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이재명 피습과 지역의료계 갈등
[대구논단] 이재명 피습과 지역의료계 갈등
  • 승인 2024.01.08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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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열 대기자·전북대 초빙교수
연초 벽두에 날라든 이재명 피습사건은 전 국민을 경악시켰다. 집권당은 아니지만 국회 과반수의석을 점유한 제일 야당의 대표 위상은 대통령 못지않다. 전반적인 국정운영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고 하지만 법적 뒷받침이 없으면 허공에 뜬 권력이 될 수밖에 없다. 현재 국회의석 분포상 제일 야당이 완전무결한 입법권을 행사할 수 있는 수적 우위를 점하고 있기 때문에 대통령은 제일야당에서 제정 또는 개정한 법률안에 대해서 오직 소극적으로 거부권을 행사하여 자신의 존재를 과시하는 딱한 구조로 되어 있다. 이번에 쌍특검법 등에 대해서 거부권을 행사했지만 시중의 여론은 탐탁하지 않다. 이 법도 이재명의 결정으로 이뤄진 것이어서 그가 상당한 정치권력의 소유자임을 알게 했다. 그런 정치인이 칼을 맞고 쓰러진 것은 우리가 아직 정치후진국임을 전 세계에 표방한 셈이다.

한국은 광복 직후부터 유력한 정치 지도자들이 줄줄이 테러의 희생물이 된 것을 잊지 않는다. 송진우 장덕수 여운형 김구 등 국민의 사랑과 존경을 받던 지도자들이 목숨을 잃었다. 자유당 시절에는 이승만의 비호를 받던 특무대장 김창룡이 부하들에게 사살되었고 유신독재의 극한을 달리던 박정희는 중앙정보부장 김재규의 총탄에 쓰러졌다. 한동안 뜸하던 정치테러는 박근혜를 커터 칼로 찌르고 주한미국대사 리퍼트가 칼을 맞았으며 지금은 구속 중인 송영길이 방망이 세례를 받았고 이번에 이재명이 칼로 습격당했다. 다행히도 그들은 모두 응급치료를 받고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나 불행 중 다행이다. 날카로운 칼로 사람을 찌른다는 것은 특별한 인과 관계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어서 이 사건의 범인에 대한 수사결과가 발표되어야 그 진상을 알게 생겼다. 그나마 피습을 당한 이재명은 의료진의 치료를 받고 회복 중이라는 발표가 있어 국민들을 안심시켰다.

정치지도자는 일거수일투족이 모두 국민의 관심사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 사건에 대해서도 모든 언론이 총동원되어 시시콜콜 진상의 일각이라도 국민에게 알리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문제는 부산에서 일어난 사건인데 어째서 환자를 서울까지 이송했느냐 하는 문제가 제기된 점이다. 칼로 목 부위에 상처를 입었으면 통상적으로 매우 위험한 상처일 것으로 알게 된다. 그래서 어떤 병이든지 골든타임이라는 게 적용된다. 골든타임은 병에 따라 각각 적용되는 시간이 정해져 있는 게 일반적이다. 뇌졸중, 심장병 등으로 쓰러지면 30분에서 2시간 이내에 병원 응급실에 도착해야 된다는 등의 매뉴얼이 있다. 그러나 칼로 찔렸을 때는 가장 시급한 것이 지혈(止血) 조치 후 응급수술일 것으로 생각된다. 그런데 이재명의 경우 부산대병원 응급실에 입원하여 어떤 치료를 받았는지 알 수 없지만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되었다. 아무리 헬리콥터라고 하지만 400km가 넘는 거리를 비행하려면 적어도 두 시간은 걸릴 것이다. 그는 비록 칼 습격을 받았지만 골든타임은 상당히 길었던 모양이다.

그의 상처와 치료에 대해서 당연히 브리핑하는 사람은 서울대 의료진이어야 하는데 뜬금없이 민주당 측에서 발표를 도맡았다. 문제는 부산지역의사협회 등에서 반발하고 나선 점이다. 부산대에서 충분히 치료할 수 있는 상처를 몇 시간씩 허비해가며 구태여 서울대병원으로 이송해간 것에 대해서 불만을 표시한 것이다. 더구나 외상의료센터가 있는 병원은 국내에 부산대병원과 아주대병원 뿐이라는 점까지 지적되었다. 가뜩이나 의사정원 증원문제로 서울지역을 제외한 지방의 의사충원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올라 있다. 지방의료진이 충분히 치료하고도 남을 상처를 서울에서 치료해야 된다는 발상은 부산의료진에게 수모를 안긴 것이나 다름없다. 이재명의 상처가 하루 빨리 완치되기를 바라는 국민의 염원이 상처받지 않도록 서울 이송과 관련한 진상을 확연히 밝히는 것이 서울과 지방의료의 문제점을 푸는데 일조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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