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65세 늦깎이 중학생들 설레는 등굣길
평균 65세 늦깎이 중학생들 설레는 등굣길
  • 남승현
  • 승인 2013.09.30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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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첫 대구 방통중학교

딸같은 교사의 문자 큰힘

음악수행평가에 긴장

어르신 열정이 교사 자극
/news/photo/first/201309/img_109610_1.jpg"사진-방송통신중학교체육대회/news/photo/first/201309/img_109610_1.jpg"
지난 5월 19일 방송통신중학교 체육대회가 열렸다.
“학교 가는 날, 가장 행복해”

중학교 미학력 성인을 위한 학력취득 기회 제공을 위해 전국 최초로 문을 연 대구방송통신중학교 3학년에 다니는 백남도(63)씨의 얘기다.

지난 3월 10일 입학식 이후 한 학기가 지났지만 매월 1, 3번째 주 일요일 등교하다 보니 등교 횟수는 14번에 불과하다.

백씨는 첫 번째 출석 수업일을 앞두고 1학년 2반 담임 박교사가 등교안내 문자를 보낸 것을 기억했다.

백씨는 “수업 첫날 담임교사가 안내문자를 보내 참 고맙게 생각했다. 늦었지만 이제 못다 이룬 꿈을 이루기 위해 이곳에 왔기 때문”이라며 “담임교사의 열정과 이른 아침 아내가 챙겨준 도시락을 받아들고 학교로 향하면 온종일 나를 위해 공부하는 시간 내내 즐겁기만 했다”고 말했다.

이경연 (여·65)씨는 한 한기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음악수행평가와 체육대회라고 했다.

이씨는 “음악시간에 수행평가로 교가 시험을 봤다. 한명씩 번호대로 불렀는데 내 차례가 다가오니 목이 바짝바짝 마르고 가슴이 두근거렸다”며 “체육대회와 중간고사를 보면서는 큰 충격과 환희를 맛 보았다. 죽을 때까지 내 머리와 마음에 남아 있을 것”이라고 했다.

늦깎이 학생들이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는데에는 딸같은 담임교사 박신영(여·40)씨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평균연령 65세인 학생들을 가르쳐야 했던 박씨는 첫날 문자를 보낸 후 ‘선생님 고맙습니다’, ‘바쁘신데 이렇게 문자 주셔서 너무 너무 감사합니다’등의 감사 답장이 큰힘이 됐다고 한다.

박 교사는 “일반학생이었으면 답장률이 상당히 저조했겠지만 나이드신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정성어린 답장을 본 후 더욱 열심히 가르쳐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했다.

지난 5월 5일은 일반중학교와 같이 국어, 영어, 수학, 과학, 기술·가정 등 5과목에 대한 시험을 쳤다.

이경연 할머니는 3과목에서 100점을 받는 등 평균 91점을 받았다고 한다.

박 교사는 “방통중 담임을 맡으면서 나는 과분한 사랑과 대접을 받는, 부끄러우면서도 행복한 선생이었다”며 “만학도 경험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쓸모 있는 교사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2014학년도부터 구 대구남중에 설치·운영되는 방송통신중학교는 현재 성인반에서 청소년반으로 확대해 학업중단 10대 청소년들에게도 학업을 지속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남승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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