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서 손으로 전하는 ‘온기’
손에서 손으로 전하는 ‘온기’
  • 정민지
  • 승인 2013.11.03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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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 온 연탄의 계절

달서구 대학생 봉사단 30여명

저소득층에 연탄배달 ‘구슬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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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달서구 월성1동에서 멘토·멘티봉사단이 지역 저소득계층 9가구에 연탄나눔활동을 펼치고 있다. 정민지기자
“연탄의 계절이 돌아왔다.”

고층 아파트 단지들이 즐비한 대구 달서구 월성1동의 한 가운데, 재개발의 혜택에서 비켜난 낡은 골목에 지난 2일 연탄 후원봉사에 나선 대학생들로 북적였다.

이 지역의 연탄사용 가구는 15가구 남짓이다.

그나마 토지 보상금을 받아 땅주인들은 지역을 떠나고 세입자들과 한평생 이 동네서 살아온 노인들만이 남아 연탄으로 올 겨울 채비를 시작했다.

지난달부터 아침저녁으로 부쩍 추워진 날씨에 이미 연탄을 때기 시작한 집들은 연탄후원을 반겼다.

달서구에서 모집한 대학생 봉사자들은 지난해 10여명이었지만 올해 30명으로 늘어 10명이 한 조를 이뤄 각 가정에 200장씩 연탄을 날랐다.

목장갑과 1회용 우비로 작업준비를 마친 봉사단은 통장의 안내에 따라 차량진입이 힘든 좁은 골목을 누볐다. 검은 연탄재가 묻을까 엉거주춤한 자세로 연탄을 나르던 봉사단의 이마에는 금세 땀이 송글송글 맺혔다.

연탄을 처음 만져본다는 곽승호(25)씨는 “연탄나르는 일이 간단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힘들다”며 “몸이 불편하신 어르신들께 도움이 돼 기쁘다”고 말했다.

서툰 솜씨로 묵묵히 연탄을 나르는 봉사단을 위해 연탄을 지원받는 주민들은 음료수와 사탕을 가져와 고마운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감나무집에 살고 있는 할머니는 “매년 이렇게 관심을 가져주고 지원해줘서 고맙다”며 “요즘 학생들은 곱게 자라 힘든 일 안해봤을 텐데 내일이면 팔·허리 안 아픈데가 없겠다”고 걱정했다.

영남이공대 2학년생인 김진욱(27)씨는 “아파트가 밀집한 달서구의 겉만 봐서는 이렇게 연탄쓰는 집들이 있다고 생각지 못했다”며 “어릴때 연탄을 사용하는 집에 살면서 겨울철 창고에 연탄이 가득하면 든든했던 게 떠올라 오늘 지원이 적지만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봉사활동에는 저소득 취약계층으로 대학생 멘토의 도움을 받는 중고생 멘티 3명도 함께해 의미가 있었다.

멘티 중 한 학생은 “멘토 언니를 따라 신청했는데 나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게 신기하고 보람차다”고 수줍게 웃었다.

실무를 담당한 달서구 행복나눔센터의 안유경씨는 “사회적 약자들이 도움을 받는 것에서 또 다른 누군가를 도와줌으로써 나눔의 선순환을 통해 보람을 느끼게 하고 싶었다”며 “이번달부터 연탄 나눔을 비롯해 동절기 관련 봉사활동을 펼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구시에 따르면 대구의 연탄사용가구는 지난 기준 4천509가구(단순난방 포함)로 추정된다.

북구 고성동과 서구 비산동 등 지역개발이 이뤄지지 않은 곳과 함께 달서구는 월성 1동을 포함해 두류 1·2동, 진천동 일부 등에 여전히 연탄을 쓰는 가구들이 밀집해 있다.

달서구의 도시가스 보급율이 대구에서 가장 높은 97.3%에 달하지만 여전히 에너지 취약계층이 존재하는 것이다.

이번 연탄나눔활동은 달서구 행복나눔센터에서 멘토활동으로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대학생과 멘티들이 지원·참가하고 IBK기업은행의 후원으로 1천800장의 연탄을 월성 1동 9가구에 전달했다.

정민지기자 jmj@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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