석좌교수, 전 계명문화대학교 총장
지난 11일부터 ‘한국판 블랙 프라이데이’로 불리는 코세페(코리아세일페스타)가 시작됐다. 이달 말까지 20일 동안 진행되는 코세페는 무려 2,500여 개 업체가 참여해서 최대 50%까지 할인행사를 벌인다고 한다. 백화점과 대형마트를 주축으로 해서 가전, 자동차, 화장품 등 제조업과 아울렛과 면세품, 영화관을 비롯하여 온라인 쇼핑몰까지 참가했다. 실로 초대형 세일 행사라 할 만하다. 정부는 이번 행사로 주요 참여기업 매출액이 전년 대비 10% 이상 늘어날 것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열흘이 지난 현재 시점까지 기대만큼의 열기나 성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남은 10일의 성과도 불투명하다. 행사가 중반이 지나지도 않았는데 벌써 코세페 무용론까지 등장했다. 코세페의 취약성은 공급과 수요 양 측면에서 확인된다. 공급 측면에서는 참여한 제조업체의 할인율이 미약하고, 대형유통업체들은 코세페와 별도로 제각기 브랜드를 내걸고 연말 세일 행사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또한, 최대 50% 할인율이라고 홍보하지만, 이는 소수의 상품에 불과하고, 실제로 대다수 상품의 할인율은 그다지 높지 않은 수준이다. 코세페가 특별히 눈에 띄게 더 싸게 파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소비자들의 반응이다.

이미 국내 쿠팡에서는 겨울 아이템을 최대 80% 할인된 가격으로 공세를 하고 있고, 중국과 미국의 해외 직구 앱에서도 큰 폭의 할인 판매를 하고 있다. 미국의 블랙 프라이데이에서는 아마존을 비롯한 대형 유통업체에서 50∼90%까지 할인 판매한다. 굳이 코세페에서 상품을 구매하지 않아도 될 이유가 충분한 것이다. 한편 수요 측면에서는 고금리 여파로 가계부채가 늘어나 가계의 실소득이 넉넉지 않고, 더구나 위축된 소비심리가 행사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악재다.

코세페로 얼어붙은 소비심리를 갑자기 녹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는 없다. 직매입해서 판매하는 미국과는 달리 주로 판매를 중개하는 구조로 운영되고 있는 국내 유통업체만으로는 높은 할인율로 행사를 진행하기도 어렵다. 따라서 제조업체가 높은 할인율로 참여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다. 가격만으로 승부를 본다면 최근 LG그룹의 할인율 정도는 되어야 할지도 모른다. LG트윈스 야구단이 29년 만에 통합우승해 LG전자는 주요 가전제품을 29% 할인 판매하고 있으며, LG생활건강은 인기 제품을 29%의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다. 이 정도의 압도적 빅세일이라야 소비자들의 지갑이 열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제조업체가 높은 할인율로 참여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적으로 권유하는 것이 코세페의 가장 큰 과제다. 또한 굳이 해외 직구를 이용하지 않더라도 코세페에서의 상품 구입이 소비자들에게 상당한 실익이 되는 요인들을 찾고, 고안하고, 실행해야 한다. 참여기업들도 차별적인 세일 행사를 적극 펼쳐서 고객의 쇼핑 욕구를 자극하고, 고객을 잘 모시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코세페는 미국의 블랙 프라이데이를 벤치마킹한 행사다. 전통과 시장구조가 다른데도 불구하고 선진국의 제도를 거의 그대로 모방했다. 변화가 극심한 시대에서는 ‘무엇(비즈니스 모델)’을 할 것인가보다 ‘왜’와 ‘어떻게’에 대한 충분한 연구가 중요하다. 남이 하는 그 ‘무엇’이 아무리 훌륭하더라도 그것이 나에게 온전히 작동되기는 어렵다. 기존의 비즈니스 모델을 모방하거나 짜깁기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당연히 혁신이 요구된다. 혁신이란 시장에서 새로운 고객가치를 창조하고 전달하는 프로세스다. 고객가치는 가격할인이나 품질향상과 같은 유형의 혜택뿐만 아니라 서비스나 편의성 그리고 개성표현과 같은 무형의 혜택까지 포함한다.

코세페의 혁신이 필요하다. 장사는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시장은 공감의 장이고, 어떤 비즈니스도 사람 비즈니스다. 코세페도 단순한 할인행사장이 아니라, 신나고 놀라운 방식으로 고객의 진짜 니즈를 제대로 충족할 수 있어야 한다. 코세페가 새로운 형태의 쇼핑 장소로 변모될 때 소비 진작은 물론이고 참여기업의 성장에도 마중물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정부가 주도하고 지자체와 민간기업이 합세하는 방식도 재고해야 한다. 장사의 주체는 민간기업이고, 기업가적 아이디어와 이를 추진하는 능력도 기업에서 나온다. 정부나 지자체의 역할은 참여기업이 혁신적 활동을 잘 펼치도록 지원하는 것이어야 한다.

유통업계는 코세페의 성공으로 그 분위기가 연말까지 이어질 것을 바라고 있다. 정부도 코세페가 소비자와 유통업계의 힘든 상황에 큰 힘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려면 반드시 코세페의 새로운 방향과 혁신 전략이 마련되어야 한다. 그것이 코세페의 존재 이유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왜 살아야 하는지 이유를 아는 사람은 어떤 어려움도 견뎌낼 수 있다” 갑자기 몰아닥친 초겨울 한파에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의 이 말이 마음에 와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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