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칼럼] 그래도 메기를 한 마리 키우자
[수요칼럼] 그래도 메기를 한 마리 키우자
  • 승인 2024.01.30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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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광 대구경북소비자연맹 정책실장·경제학 박사
메기효과라는 말이 있다. 한 생태계에서 강력한 경쟁자가 등장하게 되면 같은 생태계 내의 다른 경쟁자들의 능력도 상승하게 되는 효과를 말한다. 이 말의 유래는 노르웨이의 한 어부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물 온도가 낮은 북해에서는 청어가 많이 잡혀 북유럽의 사람들은 예전부터 청어를 즐겨 먹었다. 그 당시에는 기술이 부족하여 바다에서 잡은 청어를 육지까지 옮기는 동안 죽어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한 어부가 잡은 청어는 싱싱하게 살아 있었다고 한다. 그 비결은 큰 메기를 수조 안에 넣으니까 청어들이 잡아먹히지 않기 위해 목숨을 걸고 도망쳐 다녔기 때문이라고 한다. 사실 이 말은 지역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대구경북 지역은 2000년에 치러진 제16대 국회의원 선거 이후 현재 국민의힘 계열의 후보가 당선됐다. 물론 2016년에 치러진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더불어 민주당 김부겸 의원과 무소속 홍희락 의원이 당선된 경우도 있다. 그러나 보니까 경쟁이 치열한 수도권 의원들의 시각에서 보면 국민의힘 깃발만 꽂으면 당선되는 지역이라고 지역의원을 폄훼한다. 반면 지역사회에서는 국회의원으로 뽑아주니까 중앙에서 목소리를 제대로 못낸다는 불평이 많다. 따라서 선거철만 되면 지역의원을 대상으로 한 물갈이론이 만병통치약처럼 등장하고, 그 소리를 듣는 지역 주민의 심기는 불편하다.

오는 4월 10일에 치러질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지역의원 물갈이론이 반복되고 있다. 지난해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낙동강 하류 세력은 뒷전에 서야 한다" 고 하면서 영남 중진들의 희생론을 밝혔다. 이에 편승한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대구를 방문해 지역 국회의원을 '비만고양'이라고 조롱하면서 엉덩이에 불난 망아지처럼 좌충우돌했다. 또한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가 제시한 현역 의원 교체지수도 지역 의원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현역 의원 교체지수는 의원 지지율과 정당 지지율을 비교하는 것이 핵심인데, 대구경북에서는 당지지율이 더 높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지역의원이 공천 물갈이의 주요 타켓이 될까? 선거 때가 되면 바람을 일으키기 위해 개혁공천을 외친다. 개혁공천을 위해서는 유능하고 참신한 인물을 영입하는 것이며, 이를 위한 시각적인 효과는 현역의원 교체비율이다. 문제는 개혁공천을 위해 영입한 유능한 인물이라 해도 대부분 지역에서 인지도가 낮기 때문에 여권의 텃밭인 영남권을 제외하고는 당선된다는 보장이 없다. 반면 영남지역, 특히 대구경북은 공천만 주면 당선이 보장되는 지역이다. 따라서 개혁공천을 목표로 한 현역 교체비율에 맞추기 위해서는 당선 안정권인 지역 국회의원들이 대폭 물갈이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이렇듯 선거 때마다 지역 구도를 염두에 둔 물갈이론에 몰입하다보면 우리 사회에 존재하고 있는 갈등의 본질을 외면할 수 있다. 어느 사회든 갈등은 있다. 이러한 갈등은 경제성장을 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성장과 복지의 선택 문제로 인해 발생한다. 이것은 보수와 진보의 이념 대립, 가난한자와 부자의 빈부 대립, 기성세대와 신세대의 세대 대립일 수 있다. 이처럼 이항대립적인 구도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를 고민하기 보다는 눈앞의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갈등을 이용하고 싶은 욕망을 뿌리치기 어렵다. 따라서 정치인과 정당은 지역주의라는 감정에 호소하게 되고 유권자는 이러한 감정적 동원에 맹목적으로 반응하면서 갈등이 증폭된 것이 현실이다.

발전한 도시의 공통점은 포용성과 다양성이다. 특히 정치적 다양성은 우리 사회의 경쟁을 증대시킬 것이다. 그리고 정치적 경쟁의 긍정적인 효과는 주민들에 대한 정치적 서비스 향상이다. 정치적 서비스의 확대는 곧 유권자들의 정치적 효능감도 강화될 것이다. 정치적 효능감이 커지면 정치 참여가 활발해지면서 사회를 건강하게 만든다. 이를 위해서는 메기역할을 할 야당 후보들에게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지역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당선되었지만 안착하는데 실패했다. 그 이유는 보수적인 지역 분위기 때문인지, 아니면 개인의 역량 때문인지 궁금하다.

사실 지역 국회의원들의 면면을 보면 다들 경륜이 높지만 매번 선거 때가 되면 미운 오리새끼 취급을 받는 이유가 무엇일까? 지역 사회를 위한 희생과 봉사보다는 공천을 받으면 선거에 출마하고 공천을 받지 못하면 출마하지 않겠다는 현실적인 이익에 편승한 것은 아닌지 반성이 필요하다. 또한 지역주민들도 건강한 지역사회를 위해서는 여야 경쟁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메기 역할을 할 야당에게 마음을 열어야 한다. 이에 야당도 지역 사회를 바둑판의 사석으로 보지 말고 경쟁력 있는 후보를 발굴해 지역사회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마음을 열고 다가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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