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를 찾아서] 쪽·10
[좋은 시를 찾아서] 쪽·10
  • 승인 2024.03.18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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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병춘 시인 사진
나병춘 시인

왼쪽으로 내리세요/ 오른쪽으로 타세요/ 오르고 내릴 적마다/ 쪽. 쪽. 쪽./ 소리가 울린다

나는 쪽빛 하늘의 족속/ 하늘에도 쪽/ 바다에도 쪽/

애인 뺨에게 쪽/ 엉덩이에도 쪽, 몽고반점/ 쪽 소리 나야/ 비로소 열린다

양쪽으로 쩌억 갈라지는/ 수밀도 불그레 수줍은 살결을 보라/ 시집도 몇 쪽을 열어야/ ‘키스’란 시가 보인다/ 방울 방울 촉촉 스며드는/ 과즙의 향기/ 이쪽, 저쪽,

아차/ 내릴 곳을 지나치고 말았네/ 왼쪽 문으로 내리기 바랍니다/ 쪽빛 하늘에/ 쪽구름 동.동.동.동./ 어딜/가시나?

◇나병춘= 1994년 《시와시학》으로 작품활동 시작. 시집으로 ‘어린왕자의 기억들’, ‘쉿!’ 및 시. 선집으로 ‘자작나무 피아노’가 있음. 현재 국립수목원에서 숲해설가로 활동 중.

<해설> 방향을 이르는 말 “쪽”을 의성어로 돌려놓은 시인의 연금술은 함축과 상징을 만나면서 그 무엇이든 되고 있다. 하늘, 바다, 애인의 뺨, 엉덩이 몽고반점도 너끈히 되고 마는가 하면 양쪽으로 쩌억 갈라지는 수밀도의 불그레 수줍은 살결을 보라! 고까지 말하고 있으니, 쪽의 한계는 끝이 없다. 갈라지는 수밀도가 또 펼치는 시집이라는 연상을 물고 시집 속 키스라는 시를 찾아내니, 어찌 이쪽, 저쪽이 향기롭지 않겠는가. 그러나 작금의 정치 현실은 온갖 거짓 선전 선동을 통해서 지역을 가르고, 이념까지 가르고 있지 않은가. 이제는 그런 편파적인 쪽을 뭉개고 쪽빛 하늘에 동.동.동.동. 떠가는 쪽구름에게 어딜 가시냐? 고 따듯한 안부를 물어야 할 때가 된 것이다. 굽은 허리에 걸음까지 불편한 할머니 한 분을 시골 버스정류장에서 만난 것처럼. -박윤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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