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을 막고 있으랴
어쩌다 한갓 풀꽃으로 태어나
짓밟히고 있으랴.
노한 일 거두어 두고
목놓아 트뜨릴 길마저
잃은 쇠뜨기풀.
줄기에 엷은 햇살 따라와
새록새록 잠잔다.
눈 뜬 얼굴
낙조에 슬리고 슬린
얇은 잎살
늙어도 짓밟히고 마는 생애
맷돌처럼 질기다.
-나 하나 뿐, 쇠뜨기풀
마음 없는
고향산 언덕 위
바람이나 잡으랴.
언덕에 돌아누운
쇠뜨기풀.
주렁주렁 잡것처럼
돋아 있으랴.
(이하 생략)
▷대구 출생. 영남대 및 동 대학원 졸업. 1974년『한국문학』을 통해 등단. 대구문인협회 회장 역임. 이 시에 따르면 쇠뜨기풀은 늙어서도 짓밟히고 분노에도 목놓아 터뜨릴 수 없는 약자의 비애를 지닌, `낙조에 슬리고 슬린 / 얇은 잎살’의 풀이다.
박해수의 `쇠뜨기풀’은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듯 민초民草들의 생존과 그 삶을 간명하게 잘 표출하고 있다. 가난과 무지가 가진 것의 전부인 쇠뜨기풀 같은 천민들. 그들은 천시와 소외 그리고 박해를 숙명처럼 수용하고 있지만 `맷돌처럼’ 질긴 애달픈 생애를 뿌리치지 않고 `주렁주렁 잡것처럼 / 돋아 있으랴’고 하였던가.
이일기 (시인 · 계간 `문학예술’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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