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희망과 절망 사이
<대구논단>희망과 절망 사이
  • 승인 2012.02.21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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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효 진 스피치 컨설턴트

취업 시즌이 시작되고 있다. 각 취업 포털에서는 벌써부터 상반기 공채를 알리는 공고가 올라오고 있다. 취업준비생들은 취업에서 성공할 수 있는 전략이 무엇인지 찾고 있는 한편 기업의 인사팀에서는 좋은 인재를 채용하고자 하는 목표와 함께 거절의 기술을 고민 중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불합격 사실을 당사자에게 알리고자 할 때 미래 고객이 될 수 있는 많은 취업 준비생들에게 좋지 않은 이미지로 각인될 수 있는 만큼 거절의 기술에 더 공을 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절박한 입사 지원자들에게 거절을 통보하는 일은 기업 입장에서는 조심스러운 일이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상처를 덜 주는 불합격 통보 방식과 문구에 고심하는 이유이다. 성의 없는 통보나 무례한 탈락 통보 문구는 취업 커뮤니티를 통해 순식간에 퍼져 회사의 이미지를 결정하는데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어떤 기업은 불합격자에겐 아예 별도 연락을 하지 않아 취업 준비생들 사이에서 원성이 높다. 지원자들은 하루 종일 안절부절못하고 연락을 기다리는데 탈락한 사람에게는 통보의 예의조차 없다고 불평하기도 한다. 그래서 어떤 그룹에서는 `불합격’이라는 단어 자체에 민감한 지원자들을 위해 결정이 되면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합격자 발표가 났다’고 간단히 통보하고 있다.

불합격 사실을 응시자들이 자신의 수험 번호를 회사채용 홈페이지에 입력하여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불합격을 알리는 문구로는 `좋은 소식 전해드리지 못해 대단히 죄송합니다’로 시작한다. 어떤 기업은 `좋은 인연을 맺지 못하게 되어 안타깝습니다’를 띄운다. 아니면 지원에 감사하고 건승을 기원한다는 문구로 조심스럽게 접근해 불합격 사실을 전하기도 한다.

어떤 그룹에서는 합격자와 불합격자에게 각각 다른 문자를 보낸다. 역시 불합격이나 탈락이란 단어는 쓰지 않는다. 합격자들에게는 `합격을 축하드립니다.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를 참고해 주세요’, 불합격자에게는 `합격자 발표가 났습니다.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해 보세요’라는 문자를 보낸다. `축하’라는 말없이 그저 확인해보라고만 한다면 불합격이란 얘기다. 확인된 불합격 통보 메일엔 `자질과 역량은 높게 평가됐으나 채용 규모가 작아 인연을 맺지 못하게 됐다’는 내용을 반드시 넣어 최대한 마음을 배려하고 기분 상하지 않게 신경을 쓴다고 한다.

통상 기업들이 이처럼 `이번 기회에 채용하지 못해 아쉽다’라는 짤막한 불합격 통지 이메일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이것도 모자라 어떤 한 기업의 인사 담당자는 1-3차 전형 결과를 발표할 때마다 불합격자들에게 600~1,600자에 가까운 장문의 이메일을 보내고 있다. `내가 풀어 봐도 인성·적성검사 문제가 어렵고 시간이 부족하더라. 어렵게 출제해 미안하다’거나 `나도 직장을 다니면서 많은 시련을 겪었고 극복했다.

구직자 여러분도 힘내라’ 라는 내용이다. 이 회사에 지원했다가 떨어진 한 지원자는 이메일을 통해 이 내용을 확인하고 살아 있는 경험과 시련을 극복해 나가기 위한 조언과 진정 어린 격려에 감동을 받았다며 `불합격했지만 신경 써 주셔서 고맙습니다’라는 내용의 이메일과 함께 회사로 음료수와 초코바 등을 함께 보냈다고 한다.

많은 취업 준비생들이 입사하고 싶은 회사에 들어가기 위해 무척이나 힘들고 어려운 과정을 거쳐 왔을 것이다. 하지만, 채용에서 탈락하고 계속되는 불합격에 절망과 희망 사이를 방황하고 있을지 모르겠다. 어차피 사람이란 희망과 절망 사이에서 사는 존재이다. 그들의 아픔을 이해하고 위로할 수 있다면 희망과 절망 사이의 그 간극도 좁혀지는 법이다.

우리의 절망에는 균형을 맞출 만큼 충분한 희망이 있다고 말해 주고 싶다. 그 중심에서 균형을 맞춰줄 희망의 메시지가 허무한 위로에 불과할지언정 실패를 잊고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줄 수 있다면 그걸로 된 것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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