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가을 풍경 속으로
서늘한 바람이 글썽거리며 지나가고
구름 몇 조각 떠다니더니
비가 온다
멀리서 소식을 물고 돌아오는 새떼들의 부리가
하얗게 얼었다
잠깐 스친 발자국에도 상처가 나서
떨어진 잎사귀에 몸을 기대며
싸늘하게 누운 내 사랑이여
돌아갈 수 없는 시간은 더 멀리 가고
잦은 몸부림으로 잠에서 깨어
혼자 만져보는 오래된 흔적들
구름의 시간보다 더 빠른
생멸의 나날을 견디며
생의 마지막 하루처럼
추어탕을 먹는 그의 어깨가
설렁하다
◇황영숙= 1990년 우리문학 등단. 대구예술상 수상, 대구문학상 수상. 시집 ‘은사시나무 숲으로’, ‘따뜻해졌다’. 現 대구문인협회부회장.
<해설> 시인의 늦가을 풍경 속에는, 글썽거리는 바람이 있고 지루하지 않을 만큼의 비를 데려오는 구름이 있다. 부리가 하얗게 언 새들이 먼 곳 소식을 물고 오기도 한다. 그의 사랑은 잠깐 스친 발자국에도 상처가 나서, 떨어져 나뒹구는 잎사귀 에게도 기대고 싶어 한다. 이러한 정한은 결국 잠에서 깨어 혼자 만져보는(촉감) 기억이다. 오래된 흔적들이 새록새록 살아나는 계절, 혼자인 것이 쓸쓸해지는 상강엔 겨울을 견디기 위해 살이 통통하게 오른 미꾸라지를 잡아 추어탕을 끓여 먹는 것도 나쁘진 않겠다. -박윤배(시인)-
저작권자 © 대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