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칼럼] 옳고 그름에 대하여
[수요칼럼] 옳고 그름에 대하여
  • 승인 2024.03.19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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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원 ㈜데씨제 대표, 인간공학박사
세상의 많은 일들은 옳고 그름이라는 가치 판단 아래에서 평가 받는다. 사람들은 옳은 일에 대해서는 존경과 칭찬을 보내는 반면 그른 일에 대해서는 비판하고 처벌을 촉구한다. 그런데 문제는 옳고 그름의 기준이다. 무엇이 옳고 무엇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분명한 기준이 존재하여야 하지만, 문제는 이 기준이 명확하지 않을뿐더러 개인과 상황에 따라서 기준도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사람이 식용을 위해 소를 죽이는 행위는 비난받을 행동이 아니지만, 식용을 위해 개를 죽이는 행위는 옳고 그름에 대한 가치 판단들이 팽팽하게 맞선다. 이 두 행위는 모두 식용을 위한 목적이고, 그 행위들이 유사함에도 불구하고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은 그 대상이 소인지 개인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에 대해 정확한 판단 자체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결국 이 모든 것은 명확한 판단 기준의 부재 때문이다.
4월 10일 총선을 앞두고 야당인 민주당은 정권 심판 프레임을 통해 국민들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그리고 최근 나타나는 여론조사 결과들을 살펴보면 야당의 이러한 정권 심판 선거 전략이 어느 정도는 호소력을 얻고 있는 모양새다. 특히 조국혁신당에 대한 높은 지지는 정권 심판에 대한 국민들의 정서가 매우 높음을 반증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사실 정권 심판론은 새로운 어떤 것이 아니라 매번 총선마다 항상 등장하는 선거 전략 중 하나이다. 대통령 임기 중 치러지는 선거에서 정권 심판에 대한 주장은 항상 있어왔다. 하지만 문제는 정권 심판에 동의하여 야당이 선거에서 승리한다고 해서 국정 운영이 드라마틱하게 변화한 적은 별로 없었다는 점이다. 주된 이유는 해당 정권에 대한 불만들을 선거를 통해 표출하기는 하지만 그 불만이 무엇인지에 대해 명확한 기준 자체가 불명확하기 때문이다. 즉 옳고 그름에 대한 가치 판단이 모호하다는 것이다. 만일 현 정권에 대한 불만이 명확하게 무엇인지 알고, 그리고 어떠한 판단 기준을 위배하거나 또는 미흡하다는 점을 분명하게 알 수 있다면 아마도 선거 이후 국정 운영에 대한 기조나 정책의 변화를 가져 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앞서 언급하였듯이 옳고 그름의 가치 판단은 행위나 상황 그리고 대상 등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명확한 무언가를 파악하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 한계라고 할 수 있다. 즉 옳고 그름의 가치 판단의 모호함은 무엇을 잘하고 있고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지에 대한 판단 또한 혼란스럽게 한다는 것이다. 단지 우리는 대상에 대한 정서적인 측면만 확인할 수 있을 뿐이다. 문제는 감정은 선거를 통해 해소될 수 있더라도 현실은 감정만으로 변화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따라서 개인적으로 정권을 심판함에 있어 무엇을 어떻게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야당의 정권 심판론이 국민들의 정서를 표출시켜 선거의 승리로 나아갈 수 있는 훌륭한 전략이 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선거 이후에 어떻게 나라를 긍정적 방향으로 이끌어 가겠다는 명확한 플랜 제시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단지 국민들의 정서가 더욱 표출될 수 있는 형태로만 나아가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필자는 현 정부의 정권심판에 대해 긍정과 부정의 입장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아마도 많은 분들이 그러하리라 생각한다. 모든 것을 잘하는 완벽한 정부는 없기 때문이다. 확실한 것은 이번 총선은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의 성격도 분명히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평가는 결코 감정으로만 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만일 평가가 감정적으로 이루어지게 되면 옳고 그름의 기준은 더 모호해지기 때문이다. 모호한 기준에서 감정의 개입은 잘못된 것을 옳은 것으로 판단하게 할 수도 있고 옳을 것을 그른 것으로 판단하게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미 정치판에서 상당 부분의 내로남불을 경험해 보았다. 내로남불은 전형적인 옳고 그름의 기준이 와해된 결과이다.
따라서 이번 총선에서 유권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좀 더 냉철한 판단과 평가라 생각한다. 우리 지역의 발전 더 나아가 대한민국이 긍정적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반성과 미래 도약의 계기가 선거라 생각한다. 정부와 여당, 야당이 만들어 내는 감정적 이슈보다는 더 큰 틀에서 평가할 수 있는 안목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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