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를 찾아서] 애기똥풀
[좋은 시를 찾아서] 애기똥풀
  • 승인 2024.02.21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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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문규 시인

산동네 돌담길 따라가다

꽃보다 먼저 사랑을 꿈꾸었으리

뒤척이는 몸 일렁일 때마다

사립문 금줄을 타고 달빛에 젖었으리

옛날도 그 옛날도 그러했으리

해와 달 바뀌고 별이 바뀌었어도

애기똥풀, 노오란 꽃

◇양문규 = 1960년 충북 영동군 출생. 명지대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졸업(문학박사). 1989년 『한국문학』에 ‘꽃들에 대하여’ 외 1편 발표. 시집 ‘벙어리 연가’, ‘영국사에는 범종이 없다’, ‘집으로 가는 길’, ‘식량주의자’, ‘여여하였다’. 산문집 ‘너무도 큰 당신’, ‘꽃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내 멋대로 생생’. 평론집 ‘풍요로운 언어의 내력’. 논저 ‘백석 시의 창작방법 연구’. 평전 ‘정법영·김두황’(공저). 전 민예총 총무국장, 실천문학사 기획실장, 대전대 문예창작학과 겸임교수 등 역임. 현재 계간 ‘시에’ 발행인, 시와에세이와 천태산 은행나무를 사랑하는 사람들 대표.

<해설> 애기똥을 닮아서 애기똥풀이라 이름을 붙였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똥이라는 단어에 애기라는 말이 붙으니, 그 느낌이 왜 이리 정겨운가? 산동네 돌담길도 그렇고 사립문 금줄도 옛 서정이 물씬 풍긴다. 거기다가 시인은 달빛도 젖었다 하니, 더더욱 친근감이 물씬 묻어난다. 새로 산 흰 운동화를 신고 밤에 낚시를 갔다가 아침에 바라본 운동화가 노란 운동화가 되어 있는 것에 깜짝 놀란 적이 있다. 발에 밟히며 스치며 꺾인 풀이 내어놓은 진액에 그만 붕어 한 마리 못 잡고 허탕 친 간밤의 피로조차 노랗게 물들고 말았던 것인데, 해와 달이 바뀌어도 기억 속 노란 애기똥은 여전히 노란 똥. 저출산 시대인 요즘 아기 웃음 같은 시인의 시는 청량한 느낌 그 자체이다.

-박윤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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