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칼럼] 정치는 타이밍이다
[수요칼럼] 정치는 타이밍이다
  • 승인 2024.02.27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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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광 대구경북소비자연맹 정책실장

4.10 총선을 앞두고 각 당은 공천자 명단을 속속 발표하고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공천과 관련해 잡음이 작은 편이지만,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공천을 전후로 탈당 등 후유증이 크다. 지난 제21대 총선에서 국민의힘(당시 미래통합당)은 국회의원 300석 중 34.3퍼센트인 103석을 얻었기 때문에 교체할 의원 수가 상대적으로 적다. 탄핵 후유증에 이어 코로나 사태로 인해 절대 불리한 선거에서 당선되었던 의원들은 그나마 경쟁력이 높다. 그런데 경쟁력이 있는 의원들을 단지 참신한 이미지를 가진 신인으로 교체했을 경우 당선 가능성을 보장할 수 있을까 하는 현실적인 의문도 있다.
그래서 선거때마다 등장하는 말이 특정지역을 겨냥한 물갈이론이다. 영남물갈이론이 등장하는 이유는 소위 여당의 텃밭이라고 하는 특정 지역에서는 참신한 정치 신인을 공천해도 당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당에서 발표한 현역의원 교체지수를 기계적으로 맞추려고 하면 할수록 당선 가능성이 높은 특정 지역의 현역의원 교체비율이 높을 수밖에 없다. 특히 대구경북의 경우 당의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공식으로 인해 지역구 관리 보다는 오히려 공천에 올인한다고 주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개혁 공천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개혁 공천을 통해 당의 이미지를 전면적으로 쇄신하겠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서는 낡고 무능한 이미지를 갖고 있는 국회의원들을 솎아내고 참신한 인물들을 수혈함으로서 젊고, 활기찬 모습으로 당을 환골탈퇴 하는 것이다. 그런데 당에서 외치는 개혁이 선거의 주체인 국민들의 눈에는 개혁으로 비쳐지지 않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또한 현실적인 의도도 있다. 대통령의 영향력이 큰 여당의 경우 대통령 임기 중반 이후 권력 누수 현상이 발생하면서 국정운영에 동력을 잃을 수 있다. 따라서 대통령 측근을 공천함으로써 집권 3년차로 접어든 대통령의 권력을 지켜낼 수 있다는 논리다. 동시에 지난 대선 공신에 대한 논공행상의 성격도 무시할 수 없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입장은 좀 다르다. 야당은 이재명 대표가 갖고 있는 법률 리스크를 방어 해 줄 수 있는 친명은 공천한 반면 비명과 총선 후 치러지는 당대표 선거에서 잠재적인 경쟁자를 솎아 낸 것도 한 원인이다. 비명인 이낙연 전의원을 비롯한 이원욱 의원, 김종민 의원, 조웅천 의원 등은 이미 예견한 것처럼 탈당 후 신당을 차렸다. 그리고 잠재적인 경쟁자인 박용진 의원과 임종석 전 의원 등을 공천에서 배제시킨 것을 두고 여의도 참새들은 말이 많다.
이번 공천 과정을 보면서 제21대 국회에서 여소야대를 온몸으로 경험한 정부여당은 공천 후유증을 넘어 공천 파동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고심한 흔적이 많다. 당시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영남권 중진 의원들의 험지 차출론을 화두로 던졌다. 여당 입장에서 험지는 수도권을 의미한다. 영남출신 다선 의원들이 수도권에 출마했을 때 과연 경쟁력이 있을까? 라는 의문을 가졌지만, 숨은 뜻은 불출마 선언을 유도하기 위한 밑밥이었다.
이어서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시스템 공천, 그리고 이기는 공천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개혁 공천과 시스템 공천 그리고 이기는 공천을 위한 최대공약수를 찾는 일은 쉽지 않다. 지금까지 공천 파동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현역 의원들이 대거 공천 받으면서 감동이 없는 공천이라는 비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를 의식한 한 위원장은 "조용한 공천은 우리의 공이 아니고 감동적인 희생과 헌신을 해주시는 우리 중진들, 승복해 주시는 후보들의 공"이라고 하면서 "우리 당은 끝까지 룰을 지키는 시스템 공천을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나마 여당 공천에서 주목을 받는 인물은 원희룡 전 국토부장관이다. 지난 대선에서 대장동 일타강사로 유명세를 얻은 원 전장관은 야당의 텃밭이기도 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지역구인 인천 계양구에 출사표를 던졌다. 또한 부산경남 지역의 경우 더불어민주당이 강세지역에 서병수 의원, 김태호 의원, 조해진 의원을 차출하여 재배치하였다. 이들 여당의 중진 의원들은 선거의 결과에 상관없이 이미 정치적 명분을 얻었다.
정치는 타이밍의 예술이다. 권력을 잡는 과정에서 출사표를 던지는 시기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권력에서 물러날 때도 타이밍이 중요하다는 것은 이미 역사적으로 증명됐다. 국민들로부터 욕을 얻어먹으면서까지 뱃지를 한 번 더 다는 것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는가? 오히려 불출마 선언은 국민들의 눈에 비쳐지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개선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 그 타이밍을 놓침으로써 정치적 명분도, 실리도 잃어 버렸다. 그로 인해 우리 지역이 외부인의 눈에 고립된 섬으로 고착화 되는 점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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